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무기]"수색은 개처럼 운송은 말처럼"…첫 국산 군사로봇 '견마'

ADD 등 국내 연구진, 국방로봇 개발 프로젝트 성공
감시와 정찰, 지뢰 탐지 및 물자수송 등 임무 수행
이동형 무선통신으로 원격 운용자에게 실시간 정보 전달
민수용 개발 시 재난구조 물자수송 시설감시 등으로 활용
  • 등록 2016-03-27 오전 10:55:30

    수정 2016-03-27 오후 4:24:43

이무기는 상상 속 동물이다. 이무기는 천 년을 물속에서 살며 기다리다 때를 만나면 천둥, 번개와 함께 승천해 용(龍)이 된다. 우리 군은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1960년대부터 국산무기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50년 동안 쌓아온 기술력은 해외 수출로 이어지며 결실을 맺고 있다. ‘용이 된 이무기’ 국산무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2008년 어느 봄날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국방과학연구소(ADD) 창원 시험장 정비동 앞을 차량 헤드라이트가 환히 밝히고 있었다. 그동안 각 기관에서 개발해온 ‘견마로봇’ 부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처음 완성체 테스트를 진행하는 날이었다. 견마로봇은 국내 최초의 군사용 로봇이다. 이날 견마로봇은 첫 실험에서 연구원의 제어명령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내 기술로 우리 연구원들이 만든 견마로봇의 결과를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2005년 11월 견마로봇 개발을 시작한지 3년만의 성과였다.

장애물 알아서 피하고 적 공격 대비해 기관총도 탑재

견마로봇은 개 견(犬)과 말 마(馬)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 개처럼 냄새를 맡으며 수색을 하고 말처럼 물건을 옮기는 로봇이라는 의미다. 시설감시경계용으로 개발된 견마로봇은 근접 전투, 감시 정찰, 주요 시설 감시 경계, 지뢰 탐지 및 물자수송 등의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가로 2.8m, 세로 1.8m, 높이 1.7m, 무게 1.5톤(t)의 견마로봇은 최고 시속 50km로 주행한다. 8시간동안 작동하면서 주·야간 전방 300~800m 거리 내에 적군을 탐지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견마로봇은 네트워크 기반의 이동형 무선 통신을 통해 6km 이상 떨어진 인근 부대와 실시간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정해진 경로나 지도 상에 정해놓은 지점을 통과하도록 명령하면 자율 주행한다. 정해진 시설에서 자동으로 기동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감시정찰을 위한 확장형 감지장치와 필요 시 적에 대응하기 위한 기관총, 목소리로 암구호를 확인하는 음성 송수신 장치 등도 탑재했다.

자율감시기능은 견마로봇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정해진 기동로나 시설을 자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하면서 철조망을 감시하고, 정지해서는 은닉상태로 움직이는 표적을 자동으로 탐지한다. 이 정보는 원격 운용자에게 전달된다.

원격 운용자는 평소 다른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영상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필요시 감시 장치나 무장을 통해 원격 사격도 가능하다. 통신수단은 2006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던 와이브로 통신장치를 개선해 탑재했다. 다른 견마로봇의 원거리 운용을 위한 통신 중계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6개의 바퀴가 달린 차량을 기반으로 개발된 견마로봇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ADD는 유사장비인 미국의 MDARS-E(Mobile Detection Assessment and Response System-Exterior)나 이스라엘이 국경지대에 배치해 운용하고 있는 무인차량 ‘가디엄’(Guardium)과 비교해도 견마로봇이 성능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스라엘의 무인차량은 주행로 상에 장애물이 등장하면 일단 가동을 중단하고 원격 운용자가 원격제어로 장애물을 회피한 후 다시 자율 주행한다. 여러 대를 운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많은 운용자가 필요한 셈이다. 반면 견마로봇은 장애물을 스스로 회피할 수 있어 주행로상에 예기치 못한 장애물이 등장해도 원격제어 없이 지속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1명이 동시에 최대 8대까지도 운용할 수 있다.

미국의 MDARS-E는 디젤 엔진을 탑재해 가동시 상대적으로 소음이 크다. 반면 견마로봇은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하고 있어 저속으로 단거리를 운행할때는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쓰기 때문에 소음이 없다. 원거리를 고속 이동할 때는 가솔린 엔진을 가동하고 엔진 가동 중에 배터리는 자동 충전된다.

로봇 폭발로 화재, 프로젝트 접을 뻔

견마로봇 프로젝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3개의 국가출연연구소와 5개의 방위산업 기업, 12개의 로봇 중소기업이 협력한 대규모 사업이다. ADD에서도 240명이나 참여했다.

견마로봇으 개발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8년 불의의 사고로 테스트 중이던 견마로봇 시제품이 잿더미가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이브리드 엔진을 적용한 견마로봇은 가솔린 엔진과 배터리로 동력을 얻는다. 연일 계속되는 테스트를 위해 배터리를 충전하다 과충전으로 배터리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견마로봇 실험실은 매캐한 연기와 소화기 분말로 가득 찼다. 이후 한동안 사고 관련 보고와 대책 마련으로 연구개발과는 담을 쌓고 지내야 했다. ADD 관계자는 “당시에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 서서 좀 더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장비를 개발하게 된 계기였다”고 회고했다.

견마로봇이 기동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육군 견마로봇 소요제기…공군도 기지방호에 활용 검증

견마로봇 개발팀은 2009년 12월부터 다시 3년간의 시험개발을 통해 3가지 모델을 만들어냈다. 야지 주행성이 뛰어난 군수용으로 운용자가 탑승하지 않는 모델, 저가 민수용으로 1명의 운용자가 탑승해 유인 운용이 가능하고 필요시 무인으로도 운용할 수 있는 반무인형 모델, 민수 및 군수 겸용으로 사용 가능하며 2명의 운용자가 탑승하거나 무인으로도 운용 가능한 중저가형 모델이다.

이 시제품들에 대해 국방부가 처음으로 로봇을 활용한 전방에서의 전투실험을 추진했고, 2013년에는 육군이 처음으로 감시정찰 및 수색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무인로봇 소요를 제기했다.

견마로봇 개발팀은 2014년 말부터 견마로봇을 공군 기지방호에 활용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일종의 실용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진행되는 이번 사업에서 견마로봇은 활주로 담벼락 순찰과 이상징후 탐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ADD는 향후 추후 견마로봇의 일부 기능을 가감하거나 임무장비를 선택적으로 탑재하는 등의 실용화가 이뤄지면 견마로봇을 더 다양한 시설의 감시경계장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0년경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군사용 지상로봇을 활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ADD 관계자는 “견마로봇은 정교한 레이더 등을 탑재해 악천후에도 스스로 환경을 인식하고 원격 운용자의 최소한의 조작으로도 운용되는 장비로 발전할 것”이라면서 “민수용으로 개발할 경우 테러진압, 재난구조용, 물자수송, 시설감시 등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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