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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는 16일 오후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10주기 추모 미사를 거행했다. 염 추기경은 “김수환 추기경님은 서울대교구 교구장으로서, 또 혼란한 시대에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우리 민족의 등불로서 빛을 밝혀 주셨다”며 “김 추기경님이 남겨주신 사랑의 가르침을 우리의 삶에서도 본받고자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기경님은 인간의 삶에서 물질이나 명예, 권력보다 더 중요한 가치인 사랑과 용서, 나눔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셨다”며 “오늘날 물질만능주의와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자신들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시대에 더욱더 김 추기경님이 남기신 중요한 정신이 그리운 이유”라고 말했다.
제대 앞에는 사진 대신 김 추기경이 스스로 ‘바보’라고 쓴 자화상이 놓였다. 기도와 강론, 영성체 예식 등에 이어 김 추기경의 모습과 육성 등이 담긴 추모 영상을 상영했다.
이날 주한 교황대사 앨프리드 슈에레브 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한 사제들과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배우 이윤지, 가수 바다 등 약 3000명이 참석했다.
이어 “김 추기경님께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또 목자로서 남긴 영적, 사회적 유산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한국 교회의 사명을 지속적으로 밝혀 줄 것”이라며 “동정마리아와 주님께서 이 땅의 지속적인 평화와 확고부동한 화해의 여정에 함께 해 주시며 여러분 모두에게 좋은 것으로 갚아주시고 이끌어주시길 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대독한 추모사를 통해 김 추기경을 기렸다. 그는 “독재정권 탄압 속에서 추기경님은 불의한 권력에 맞선 젊은이들을 보호해주셨다”며 “나 역시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오래 활동하면서 불의와 타협하거나 힘과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를 배웠다”며 ‘사람이 곧 국가이지, 국민이 국가 아래 있는 것은 아닙니다’는 김 추기경의 말을 가슴에 새기겠다고 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1922년 대구에서 출생해 1951년 사제품을 받았다. 1966년 초대 마산교구장을 거쳐 1968년 대주교로 승품한 뒤 서울대교구장에 올랐다. 1969년에는 한국인 최초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당시 전 세계 추기경 136명 중 최연소였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김 추기경은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의 등불을 밝히는 등 한국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지도자이자 종교를 넘어 사회의 큰 어른 역할을 했다. 2009년 2월 16일 선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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