[2018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불타는 차량서 생명 구한 `택배 의인` 유동운씨

온라인에서 구조 영상 화제…'택배 의인'으로 불려
"비바람 속에서 구조하느라 온몸 땀에 젖어"
"삼남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 된 게 가장 보람"
"택배 기사에 대한 이미지 개선 계기 됐으면"
  • 등록 2018-12-19 오전 7:40:52

    수정 2018-12-19 오전 8:37:45

‘택배 의인’ 유동운(35)씨 (사진=유동운)


이데일리는 올 한해동안 각박한 우리 사회에 따뜻한 울림을 전한 천사들을 소개합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다가 목숨을 잃은 후에도 장기기증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나눠준 20살 청년부터, 불길 속에서 다른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건 소방관과 시민들, 그리고 평생 모은 재산을 이웃을 위해 베푼 이들까지. 이들 모두는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할 사람들입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제가 택배 일을 선택했기에 생명을 구할 기회를 얻었다 생각합니다.”

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에 불타는 차량으로부터 운전자를 구조하는 한 택배 기사의 영상이 화제가 됐다. 영상 속 주인공은 전북 고창군에 사는 CJ대한통운 택배 기사 유동운(35)씨로 밝혀졌다. ‘택배 의인’으로 불리는 유씨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그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유씨는 “생명을 구하는 일은 당연한 것인데 내가 이렇게 부각이 돼 의아하다는 생각까지 든다”라며 “내가 아닌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운전자를 구조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바람 부는 날씨에 불붙은 차량 보고 망설임 없이 뛰어가

유씨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8일 비바람이 심하게 불었다고 기억한다. 사고 차량을 발견한 건 오후5시쯤 마지막 일을 끝내고 터미널로 향하는 길에서였다. 그는 전북 고창군 석남교차로를 지날 때 도로 옆 논에서 보닛에 불이 붙은 차량을 목격했다. 유씨는 “혹시나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일단 차를 세웠다. 클랙션이 울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119에 신고를 하며 바로 차량을 향해 달려갔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운전자를 구조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유씨는 “비가 많이 왔기 때문에 논바닥에 발이 푹푹 빠져 힘들었지만 다행히 차문이 잠겨 있지 않아 문이 바로 열렸다”라며 “영화나 드라마에서 차가 폭발하는 장면이 나오던 게 생각나 불안했지만 사람을 차에서 꺼내야한다는 생각이 먼저였다”고 말했다.

유씨는 운전자를 불이 붙은 차량에서 꺼낸 다음 신속하게 본인의 택배차 짐칸으로 옮겼다. 비를 맞은 운전자의 체온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근무복으로 덮어줬다. 119가 올 때까지 운전자가 의식을 잃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걸기도 했다. 유씨는 “운전자에게 괜찮냐, 어디가던 길이었냐, 어떻게 된 일이냐, 정신을 잃지 말라 등 계속 말을 걸었고 운전자도 모든 물음에 답을 할 정도로 의식이 있었다”라며 “119가 온 후 상황설명을 하고 자리를 바로 떠났다”고 설명했다.

이후 운전자의 차량은 전소했다. 해당 운전자는 유씨의 빠른 구조로 생명에 이상이 없는 상태다.

지난달 19일 유동운씨는 고창소방서로부터 표창을 받았다.(사진=유동운)
자랑스러운 아빠이자 직업인…모두가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 가졌으면

유씨가 운전자를 구조하는 영상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졌다. 온라인에서는 ‘의인’이나 ‘영웅’으로 불리며 많은 이에게 칭찬받았지만 제일 가까운 아내에겐 구박만 들었다. 유씨는 초등학생 4학년, 2학년, 3살배기 아이 등 삼남매를 둔 가장이다. 아내는 유씨가 운전자를 구조한 후 비와 땀에 쫄딱 젖은 채로 집에 들어가 상황을 설명하자 “애가 몇인데 생각이 있냐”며 염려 섞인 말부터 던졌다고 한다.

초등학생 남매는 유씨가 한 일을 잘 모르고 있었다. 이후 유씨가 ‘고창군 의향 고창인’표창, 고창소방서 표창장, LG복지재단의 LG의인상 등을 받고 TV에 나오기 시작하자 그때서부터 “아빠가 최고다”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유씨는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된 것이 가장 기쁘다. 그는 “아이들에게 늘 건강하고 바른사람이 되라고 말했는데 내가 아빠로서 본보기가 됐다”고 웃었다.

또 본인이 택배 기사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데 기여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도 했다. 택배업에 뛰어든지 3년차인 유씨는 “택배 일을 하다보면 20kg 짐을 들고 계단도 수없이 오르락내리락 해야 한다. 또 주소나 번지수, 고객 성향까지 외워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라며 “앞으로 택배 기사를 무시하는 일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안 좋은 뉴스가 넘치는 요즘, 생명을 구하는 일처럼 따뜻한 소식들이 많아지길 희망한다고 밝게 말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모두가 이번 일이 특별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저에겐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도 운전하는 사람이니 언젠가 사고를 당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그런 상황에 처하면 누군가 도와줄거라 생각합니다. 모두가 항상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면 더 좋은 세상이 될 거라 믿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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