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규 작가 "강남 0.1%의 그사세…'버닝썬'은 소설 아닌 현실"

신작 장편소설 '메이드 인 강남'
자본과 욕망, 권력 카르텔 다뤄
"현실 자각하길…다시는 이런일 일어나지 말아야"
  • 등록 2019-03-12 오전 7:44:19

    수정 2019-03-12 오전 7:44:19

‘메이드 인 강남’의 주원규 작가는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스카이캐슬처럼 교육, 경제, 금융, 부동산이 다 강남이라는 상징으로 묶여버린다”며 “소설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제목을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사진=이윤정 기자).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6개월간 강남 클럽을 취재하면서 소설보다 더한 현실을 봤다. ‘버닝썬’ 사태로 화제가 되고 있는 GHB, 이른바 물뽕이 아무렇지 않게 유통되고 있더라. 클럽에 오면 ‘물뽕 없냐’고 자연스레 묻는 상황이 충격적이었다. 배후가 있진 않을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열외인종 잔혹사’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고 tvN 드라마 ‘아르곤’을 공동집필한 주원규 작가는 직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최근 신작 장편소설 ‘메이드 인 강남’(네오픽션)을 펴냈다. 서울 강남 일대를 배경으로 자본과 욕망, 이를 무마하려는 권력의 카르텔을 다뤘다.

‘강남에서의 밤, 그 노른자위를 차지하는 건 하릴없이 떠도는 유동인구가 아닌 상위 0.1퍼센트들의 세상이다. 이들은 매일 엄청난 돈을 쓰며 변태적 성행위부터 마약 그리고 적당한 수준에서 허용되는 폭력 행위를 일상적으로 행해왔다.’

빅뱅 승리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강남 클럽 버닝썬 논란과 묘하게 겹치며 재밌게 읽힌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퇴계로 사무실에서 만난 주 작가는 “예전에는 ‘소설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썼다면 요즘은 오히려 소설이 현실을 못따라가는 느낌”이라며 “이런 이야기들이 회자됨으로써 현실을 자각하고,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현실에도 있는 소설 속 ‘설계자들’

소설은 강남 중심에 있는 초고층 호텔 펜트하우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대한민국 상위 0.1%라 불리는 권력자들과 유명 아이돌 ‘몽키’는 마약에 취해 난교파티를 벌이던 중 처참하게 살해당한다. 하지만 이들의 죽음은 ‘설계자’라 불리는 이들에 의해 자살 등으로 위장된다. 소설 속 ‘설계자들’은 대형 로펌의 변호사와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이다.

주 작가는 현직 목사이기도 하다. 2009년 한겨레 문학상을 받던 해에 목사 안수도 받았다. 3년 전 소년원 친구들의 계도를 위해 글쓰기 모임을 주도하다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클럽을 취재하게 됐다.

“처음에는 이들이 왜 클럽에 모일 수 밖에 없나를 알아보고 싶었다. 직접 가보기도 하고 주류창고 배달원 등으로 일하면서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안에서 행해지는 은밀한 성매매나 스폰서 계약 등이 곧 소설의 소재가 됐다.”

한국 사회에서 소위 권력과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가면을 썼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주 작가는 “새로운 사업을 선도한다는 사람들이 밤의 세계에서는 돈으로 무엇이든 다 하고 있었다”며 “기성세대가 미안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당시의 기분을 전했다.

△“‘사회적 리얼리즘’ 담은 소설 쓰고파”

주 작가는 故김주혁이 주연을 맡았던 tvN 드라마 ‘아르곤’의 공동집필에도 참여했다. 캐릭터를 잘 소화했던 김주혁을 염두에 두고 ‘아르곤2’를 기획하기도 했었단다. 주 작가는 “‘아르곤’이 김주혁씨의 유작이 돼서 안타깝다”며 “사고를 당하기 이틀 전에도 작가들과 시즌2에 대한 논의를 했었는데 소식을 접하고 정말 놀랐었다”고 말했다.

차기작으로는 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를 구상 중이다. “성매매 자활 프로그램에 나온 사람들을 인터뷰 하고 강의도 해봤다. 아직도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각하다. 어려서부터 원조교제를 하다가 성매매로 빠지게 된 경우도 적잖다. 돈이 필요해서 자발적으로 뛰어든 사람들도 있지만, 남성중심사회가 낳고 있는 피해의 연속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주 작가는 현실을 일깨워줄 수 있는 소설을 계속해서 집필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버닝썬’ 사태가 터지기 전에 소설을 집필했는데 정말 비슷한 일이 터져서 나도 놀라웠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소설은 안나와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대안과 대책을 마련하려면 소설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한다. 내 소설이 ‘사회적 리얼리즘’을 표방하는 이유다.”

주원규 작가(사진=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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