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①맘껏 뛰논 '행복한 젖소'…유기농 가치 입증

유기농 우유시장 개척한 매일유업
김복용 선대회장 "유기농이 미래"…고창군 낙농가 끈질기게 설득
항생제·수유촉진제 사용 않는 목장 조성
유기농 우유 시장 점유율 93%, 소비자가 먼저 인정
  • 등록 2017-12-28 오전 6:15:00

    수정 2017-12-28 오전 6:15:00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전북 고창군 상하면. 선운사 인터체인지(IC·나들목)를 빠져나와 22번 국도와 77번 국도를 거쳐 2차선 좁은 시골길을 한참 달리면 매일유업(267980)의 상하 유기농 우유 생산공장이 나온다.

고(故) 김복용 선대회장은 유기농 우유 생산공장 부지로 상하면을 고집했다. 이유는 단 하나. 교통이 좀 불편하더라도 상하면은 유기농을 위한 최적의 자연환경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비옥한 황토와 깨끗한 물을 자랑하는 상하면은 해풍이 공기를 순환시키는 해양성 기후로 겨울에도 일정 온도 이상을 유지한다. 특히 천혜의 청정지역으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친환경 인증을 받을 정도로 유기농을 시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생전의 김 선대회장은 지방자치단체 고창군, 목장주들과 의기투합해 유기농 우유 생산에 몰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시장 개방의 파고 속에 낙농 산업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는 고부가 가치의 유기농 낙농제품 생산기지를 구축, 고도의 기술과 전문기술을 축적하는 데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1월 타계하기 하루 전날까지도 상하를 둘러볼 정도로 유기농 우유에 깊은 애착을 보였다.

김복용 매일유업 선대회장(사진=매일유업)
◇시행 초기 난항 겪었지만…1년 만에 유기농 우유 점유율 50%

“환경이 변하고 먹이도 유기농으로 바꾸자 가뜩이나 예민한 젖소들이 점점 야위어갔어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소들은 죽기까지 했습니다.”

매일유업과 손잡고 처음 유기농 목장을 시작한 신영목장 신종식 목장주는 “자식 같은 소들인데 괜한 고생을 시키는 것 아닌가 싶어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도 “낙농가의 미래를 위해 어렵게 시작한 일이라 포기할 수 없었다”고 돌이켰다.

김 선대회장이 유기농 우유 사업을 시작하려 할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반대했다. 당시 멜라민 파동, 광우병 사태 등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두려움이 높아졌던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봐야 생산성은 낮을 게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김 선대회장은 그러나 ‘유기농은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신념 아래 상하 지역의 목장주들을 일일이 설득했다.

우수한 자연 환경 속에 상하면에는 오랜 기간 낙농업을 성장시켜 온 수십 년 경력의 목장주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하지만 다들 쉽사리 유기농으로 전환하길 꺼렸다. 6개월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과정도 까다로워서였다. 특히 순조로운 일반 우유 생산을 중단하고 새로운 환경에 젖소를 적응시켜야 하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다. 김 선대회장의 끈질긴 설득과 ‘구애’ 끝에 약 40여 농가가 유기농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시작부터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시행 초기 기존 사료에 익숙한 젖소가 유기농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 실패를 거듭해 14곳만이 자리를 잡았다.

매일유업과 낙농가의 도전이 어려움을 겪던 중 고창군은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고창군은 유기농 낙동가들이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2007년 2억27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이듬해에는 예산을 7배 이상 늘려 16억원을 낡은 시설의 교체와 유기농 우유 생산을 위한 시설의 증·개축 등에 투자하도록 했다.

유기농 제품에 상하목장이라는 지역명을 사용하는 데 대한 보상 차원과 미래 지향적인 유기농 낙농가 육성이 정부 정책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아직도 ‘상하’를 외국 브랜드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하목장의 ‘상하’는 우리 고장의 순수 이름이다. 하늘 상(上), 땅 하(下), 하늘이 주는 자연 그대로, 땅의 사람이 정직하게 담아 전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3년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2008년 6월 드디어 ‘매일 상하목장’이라는 유기농 우유를 출시했다.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자 고창군수와 지역 낙농가들은 벅찬 감회와 감동에 눈시울을 붉혔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상하목장은 출시 1년 만에 유기농 우유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했다.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시장 점유율 93%를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다.

국내 유기농 우유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도 했다. 2008년 약 50억원 규모이던 국내 유기농 우유시장은 지난해 약 700억원대 시장으로 크게 늘었다.

매일유업은 지금도 회사의 이익 추구를 넘어 유기농 낙농가의 발전을 중요한 숙제로 여기고 있다.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은 “당장 기업의 이익보다는 고창군의 농가들과 협력해 전북 고창을 친환경 중심지로 만들고자 한다”며 “시장의 성장에 따른 유기농 낙농가를 추가로 발굴하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고품질 유기농 우유, 어떻게 만들어지나

‘자연, 사람, 동물의 공존’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는 매일유업은 유기농 우유 출시를 시작으로 최근 ‘케피어12’ 출시에 이르기까지 청정한 자연 그대로의 가장 정직한 유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강한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가 자라는 목장 환경을 잘 가꾸는 게 중요하다.

상하목장은 넓은 초지를 확보하고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과 무농약, 무화학 비료의 유기농 목초 및 사료만 제공한다. 또 유기농 목초를 만들기 위해 땅의 합성농약, 화학비료 성분을 빼내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복귀시키는 과정에만 3년 이상의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

이 뿐만 아니다. 젖소 1마리가 사용할 수 있는 면적과 방목장은 각각 17.3㎡, 34.6㎡ 이상이고 초지 또한 젖소 1마리당 916㎡ 이상 확보했다. 사료는 유기 농산물과 그 부산물로만 한다. 농약, 화학비료, 항생제, 수유촉진제, 유전자변형(GMO) 농산물 등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정성 들여 생산한 원유는 철저한 살균 과정을 거친다.

상하목장은 살균 전 마이크로필터 과정을 거쳐 더욱 꼼꼼하고 깨끗하게 우유를 담아낸다. 온도와 시간에 민감한 유기농 우유의 특성을 고려해 특별히 설계된 상하공장에서 생산된다.

특히 마이크로필터레이션 공법으로 인체에 해로운 세균과 미생물을 99.9% 제거한다. 2마이크로미터(μm= 0.01mm)이하의 특수 필터를 설치해 유해한 세균을 완벽히 걸러내는 시스템이다.

또 한 번의 살균 과정을 거쳐 유기농 우유의 맛과 영양을 유지한다. 공정이 까다롭고 생산성이 낮은 공법이지만, 소비자에게 깨끗하고 맛있는 우유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상하목장은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친환경 유제품 시장을 선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2012 유기가공식품부문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 유업계에서는 최초로 안전관리 통합인증인 ‘HACCP 황금마크’를 획득할 정도로 생산과 유통 전반에 걸쳐 까다로운 품질 관리를 지향하고 있다. 안전관리통합인증(이하 HACCP)은 소비자에게 안전한 축산물을 제공하기 위해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상하공장 품질 보증팀 관계자는 “완벽한 위생설비를 만들기 위해 아예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로 2차 오염을 근원적으로 차단했다”며 “낙농가에서 어렵게 만든 유기농 우유를 제대로 생산하기 위해서 100억원의 설비 투자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이데일리

  • 04631 서울시 중구 소공로 48 (회현동 2가) 남산센트럴타워 19, 20, 21, 22F 이데일리
  •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
  •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김형철
  •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