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규제 묶인 저축銀]②"가만히 있어라"..부실 트라우마에 갇힌 정부

"변화 흐름 따라가지 못해" 지적
  • 등록 2018-11-14 오전 6:00:00

    수정 2018-11-14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사고 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지난 2011년 2월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터진 지 7년이 지났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저축은행=부실’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다. 일련의 규제 완화가 대규모 부실로 이어졌다는 뼈아픈 지적 때문이다.

부실 사태 정리를 일단락한 후인 2012년 5월 금융당국의 의뢰에 따라 한국금융연구원은 저축은행 백서를 내놨다. 백서에는 대규모 부실의 원인으로 정책 실패를 지목했다. 2008년 말 금융위기 당시 8개 부실 저축은행 처리를 업계 인수합병(M&A)을 통해 해결한 것이 단초를 제공했다고 꼬집었다. 부실저축은행 자율 M&A 촉진책이 저축은행의 대형화를 야기했고 부실확대 등 문제를 불러왔다는 진단이다. 이후 금융당국의 복지부동을 정당화하는 핵심 논거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금융시장 ‘대격변의 시기’

문제는 금융의 영역이 디지털과 글로벌로 확장되는 대격변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점이다.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 상당수 금융사는 도태될 전망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은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는 금융당국도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는 등 변화의 물꼬를 틔운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유독 저축은행만에 대해선 물길을 가로막아 섰다. 이는 저축은행중앙회 중심의 IT통합을 통해 IT안정성 확보를 제안한 저축은행 백서와 상충하는 방향이라서다.

뒤늦게나마 웰컴저축은행이 올해 4월 업계 최초로 통합금융플랫폼을 선보인 데 이어 SBI저축은행도 내년 출시를 앞뒀지만 디지털 전환 속도를 늦추는 걸림돌은 여전하다. 지난 7일 서울시 등이 공개한 제로페이 참여사업자 명단에는 저축은행이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신협이나 새마을금고가 시중은행들과 나란히 참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디지털 전환, 저축은행중앙회 통해야 가능

물론 저축은행들이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실제로 웰컴저축은행은 축적한 핀테크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포용적 금융확산에 이바지할 수 있다며 참여를 고심했으나 저축은행중앙회를 거치도록 한 현행법이 발목을 잡았다. 정부는 2006년 12월 개별 저축은행이 각자 지급결제업무를 추진할 경우 관리·감독이 어려워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저축은행중앙회를 앞세웠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인수합병 제한과 영업구역 제한이 규제의 줄기라면 법, 시행령, 감독규정 내 잔가지와 같은 규제가 잔뜩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영업 확대도 난망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카드사와 증권사가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해외송금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저축은행은 자금세탁방지 의무에 대한 이행 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고배를 마셨다. 이에 해외송금 업무를 시작으로 해외 금융기관과 협력을 강화하려 한 저축은행들의 사업계획도 물거품이 돼 버렸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환전 업무만 생색내기 식으로 규제를 연 것은 저축은행을 못 미더워하는 정부 인식을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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