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남측의 중재자 역할을 ‘삐치개질’(참견질)이라고 폄하하면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때 아닌 때에 떠오른 조미수뇌회담설과 관련해 얼마 전 우리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명백한 입장을 발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최 부상은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구태여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며 “조미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 나가기 위한 도구로 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최 제1부상은 비건 부장관의 북측 카운터파트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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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제 코도 못 씻고 남의 코부터 씻어줄 걱정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가관”이라면서 “이처럼 자꾸만 불쑥불쑥 때를 모르고 잠꼬대 같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북남관계만 더더욱 망칠 뿐”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어떤 인간들은 우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가 ‘미국이 행동하라는 메세지’이고 ‘좀 더 양보하라는 일종의 요구’라는 아전인수격의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참으로 보기에도 딱하지만 ‘중재자’로 되려는 미련이 그렇게도 강렬하고 끝까지 노력해보는 것이 정 소원이라면 해보라”며 “그 노력의 결과를 보게 되겠는지 아니면 본전도 못 찾고 비웃음만 사게 되겠는지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담화는 비건 부장관이 7∼9일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 가운데 미국과 남측에 동시에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비건 부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우리 측 고위 당국자와 연쇄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의 호응 여부는 미지수다. 최 제1부상에 이어 외무성에서 연일 대화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미국이 이번에 낼 대북 메시지도 일단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북미 비핵화 협상 표류·경색 국면에 북미간 간극이 재확인된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