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작가 "어디까지가 진짜일까…'금세 읽었다'는 말 기뻐"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으로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
"'상의 무게'에 걸맞는 작가 돼야겠다 다짐"
차기작은 10대 연애담 소재
  • 등록 2019-04-25 오전 7:41:05

    수정 2019-04-25 오전 7:41:05

박 작가는 “작품을 쓸 때 ‘작가 박상영’과 화자인 ‘나’ 사이의 간극을 조절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독자들이 어디까지가 진짜 벌어진 일인지 적극적으로 추리하며 읽는 것을 보면, 내 기획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사진=문학동네).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그럼 오늘부터 저를 우럭이라고 부르세요. 쫄깃하게.” “아니요, 광어라고 부르겠습니다. 속이 다 보이거든요.”

2016년 등단해 2년 만에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같은 상의 대상까지 거머쥔 박상영(31) 작가. 그의 소설은 단숨에 결말을 읽게 만드는 독특한 흡입력과 유머가 적절히 녹아있다.

등단작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와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등을 통해 ‘퀴어 문학’의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게이 화자가 지난 연애사를 털어놓는 것이 소설의 반복되는 구조다. 이번 대상 수상작인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에도 어김없이 게이화자가 등장한다.

박 작가는 “‘퀴어’는 지금 이 사회에서 꼭 다뤄져야할,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가끔 독자평을 찾아 볼 때 ‘금세 읽었다’거나 ‘감정의 몰입이 좋다’는 소리를 들으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관계의 민낯’ 보여주려”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은 아들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엄마와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애인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그들을 떠나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를 담았다.

“도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은 세상천지에 가장 남자답고 매력적인 사람이며, 나는 그냥 게이스러운 게 몹시 티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꼰대 디나이얼 게이 같은 점이 소름 끼치게 싫었지만, 그런 그에게 정신없이 빠져드는 내 마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41페이지)

박 작가는 “한 작품 속에 여러 세대와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다루느라 쓰면서 무척 고생을 한 작품”이라며 “‘상의 무게’에 걸맞은 작가가 되어야한다는 부담감과 더불어 앞으로 작가로서 어떤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선 엄마와의 ‘관계’와 동성의 ‘사랑’을 키워드로 다뤘다. 수십장의 자소설(자기소개서)을 썼지만 우수수 떨어지는 ‘나’를 통해 IMF 키드 세대의 좌절도 보여준다. 특히 게이 화자의 감정 묘사와 어머니와의 일화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대부분은 내가 지어내거나 가공한 이야기다. 다만 실제로 어머니께서 암 투병을 하신 적이 있고, 억압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것 등의 공통점이 있기는 하다.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지만, 동시에 타인과 적극적으로 상처를 주고 받는 존재이기도 하다. 사랑의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 없이 ‘관계의 민낯’을 보여주고 싶었다.”

△올 가을 두번째 작품집…“언제나 기대감 주고파”

평소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이나 신경숙의 ‘외딴방’,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과 같은 사소설적 요소가 짙은 작품을 즐겨 읽는다. 대학을 졸업하고 잡지사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그는 일반 회사를 다니며 글쓰기를 병행하다가 얼마전 전업작가로 전향했다.

“고생하면 살이 찌는 타입이다. 현재 내 인생 초미의 관심사는 다이어트다.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고도비만과 지방간 판정을 받았다. 얼마 전 참석한 젊은작가상 시상식에서는 ‘축하합니다’ 다음으로 많이 들은 얘기가 ‘왜 이렇게 살이 쪘어’였다. 살 빼는 게 절실해 다이어트를 주제로 하는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를 연재하고 있는데 되려 살이 쪄버렸다. 사는 게 참 뜻대로 안 된다.”

올 가을쯤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이 포함된 두 번째 작품집이 나올 예정이다. 하반기부터는 문학동네 인터넷 카페에서 장편 소설도 연재한다. 박 작가는 “지금까지 써온 것과는 달리 스릴러적 요소가 가미된 10대의 연애담을 쓸 것”이라며 “언제나 독자들에게 기대감과 만족감을 주는 작가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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