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산 비상]②은퇴자산 축적 미흡 왜?... 연금자산 비중↓, 운용수익률 부진

이데일리·미래에셋은퇴硏 공동기획
퇴직연금 비중 미미...원금보장형 안전자산 투자 치중
선진국, 실적상품 통한 적극적 운용으로 은퇴자산 축적
목표수익률 정해 상품설계하는 한국형 모델 개발 필요
  • 등록 2018-11-14 오전 6:10:30

    수정 2018-11-14 오전 10:45:16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한국사회는 2017년을 기점으로 고령사회(65세이상 인구 비중 14% 이상)에 진입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가운데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기조적으로 하락하는 자산디플레 현상도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만 의존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가계의 노후준비를 위한 경제적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데일리와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선진국 가계의 은퇴자산실태 조사는 국내 가계의 이 같은 현실을 투영한다. 한국보다 고령화를 일찍 경험한 선진국 가계 대부분은 노후준비용 은퇴자산으로 금융자산중 최소 30%이상, 최고 60%대까지 적립해 놓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선진국이 고령사회로 진입한 시기를 기준으로 분석해도 △호주(2012년 54.9%) △영국(1975년 52.6%) △네덜란드(2004년 49.0%) △미국(2013년 35.0%) △스웨덴(1971년 31.0%) 등 대부분 국내 가계(25.3%)보다 훨씬 높은 은퇴자산을 비축해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가계는 자산 포트폴리오상 금융자산보다는 부동산 자산 비중(51.3%)이 높지만 자동차나 금 등 각종 귀중품까지 포함한 전체 실물자산 비중(58.3%)은 △미국(69.8%) △영국(66.1%) △호주(63.5%) △네덜란드(58.35)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오히려 낮은 상태. 각국의 거시경제적 여건이나 선호자산이 다르고 제도· 문화적 요인도 동일 잣대로 놓고 볼수는 없지만 한국 가계의 은퇴자산 축적이 선진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은퇴자산 운용수익률 지지부진

문제는 국내 가계의 자산 포트폴리오상 은퇴자산 비중을 늘리는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지출을 포함한 각종 비소비지출에 들어가는 비용만 전체 가계지출의 22.9%(2017년 통계청 가계소득 기준). 더욱이 부채의 덫에 걸려 있는 국내 가계는 자녀 교육비, 예비 결혼자금 등 다른 선진국과는 다른 지출패턴에 발목이 잡혀 있다. 결국 가계소득이 전반적으로 불어나지 않는 상황에선 개별 가계가 은퇴자금을 양적으로 늘리기엔 제약이 있다는 얘기다.

은퇴자산의 운용수익률이 극히 부진하다는 점도 맥을 같이 한다. 개인연금이나 퇴직계좌 등 각종 은퇴자산 운용 과정에서 실적배당형보다는 예금 등 원금보장형 안전자산 투자에 급급한 게 현실이다. 저성장 저금리기조가 이미 고착화된 거시경제상황에서 장기적인 자산축적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다.

선진국 가계의 은퇴자산 비중이 높은 건 가계 소득에서 은퇴자산 배정을 늘렸다기 보다는 실적상품을 통한 적극적인 운용으로 자연스럽게 은퇴자산을 축적한 결과라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실제 은퇴자산 운용의 성패를 좌우하는 국내 연금체계는 후진적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머서(MERCER)와 호주금융센터(ACFS)가 최근 주요 34개국의 연금제도를 평가한 ‘2018 멜버른-머서 글로벌 연금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연금제도는 30위로 최하위권.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각종 사적연금 체계도 낙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심은 은퇴자금의 핵심인 퇴직연금이다. 지지부진한 퇴직연금은 이같은 국내 연금체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가계의 은퇴자산 구성에서 생명보험과 개인연금 비중은 21%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 하지만 퇴직연금 비중은 4.3%에 불과하다. 2005년 제도도입이 의무화됐지만 개별 사업장별 도입율은 26.9%, 전체 근로자의 가입률은 50.0%에 그친다.

연간 수익률은 1.88%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연 1.65%, 한국은행)와 큰 차이가 없다. 최근 5년 연 환산 수익률도 2.39%로 같은 기간 호주(연7.7%) 미국(5.2%)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쳐졌다. 우리나라는 전체 적립금(2017년말 168조원)중 90% 이상이 은행 예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에 가입해 있고, 일단 가입하면 상품 변경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등 시장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을 중도상환하거나 일시금으로 챙기는 가입자가 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퇴직연금 수령 대상자(27만 2255명)의 97.8%가 일시금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자산 포트폴리오 재편...퇴직연금 기금형으로 개혁해야

전문가들은 결국 기존 은퇴자산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적극 권고한다. 심현정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내 가계의 자산포트폴리오는 저성장기 자산디플레시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를 재편하고 원금보장에 급급한 금융자산은 최소한 물가수준을 넘는 수익률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퇴자산의 중심인 퇴직연금도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선 회사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운용할 유인이 없는 DB(확정급여)형보다는 DC(확정기여)형 비중을 늘리고 기존 계약형에서 기금형이나 디폴트옵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철 KG제로인 대표는 “국내 퇴직연금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관심과 방치”라며 “제한된 투자대상, 소극적인 운용 그에 따른 저수익이라는 기존 계약형이 갖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독립된 법인이 관리하는 기금형으로 전환하거나 퇴직연금 가입 시점부터 아예 목표 수익률을 정해 상품을 설계하는 디폴트옵션 방식 등 한국형 인출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개별 가계의 은퇴전략은 고부담 고소득이냐, 저부담 저소득이냐 등의 공적연금 방향성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결국 정부로선 연금개혁의 밑그림을 하루빨리 제시해 개별 가계가 직면한 노후준비의 불확실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퇴직연금 기금형과 디폴트옵션 기금형은 사외에 독립된 관리 법인이 이사회나 운영위원회를 통해 자산을 관리하는 제도. 대부분의 연금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으며 가입자와 사업자간 규약을 통해 운영하는 기존 계약형과 대비된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의 위임아래 기금 관리자가 사전에 결정된 방법으로 투자상품을 자동 선정, 운용하는 방식.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