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온 편지] 59.브렉시트가 인종차별 분위기 키우나

  • 등록 2018-06-25 오전 7:42:20

    수정 2018-06-25 오전 7:42:20

브렉시트 이후 영국 내 EU 국민들의 권리를 알려주는 영국 내무부 캠페인 포스터(출처=영국 내무부)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영국 왕실이 백흑 혼혈이자 한번 결혼한 경험이 있는 미국 배우 출신 매건 머클을 해리 왕자의 신부로 받아들인 것은 전 세계에 파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특히 영국 왕실이 전례가 없었던 혼혈인을 받아들인 것은 21세기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문화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왕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왕실의 이미지 메이킹과 호감도 상승에도 기여했죠.

그런데 과연 머클이 혼혈로서는 최초로 왕실 가족이 된 것이, 왕실이 혼혈을 가족으로 받아들인 것이 영국이 인종 간 더욱 평등한 국가로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기여했을까요.

경제가 성숙하고 민주주의 및 교육, 문화 수준이 높아 다양성을 포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적 수준에 도달한 나라가 피부색 등 눈에 띄는 외형적인 요소나 종교 등으로 상대를 차별하는 인종차별 국가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죠. 그런데 노예제 폐지, 세계대전 등을 거치면서 거의 범죄 수준으로 여겨지는 인종차별 분위기가 현재 영국에서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영국은 과거 수많은 식민지를 거느리면서 자국의 국민, 문화, 기술 등의 우월성을 과시한 전례가 있습니다. 식민지에 자국의 문화와 제도, 풍습 등을 강요한 바탕에는 자국의 문화가 식민지의 문화보다 더 수준이 높고 낫다는 차별의식이 깔린 것입니다.

그러나 식민지들이 대부분 독립하고, 영국도 제국주의 대표 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났으며 인종차별에 대해 법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만들어 놓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처럼 겉으로는 인종차별을 지양합니다.

그런데 최근 영국에서 인종차별 분위기가 거세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나기로 한 결정이 영국 내 인종차별 분위기와 이민족에 대한 무관용 분위기를 키웠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브렉시트가 영국 내 인종 불평등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UN 인종차별 특별조사위원인 덴카이 아치우메 미국 UCLA 교수는 영국 내에는 소수인종에 대한 제도적인 편견이 만연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브렉시트와 관련해 명백하게 인종이나 민족, 종교에 대한 무관용이 커지고 있으며 정당에서도 극단적인 시각들이 많아졌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윈드러시 이민자들에 대한 잘못된 정책, 일부 흑인들을 적법한 근거 없이 범죄인 취급하는 것, 무슬림에 대한 적대 정책 등을 영국에서 인종에 대한 차별적인 분위기가 커진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지목했습니다. 실제 최근 런던 경찰이 납득할만한 기준 없이 범죄조직 데이터베이스에 흑인과 소수인종 등을 대거 포함해 물의를 일으켰었죠.

아치우메 교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이르기까지의 영국의 분위기, 투표 진행 기간 분위기, 투표 이후의 분위기는 영국 내 소수인종, 소수민족을 인종차별에 더욱 취약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셜미디어나 신문 등에서 이민자, 외국 국적자, 난민 등에 대한 외국인 혐오적인 담론을 수용하는 정도가 눈에 띄게 커졌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렉시트 투표 이후 눈에 띄는 증오범죄 증가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2016년 6월 국민투표 이후 1년간 인종차별 등과 관련된 증오범죄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3분의 1 가량이 증가해 8만건을 넘어섰습니다.

이치우메 교수는 “어떤 인종인지, 민족인지, 어떤 종교를 가졌는지 등이 영국 내 기회와 삶의 질을 결정하며, 이들에 대한 차별은 대부분 불법적인 방법으로 단행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민 노동자 뿐만 아니라 적법한 영국 시민권을 지닌 소수인종 등도 적대적인 환경에 노출됐다고 지적했죠.

일부 인권 관련 모니터링 단체 등은 영국 내 이슬람 혐오증, 반유대주의 정서가 커지고 있는 것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와 연관된 테러가 수차례 일어난 이후 영국은 이들을 겨냥한 대테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면서 영국 내 무슬림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앞서 영국은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의 유대인을 비화한 벽화를 옹호하는 발언이 재조명되면서 반유대주의 문제로 시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UN 조사 이후 영국 정부는 “영국 내 인종차별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행해지고 있다면 영국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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