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규제 묶인 저축銀]①혁신성장 꽉 막혔다..서민금융 활성화 '무색'

지역주의 원칙에 갇힌 저축은행
금융당국 '전국 단위 영업 막겠다'
의무대출비율ㆍ비상장사투자 등 제한
"자생력 없는 저축銀 79곳 중 10곳
간판만 단 채 오너의 사금고 전락"
  • 등록 2018-11-14 오전 6:00:00

    수정 2018-11-14 오전 10:19:13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유현욱 김범준 기자] “국내 저축은행은 총 79개지만 이중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마을금고처럼 운영되는 곳이 10여개사에 이릅니다. 하지만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이 꽉 막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라이선스만 유지한 채 오너의 사금고로 전락한 셈이죠.”

최근 사석에서 만난 A저축은행 대표는 정부가 저축은행에 서민금융의 전초기지 역할을 주문하고 있으나 현실은 정반대라며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1972년 상호신용금고법이 제정된 지 46년째다. 시대도 상황도 바뀌었는데 ‘소규모·소지역 민간금융기관 육성’이라는 낡은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저축은행 종사자의 기를 꺾어놓는 규제를 추가하기만 할 뿐 사라진 규제는 전혀 없다시피 하다”고 꼬집었다.

저축은행 성장판 잘라놓은 낡아빠진 영업구역 제한

저축은행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되 반대급부로 중금리 대출 활성에 매진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식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복수의 저축은행 대표들은 “옥죄기만 고집해서는 저축은행들이 규제를 회피할 궁리만 하게 된다”며 “이중삼중 중첩된 규제에 적응하느라 정작 본업인 서민금융 활성화에는 애를 먹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저축은행들이 완화를 요구한 △M&A 제한 △영업권역 제한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 비율 △비상장사 투자 제한 등은 해묵은 규제들이다. B저축은행 대표는 “비대면 채널을 통해 시중은행들과 경쟁하는 현실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저축은행들이 79개나 되는 만큼 규모에 따라 계단식 규제를 적용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이 적재적소에 원활한 중금리대출을 공급하려면 낡아빠진 영업구역 제한부터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축은행은 본점 소재지를 기준으로 서울, 인천·경기, 대구·경북·강원,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전북·제주, 대전·충남·충북 등 6개 영업구역으로 나뉜다. 지난 2010년 3월 상호저축은행법 개정 전까지는 11구역이나 됐다. 자본증가를 한 때에는 본점이 소재하는 광역자치단체에 한해 지점을 설치할 수 있게 한 이 같은 제한조치는 1972년 8월 법 제정 당시까지 연원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영업구역 제한이 공정경쟁을 저해해 지역 금융소비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저축은행은 물론 정부 내에도 있었다. 가깝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말 “저축은행은 원칙적으로 지점설치가 금지돼 있고 예외적으로 영업구역 내·외에 지점 설치할 때도 엄격한 인가요건으로 제한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정위는 금융위와 조율 끝에 영업구역 내 지점 등의 설치요건을 완화하는 선으로 매듭지었다. 영업구역 외 지점 설치 규제 유지를 고수하는 금융위의 고집을 꺾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업구역에 인수합병 제한·의무대출비율 뒤엉켜

금융당국이 영업구역 제한에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역주의 원칙을 금과옥조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는 M&A를 제한하는 논리와 직결돼 있다. 금융위원회는 “영업구역 확대를 초래하는 동일 대주주의 3개 이상 저축은행 소유지배는 불허한다”고 못박으며 “사실상 전국 단위 영업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타 금융권역과 달리 지배구조가 1사(인)에게 집중된 경우가 많아 대주주 요구에 따른 공동대출, 공동투자 등 불건전한 영업행위 발생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전국화를 막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 단적인 사례가 J트러스트그룹의 2016년 DH저축은행(부산·울산·경남) 인수 불발이다. JT친애저축은행(서울)과 JT저축은행(인천·경기)을 거느린 J트러스트그룹은 인수 막바지 영업구역 확대를 우려한 금융당국의 불허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합병도 불가능하기는 매한가지다. 키움저축은행과 키움YES저축은행은 어정쩡한 투 뱅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불필요한 중복 투자도 방지할 수 있다는 설득에도 금융당국은 불가 방침을 굽히지 않는다. C저축은행 대표는 “대부업체들도 전국구 영업을 하고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전국구 영업을 한다”며 “리스크와 규제강도가 비례한다는 금융당국 기준을 보더라도 유별날 정도”라고 말했다.

의무대출비율 규제 역시 영업구역 제한으로부터 파생되는 이슈다. 저축은행이 속한 권역에서 기업과 개인 대출이 전체 대출의 일정 비율을 넘어야 하는 권역별 의무대출비율 목표가 있다. 서울, 인천·경기 지역은 의무대출비율이 50%이며 나머지 4개 권역도 의무대출비율이 40%다. D저축은행 대표는 “영업점 방문 없이 신청부터 실행까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대출에 익숙해진 서민들의 니즈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규제”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손발 묶어둔 비상장사 투자 제한(10·10룰)도

저축은행들은 비상장사 투자 제한도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10·10 룰’로 불린다. 비상장 주식과 비상장 회사채의 합계액은 저축은행 자기자본의 10% 이내로 제한된다. 또 동일한 비상장회사의 주식은 해당 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0% 이내이어야 한다. A저축은행 대표는 “투자도 하고 자회사도 만들어가며 확장을 해야 할 판인데 10·10룰에 저촉되지 않으려면 말 그대로 엔젤투자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사태 이후 자정 노력의 결과 안정성이 이전보다 한결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또 저축은행 관련 규제 합리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다만 영업구역 제한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시기상조로 본다. 의무대출비율의 경우 차주인 중소기업의 사업·생산과 직접 관련이 있는 부동산 담보물의 소재지가 영업구역 내에 있으면 영업구역 내 대출로 인정하는 식으로 일부 완화 중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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