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분야는 어느 산업보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빠르게 인식했다. 금융분야에서 생성·활용되는 데이터는 개인의 신용정보다. 예금·대출·카드·보험 등의 금융거래는 신용을 기초로 이뤄지고 금융거래의 이력은 다시 개인의 신용에 반영된다. 금융회사는 이런 개인신용정보를 분석해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한다. 해외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해 혁신을 이룬 핀테크 기업이 금융분야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7만개 변수를 분석해 개인신용평가의 정확도를 60% 높인 미국의 ‘제스트 파이낸스(ZestFinance)’사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데이터 활용은 한발 늦은 상황이다. 그동안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쪽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판교에서 대통령 주재로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 행사가 개최됐다. 정부는 이날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이라는 흐름 속에 ‘데이터 고속도로’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면서 동시에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다루는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
올해 5월부터 전면 시행된 ‘유럽연합 개인정보보호법’(EU GDPR) 등 선진적인 정보보호 제도 등을 국내에 수용해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안전하게 조치된 개인정보(‘가명정보’) 등의 개념을 도입하고 서로 다른 산업분야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국가지정 전문기관에서 안전하게 결합할 수 있는 제도도 확립할 것이다. 아울러 빅데이터 활용 시 고의적으로 특정 개인을 알아보는 등 의무위반 행위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뿐 아니라 과징금 등 행정제재를 통해 엄격한 법적 책임을 묻고 개인정보보호 관리감독체계도 보다 효율적으로 정비해 법적·기술적 안전장치를 빠짐없이 구비해 나갈 예정이다.
다른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금융분야 데이터 활용 및 정보보호 종합방안’ 등 일련의 방안들을 발표했다. 금융분야 데이터의 특수성을 반영해 3대 추진전략에 따라 금융분야에서 추가로 다음과 같은 과제를 추진 중이다.
금융은 본래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이자 일희일비이다. 올바른 금융이라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저축하고 자식들과 노후 생활을 위해 투자하며 자기 신용을 관리해 나가는 대다수 국민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금융시스템을 보다 인간적이고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 개인정보의 오·남용을 방지하면서도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을 찾는 데에 모두의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때다. 안전한 데이터 활용으로 ‘소비자 중심의 진정한 금융혁신’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