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텃세에 밀린 로스쿨 변호사…4명 중 3명 서울서 개업

사법시장 분산 꽤한 정부, 전국 각지 로스쿨 25개교 설치
최근 5년간 개업 신고한 변호사 중 4분의 3은 서울에 등록
  • 등록 2016-08-29 오전 6:30:00

    수정 2016-08-29 오전 6:30:00

‘로스쿨 취업박람회’가 지난 2월 4일 오후 부산시 동래구 소재 호텔에서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이예린(가명·29) 변호사는 올 초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제 5회 변호사 시험(변시)에도 합격해 목표로 했던 변호사가 됐다. 전라북도에서 나고 자랐고 학교도 전북대를 다녔지만 이 변호사의 첫 직장은 서울 서초동 소재 A 법무법인이다. 이 변호사가 전북 지역을 떠난 건 수습 변호사로 일을 시작할 법무법인 등을 찾기 어려워서다.

이 변호사는 “지역 법률시장은 서울보다 작아서 일자리를 찾기 쉽진 않다”라며 “지역 인맥이나 학연 없는 로스쿨 졸업생이 지역 법무법인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서울 쏠림현상 해소를 목표로 전국 각지에 로스쿨을 분산해 도입했지만 시행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서울 쏠림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소하고 폐쇄적인 지방 법률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데다 기업소송 등 돈벌이가 되는 대형소송이 대부분 서울이 집중돼 있다는 점도 변호사들이 서울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로스쿨로 늘어난 변호사 서울로 집중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에 신규 등록한 변호사수는 △2012년 942명 △2013년 1082명 △2014년 1225명 △2015년 1229명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서울변회에 신규 등록한 변호사는 511명이다. 올해 말에는 1000여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12년부터 올 8월까지 서울변회에 등록한 누적 변호사 수는 4989명으로 지난 5년간 신규 등록한 전체 변호사 6624명 중 75.3%나 된다.

신규 등록 변호사 4명 중 3명은 서울에서개업하거나 서울 소재 법무법인에 취업했다는 얘기다.

신규 등록 변호사들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시험을 통과한 로스쿨 변호사와 사법시험을 치른 뒤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40~45기 수료생들이다. 판·검사와 재판연구원(로클럭), 법무관 출신은 제외한 수치다.

법무부는 해마다 1000여명씩 선발하던 사법시험 합격인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중이다. 사법시험 합격자는 2012년 506명으로 절반으로 줄었고 이듬해부터 306명, 204명에서 지난해 153명까지 감소했다. 그럼에도 서울변회 등록 변호사가 되레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시 출신 변호사들이 비운 자리를 로스쿨 출신이 채우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지방변회 등록 변호사수는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다. 같은기간 경기도에서 개업하거나 취업한 변호사가 276명으로 뒤를 이었으나 서울변회 등록 변호사의 5.5%에 그쳤다. 인구수 355만명(2015년 기준)의 대도시 부산에서 개업하고나 취업한 변호사는 같은 기간 263명에 그쳤다. 서울의 0.5%다. 이어 인천(185명), 대구(153명) 순이다. 제주는 31명으로 14개 변회 중 가장 적었다.

시장작고 텃세 심해 지방 법률시장 외면

변호사가 서울 등지로 몰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법률시장의 규모 차이다. 기업 등이 내는 대형 민사 소송 등은 서울중앙지법 등 서울 내 주요 법원에 몰린다. 소송액에 따라 수임료가 책정되기 때문에 대형 로험이 대부분 주요 사건이 몰리는 서울에 집중돼 있다.

지방 소재 로스쿨을 졸업했다고 해도 지역내 연고가 없어 서울로 상경하는 경우도 많다. 지방 로스쿨 입학생 중 상당수는 서울서 대학을 졸업하고 지방 소재 로스쿨에 입학했다.

.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서울과 비교했을 때 경제규모 차이 등으로 타 지역 법률시장은 매우 작다”라며 “장래를 생각했을 때 서울에서 활동하는 게 낫기 때문에 상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는 “서울 등 수도권에 몰린 각종 기업과 정부기관 등이 법률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므로 소송도 서울로 몰린다”라며 “경력과 인맥이 없는 초임 변호사가 지역에 나홀로 사무소를 열어서 고객을 유치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 법률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점 때문에 탈서울하는 변호사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다양한 전공을 갖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지방에서도 새로운 법률시장을 개척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 이호영 대변인은 “다른 지역보다 서울중앙지법 등에 워낙 사건이 많아서 로스쿨 변호사도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개업할 수는 없다”면서도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가 전통적인 법률 시장을 넘어서서 뻗어 가는 추세이므로 다른 지역으로도 점진적으로 퍼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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