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경험으로 빚은 카뱅 '26주 적금'..5개월만 1500억 육박

  • 등록 2018-11-19 오전 6:00:00

    수정 2018-11-19 오후 6:04:13

카카오뱅크 ‘26주 적금’ 개발자인 이병수·김영림 매니저는 지난 16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카카오뱅크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내년에도 깜짝 놀랄만한 상품이 튀어나올 것”이라고 말해 다른 이색상품 출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카카오뱅크)
[판교=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포털사이트 다음의 검색 창에 ‘26주’를 입력하면 이전에는 임신 26주가 제일 위에 떴어요. 이젠 26주 적금이 먼저 나온답니다. 폭발적인 반응에 우리들도 놀랐어요.”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에 가입한 이들을 ‘고객(Customer)’으로 부르는 정통은행원과 ‘사용자(User)’로 부르는 ICT기획자는 의외로 죽이 잘 맞았다. 카카오뱅크(이하 카뱅)는 26주 적금의 인기비결을 이처럼 여러 배경을 가진 직원들 간 코웍의 산물이라고 평가한다. 금리 이상으로 고객·사용자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국내 은행권에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 16일 경기 성남시 카뱅 본사에서 상품파트 이병수 매니저와 채널파트 김영림 매니저를 만났다. 이 매니저는 2009년 2월 중소기업은행에 입행했다. 기업은행 개인수신상품팀, 개인영업기획팀을 거쳐 2016년 6월 카뱅으로 이직했다. 김 매니저는 지난 2008년 6월 다음에 입사해 카페기획팀에서 일했다. 카카오와 합병 후에도 기획팀에서 커뮤니티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2017년 2월 카뱅에 발을 디디며 금융권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둘은 이전에도 함께 일한 적은 있었으나 26주 적금으로 제대로 뭉쳤다. 이 매니저는 “솔직히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 전 직장에서도 몇 번 비슷한 상품을 기획해봤는데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지금은 확실히 ‘공급자적 마인드로 접근한 게 잘못 됐었구나’라고 반성한다”고 회고했다. 김 매니저는 “‘풍차돌리기’라는 재테크용어를 아예 몰랐다. 아직도 100% 이해했다고는 못 하겠다”며 “(금융에 문외한이었다 보니) 도전과 성공이라는 두 키워드에 천착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개발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깨알 적금이라는 화두로 시작해 52주 적금이 어느새 26주 적금으로 바뀌어 있었다. 테스트용 앱을 통해 쌓은 수신액이 각각 수십억원이 될 만큼 방법과 기간을 달리해가며 시험을 거듭했다. 이 매니저와 김 매니저는 “진짜 돈이었다면 당장 회사를 그만둘 액수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6개월 넘는 산고 끝에 세상의 빛을 본 26주 적금이 사랑을 받는 주된 원인은 지속적인 소통에 있다고 두 사람은 봤다. 이 매니저는 “시중은행의 경우 일단 상품에 가입하면 만기 전까지는 은행과 고객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다”며 “만기 며칠 전 또 다른 특판 상품이나 우대금리 혜택을 앞세워 몇 년 만에 고객에게 전화를 하는 식”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매니저는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스토어에 남긴 ‘어떻게 26주 적금을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피드백을 접하고 워크플로우를 확 뜯어고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공유를 통해 저축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도록 한 것도 주효했다. 이 매니저는 “제가 만든 상품이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스타그램에 줄지어 ‘인증’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휴대전화를 들어 보였다. 김 매니저는 “IT업종에서 공유는 기본인데 은행권에는 없더라”며 “매주 납입에 성공하면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하나씩 늘어나고 도전 현황을 친구나 가족, 지인들과 SNS를 통해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첫 만기에 다다르게 되므로 나름의 방법으로 축하를 전하려 한다”고 웃었다.

두 사람의 단기적인 목표는 26주 적금이 100만좌를 돌파하는 것이다. 앞서 26주 적금은 출시(6월 26일) 20일 만에 30만좌를, 넉 달 만에 50만좌를 넘어섰다. 11월 18일 자정 기준 26주 적금 계좌 수는 58만5109좌, 총납입금액은 1475억원이다. 장기적으로는 26주 적금을 은행권 대표 명품상품으로 키우는 것이다.

두 사람은 “무리하게 상품군을 늘리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카뱅만의 관점으로 해석한 또 다른 상품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높이게 했다. 이 매니저는 “시중은행에는 이름만 바꾸고 우대금리 조건만 이리저리 떼다 붙인 상품들이 즐비하다”고 꼬집었다. 김 매니저는 “내년에도 깜짝 놀랄만한 상품이 튀어나올 것”이라며 “다들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26주 적금은 1000원·2000원·3000원·5000원·1만원 중 금액을 선택하면 매주 선택한 금액만큼 늘려 붓는 이색 상품이다. 예컨대 첫 주 1000원을 부었다면 다음 주 2000원, 다다음 주 3000원을 불입하는 식이다. 마지막 주에는 2만6000원을 넣어야 도전에 성공할 수 있다. 여기에 연 1.80% 금리를 주고 자동이체를 하면 0.2%포인트를 얹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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