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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촛불 시위가 벌어졌던 광화문 광장엔 ‘우리’도 있었지만 혐오와 배제도 있었다. 그 광장에 있던 개인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소설가 황정은(43)이 4년 반 만에 신작 ‘디디의 우산’(창비)으로 돌아왔다. 출판시장이 전반적인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도 출간 한 달여 만에 1만5000부가 팔려나갔을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황 작가는 “최근 한국 사회의 구성원에게 강한 영향을 미친 사건들이 등장한다”며 “현실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디디의 우산’은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d’(발표 당시 제목 ‘웃는 남자’)와 ‘문학3’ 웹 연재시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등 연작 성격의 중편 2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인물과 서사는 다르지만 시대상과 주제의식을 공유한다. 황 작가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각자의 경험과 기억들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d’를 쓸 때는 2015년 4월 18일을 계속 생각했다. 시위대가 처음 경찰 차벽을 뚫고 광화문 앞까지 간 날이었다. 세상이 이미 변했다는 답을 듣기에는 너무 가혹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한동안 가방에 노란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공격당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지난 10년은 많은 이들이 광장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한국 사회가 그 속의 개인, 특수성, 소수자성도 함께 생각할 준비를 갖춰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곧 소설이 된다. 가부장제가 지금 한국 사회에서 어떤 모습인가를 생각하고 있다. 첫 번째 단편은 얼마 전에 발표를 했고, 다음 단편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작업을 마치고 나면 요괴 이야기를 쓰고 싶다. ‘디디의 우산’ 속 디디처럼 나도 ‘작은 것 속에 큰 것이 다 있다’고 믿는다. 가급적 오래 글을 쓰다가, 너무 무감해지고 부주의해지면 미련없이 그만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