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때 꼭 체크하는 필수문항, 바로 ‘가족력’이다. 그만큼 가족력은 미래질병예측의 지표가 될 수 있다. 오한진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가족력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 유전성 질환과의 차이는?
가족 내에서 어떤 질병이 집중적으로 발생되는 경우를 ‘가족력 질환’이 있다고 한다. 즉 의학적으로 3대(조부모, 부모, 형제)에 걸쳐 같은 질환을 앓는 환자가 2명 이상이면 ‘가족력’이 있다고 본다. 집안에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가 많이 생긴다는 점에서 유전성 질환과 혼동될 수 있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유전성 질환은 특정한 유전 정보가 자식에게 전달돼 질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상 유전자의 전달 여부가 질병의 발생을 결정한다. 예를 들면, 다운증후군, 혈우병, 적녹색맹 등이 있다. 이런 대표적인 유전병은 사전 검사를 통해 유전될 확률을 예측할 수는 있다. 하지만 대체로 예방할 방법은 없는 난치성 질환이다.
△ 발병 확률이 얼마나 높을까?
대표적인 가족력 질환으로 고혈압, 성인 당뇨병, 심장병, 고지혈증, 뇌졸중, 비만 등이 있으며 이들 질환은 생활습관과 관련이 깊다. 또한 유방암, 대장암, 폐암, 위암 등 일부 암도 가족력 질환으로 꼽힌다.
우선 부모나 가족 중 심장병 환자가 있으면 심장병 위험이 다른 사람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오 교수는 “심장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흡연,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운동 부족 등으로, 이런 요인들과 가족력이 합쳐지면 발병 위험은 더욱 커진다”고 설명했다.
고혈압의 경우 부모 모두 정상일 때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은 4%에 불과하지만, 부모 중 한쪽이 고혈압이면 30%, 양쪽 모두이면 50%까지 올라가고, 어머니가 골다공증인 경우 딸에게 발병할 가능성은 일반인보다 2~4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 중 어느 한쪽만 비만인 경우 자식이 비만이 될 확률은 30~35% 정도이고, 부모 모두 비만인 경우는 60~70%까지 높아질 수 있다. 이는 유전적으로 기초 대사량이 낮거나 체지방의 저장 정도를 인식하는 뇌의 기능이 둔감한 경우도 있고,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유전되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또 부모 중 한명이 당뇨병을 가지고 있으면 자식에게 당뇨병이 발병할 확률은 15~20%, 부모가 모두 당뇨병인 경우는 30~40%까지 당뇨병 발생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암 역시 가족력 질환에 속한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대장암 환자의 15~20% 정도가 1대의 친척(형제, 부모, 자식)에게서 물려받은 것이고, 전체 대장암 환자의 10~30%는 가족성으로 발생하는 가족성 대장암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나 형제 중 1명의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발병 확률은 2~3배 높아지고, 2명의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그 확률은 4~6배로 높아진다.
어머니, 자매, 딸 등 직계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다면 유방암 발생 위험성이 2~3배 높다. 특히 직계 가족 중 1명 이상이 폐경기 이전에 유방암에 걸렸다면 유전성 유방암일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암 발생 확률은 최고 9배까지 높아질 수 있으므로 조기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특정 질병의 가족력이 있다면 가족 모두가 부지런히 식생활 개선과 운동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예를 들면, 고혈압 가족력이 있으면 과식, 과음, 짜게 먹는 습관이 가족 전체에게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식습관을 고쳐 혈압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뇨병은 유전적 소인이 강하지만 엄격한 식사요법과 꾸준한 운동, 체중 감량으로 발병 가능성을 낮출 수 있으며, 골다공증 가족력이 있다면 신체 활동을 늘리고 인스턴트식품을 줄이는 식으로 식생활을 개선하도록 한다.
오 교수는 “가족력이 있다고 그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발병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 절제하는 식생활 등 바람직한 생활습관을 가지면 가족력 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