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뎅이를 까볼까"…유치해도 웃음 가득한 '그리스'

6년 만에 무대 오른 고전 뮤지컬
LED 영상·세련된 편곡 '변화 가미'
"마음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
  • 등록 2019-05-21 오전 8:01:58

    수정 2019-05-21 오전 8:01:58

뮤지컬 ‘그리스’의 한 장면(사진=오디컴퍼니).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방뎅이를 까볼까?” 햄버거를 먹은 뒤 돈이 없어 난감해하는 친구들에게 로저가 뜬금없는 제안을 한다. “섹시한 방뎅이”라며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로저. 급기야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는 뒤로 돌아 춤을 추다 바지를 벗어젖힌다. 객석에서는 예상치 못한 ‘엉덩이 노출’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뮤지컬 ‘그리스’의 한 장면. 배우가 엉덩이를 노출하는 것으로 유명한 넘버 ‘무닝’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해 관객을 웃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가사. 이전까지는 엉덩이를 ‘궁둥이’로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방뎅이’로 표현해 재미를 더한다.

유치해 보이는데 웃음을 멈출 수 없다. 6년 만에 새 단장을 하고 돌아온 ‘그리스’의 매력 포인트다. 댄스파티로 막을 여는 2막에서도 이러한 매력이 빛을 발한다. 객석 통로로 등장하는 배우들이 관객 앞에서 춤추며 극장을 ‘흥’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20~30대 관객은 물론 중년의 아저씨,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도 배우들과 함께 춤추는 이색 풍경을 연출한다.

‘그리스’는 1972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고전 뮤지컬로 국내에서도 2003년 초연한 이래로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다. 제작사 오디컴퍼니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지금까지의 ‘그리스’는 잊어라”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복고풍 뮤지컬이지만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이전에 보지 못한 색다른 무대를 선보이겠다는 각오였다.

실제로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 후면에 대규모 LED 스크린을 배치하는 등 최신 무대 기술을 활앙한 점이 눈에 띈다. 세트를 최소화하는 대신 투명 LED 영상을 활용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1막의 대표 넘버인 ‘그리스 라이트닝’에서는 LED 영상과 자동차 세트를 동시에 활용하며 볼거리를 선사한다. 다만 컴퓨터그래픽(CG) 느낌이 강한 LED 영상과 아날로그 감성의 세트가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도 든다.

음악에서도 변화가 눈에 띈다. 로큰롤이 유행하던 1950년대 올드 팝 분위기의 넘버들은 최신 K팝 분위기의 세련된 편곡을 가미해 세대에 상관없이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신인의 등용문’이라는 명성답게 오디션으로 신예 배우들의 활약도 참신함을 느끼게 한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프로듀서는 이번 ‘그리스’의 새로운 프로덕션에 대해 “최근 진중하고 다소 무거운 작품을 많이 제작해왔기에 ‘그리스’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뮤지컬로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 말처럼 이번 ‘그리스’는 오랜만에 신나는 뮤지컬 한 편을 즐긴다는 생각으로 감상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다만 작품이 담고 있는 스토리를 이렇게 가볍게만 봐도 되는지 의문이 생긴다. 술과 섹스, 폭력에 거리낌 없는 미국 10대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이렇게 편하게 봐도 되는지 잠시 주저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고민도 잠시, 객석에서 끊이지 않는 웃음과 박수가 가벼움에 몸을 맡기게 만든다. 8월 11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뮤지컬 ‘그리스’의 한 장면(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그리스’의 한 장면(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그리스’의 한 장면(사진=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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