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벗겨지고 쓰레기까지…도심 흉물 전락한 '옐로카펫'

어린이 안전 위해 2015년 도입, 현재 서울 시내 200여곳
취지와 달리 쓰레기 집하 장소처럼 변하기도
유지 관리 책임 자치구들 "예산 부족" 호소
  • 등록 2017-12-05 오전 6:30:00

    수정 2017-12-05 오전 6:30:00

서울 중구 한 초등학교 근처에 설치된 ‘옐로카펫’ 바닥이 절반 가량 색이 벗거져 있다. 알림판은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현수막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사진=권오석 기자)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어린이 보행안전을 위해 도입한 ‘옐로카펫’(Yellow Carpet)이 관리 소홀과 쓰레기 무단 투기 등으로 도심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국제아동인권센터(InCRC)가 고안한 ‘옐로카펫’은 등·하굣길 어린이 보행안전을 위해 어린이 보호구역(School Zone·초등학교 반경 300~500m) 내 통학로에 설치한다. 횡단보도 앞 보도를 노란색으로 만들어 어린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게 하고, 운전자가 아이들을 잘 볼 수 있게 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다.

옐로카펫의 실질적인 효과는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이 초등학생 623명·성인 1239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옐로카펫 설치 효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운전 중에 옐로카펫을 인지하면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질문에 성인 응답자 76.4%가 ‘평소보다 감속해 주행했다’고 답했으며 14.6%는 ‘차를 멈추고 좌우를 확인한 뒤 주행했다’고 응답했다.

지난 2015년부터 시범운영 형태로 도입한 옐로카펫은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시내 200여곳 설치돼 있다.

하지만 도입 취지와 달리 설치 후 관리 소홀로 오히려 거리 미관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양심불량’ 시민들 탓에 쓰레기 집하 장소처럼 변한 곳도 있었다.

서울 중구 A초등학교 인근 주민 이모(37)씨는 “언제 칠했는지도 모를 페인트가 다 벗겨져 미관만 해친다. 관리도 하지 않을 거면 굳이 뭣하려고 설치했는지 모르겠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초등학교 횡단보도 앞 옐로카펫의 바닥면은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있었고 몰래 갖다버린 쓰레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씨는 “어린이 보행 안전을 위해 만들었다는데 이런 상태로 제 기능을 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본 결과, 옐로카펫 10여곳 가운데 2~3곳 꼴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돼 있었다.

중구의 한 초등학교 옐로카펫 바닥 3분의 1 가량은 노란색 페인트가 지워졌고 그나마 남아 있는 부분도 아스팔트 바닥이 중간중간 드러날 정도로 칠이 벗겨져 있었다.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현수막 앞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다.

또 다른 옐로카펫 공간에는 비상소화장치함이 설치돼 있었다. 사업안내서에 따르면 소화전 등 공공시설물은 옐로카펫 공간에 포함해선 안 된다.

현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주관하는 옐로카펫 사업은 서울시와 자치구, 녹색어머니회 등이 협력해 설치·운영하고 있다. 사후 유지 관리는 각 자치구가 맡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초 점검했을 때 100여곳 중 20여곳 정도는 훼손돼 있었다. 부착한 테이프 재질에 문제가 있다”며 “내구성이 더 우수한 폴리우레탄 재질의 도막형 바닥재로 대체해 일부 시범 설치했다”고 말했다.

설치 후 유지 관리를 맡고 있는 자치구는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지난 8~9월에 점검 후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을 받아 테이프를 구입해 지역 어머니회에 전달했다”며 “지자체 차원의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의 한 초등학교 근처에 설치된 ‘옐로카펫’에 공공시설물인 비상소화장치함이 설치돼 있다. (사진=권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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