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단기일자리 100만 육박…"허드레 일만" Vs "노후 생계보장"

공공부문 일자리 사업 100만 육박
관리 부실에 용돈벌이 전락 사례도
노인층은 대체로 호평…예산은 한계
"노인 직업훈련 전무…투자 늘려야"
  • 등록 2019-05-16 오전 6:57:14

    수정 2019-05-16 오전 6:57:14

일자리 박람회에 몰린 구직자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조해영 김형욱 기자] 취업준비생 정하영씨(가명·26·서울)는 지난해 4~12월 경험을 쌓기 위해 서울시 뉴딜일자리에 참여했으나 담당 매니저가 공석인 탓에 첫 두 달 동안 하는 일 없이 책만 읽다가 퇴근했다. 임시로 배정받은 직원은 본인 업무로 바빠 그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정부는 올해 3조8000억원을 들여 96만3000명에게 직접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공공기관의 단기 일자리 사업까지 포함하면 전체 공공 부문의 단기 일자리 사업 규모는 더 크다.

정부와 지자체가 제공하는 공공 일자리는 취업 취약계층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이 목표지만 사업에 따라 단순히 머릿수 채우기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씨는 “이곳에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무능한 것은 아닐까 고민했다”며 “나중에는 직접 ‘제가 이일을 도와드려도 될까요’라는 식으로 일을 찾아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물론 성공 사례도 있다. 이정은씨(가명·30·서울)는 재작년 한 구청에서 운영하는 아트센터에서 10개월 동안 인턴으로 일한 경험을 살려 지난해 관련 업종 대기업 취직에 성공했다. 그는 “최저임금을 받았고 기간도 정해진 만큼 당연히 완전한 취업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나 경력에 도움이 됐다”며 “내게 맞는 단기 일자리 직무를 찾는 것도 쉬운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 일자리 경험이 취업 성공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10명 중 2명이 안된다. 지난해 정부 직접 일자리 참여자 81만4000명 중 민간 일자리 취업으로 이어진 비율이 16.8%에 불과했다.

가장 큰 한계는 정부 직접 일자리 사업이나 공공근로 사업 상당 부분이 노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81만여 사업 대상자 중 68.2%인 56만명은 만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김유책(가명·83·서울)씨는 올 초부터 동네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등·하교 지도를 하면서 사회적 역할을 한다는 데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그는 “자녀들은 굳이 일할 필요 없다고 하는데 작은 일이지만 현역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명철씨(가명·78·세종) 역시 (사)대한노인회를 통해 한 달에 열흘씩 집 주위를 돌며 쓰레기를 줍는 공익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큰 돈은 아니지만 없는 형편에는 도움이 된다. 내년에도 신청할 것”이라며 “지원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김영자(가명·63·구리)씨도 시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구리시에서 제공하는 단기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김씨는 “동네 사무실에 일했다가 월급을 떼인 적이 있어서 취직은 겁난다”며 “우리 지역에도 정부 일자리 사업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1~12월 6주 동안 전국 농촌지역에서 4980명을 선발해 영농폐기물 수거 사업을 벌인 결과 총 1만1100톤(t)의 영농폐기물을 수거하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매년 약 7만t의 영농폐기물이 수거돼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며 “이 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 관계부처와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결국 예산이다. 결국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므로 좀 더 운영 효율을 높여 일회성 단기 근로가 아니라 제대로 된 민간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 “정부의 현 직접 일자리 사업은 노동정책이 아니라 복지정책의 성격이 강하다”며 “지금은 세수가 좋으니 큰 문제가 안되지만 올 하반기 세수가 역전되기라도 한다면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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