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가족]첫 `한부모가족의 날`…웃지 못하는 싱글맘·대디

한부모 평균연령 43.1세…이혼 78%·미혼 4%
평균소득 202만원…43%, 10시간 이상 근무 ‘워킹푸어’
10명중 8명 “양육비 못받아”…국가개입 강화해야
"양육비 미지급=자녀유기 범죄행위"
"미지급 배우자 운전면허 정지·출국금지 필요"
  • 등록 2019-05-10 오전 7:41:21

    수정 2019-05-10 오전 7:44:21

언뜻 이상해 보이지만 전혀 이상하지 않은 다양한 가족 이야기를 이데일리가 연속 기획으로 게재합니다. 혈연가족이 아니면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뀌기를 기대합니다. ‘이상한 가족’ 기획시리즈에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김성미(가명·43)씨는 지난 2014년 남편 외도로 이혼한 뒤 여섯살 아들을 홀로 키운다. 법원에서 전 남편에게 월 양육비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지만 지난 5년간 단 한차례도 양육비를 받아본 적이 없다.

힘들어도 아이는 번듯하게 키우고 싶어 하루 14시간씩 닥치는대로 일하고 있지만 정작 한 달에 쥐는 돈은 200만원 남짓이다. 긴 시간 동안 아이는 엄마도, 아빠도 없이 방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만 늘었다. 아이 아빠에게 양육비를 받으려면 우선 소송을 해야 하는데 괜히 진흙탕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일찌감치 포기했다.

올 5월10일은 제1회 한부모가족의 날이다. 이혼과 사별, 비혼(非婚)으로 인한 한부모 가구가 전체 가구의 10%를 넘어설 만큼 흔해졌고 기념일도 생겼지만 이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취업 한부모가 전체 40%를 넘지만 소득은 일반 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시간도, 돈도 없는 타임푸어·워킹푸어의 삶 속에서 아이들은 방치되기 십상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상대방으로부터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한부모가족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인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법적·행정적 제재를 강화해 양육비를 안주는 건 곧 아동을 유기하는 범죄라는 사회 분위기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고 月 202만원 버는 한부모가족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가족의 평균연령은 43.1세로 77.6%가 이혼가정으로 평균 1.5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다. 엄마와 자녀로 구성된 모자(母子)가구가 51.6%로 절반을 차지했고 부자가구(21.1%), 모자+기타가구(13.9%), 부자+기타가구(13.5%) 등이 뒤를 이었다.

엄마이자 아빠인 한부모가족에게 늘 부족한 건 시간과 돈이다. 실제 한부모가족의 월평균 소득은 월 219만6000원으로 전체가구 소득의 56.5% 수준이었다. 취업한 한부모들의 평균 근로·사업소득은 202만원으로 전체 한부모보다 더 적었다. 2015년 173만7000원보다는 증가했지만 여전히 낮은 편이다. 실제 주5일제 근무하는 한부모는 10명 중 3.6명(36.1%)에 불과했다. 일평균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취업 한부모가 무려 41.2%다. 정해진 휴일이 없는 경우도 16.2%나 됐다. 즉 많은 한부모가족이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소득은 전체 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워킹푸어라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 연령에 걸쳐 한부모의 80% 이상이 “양육비·교육비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특히 미취학 자녀를 둔 한부모 10명 중 7명 이상은 자녀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10명중 8명 “양육비 못받아”…공적 영역으로 국가 개입 필요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가 무엇보다 바라는 건 상대방으로부터 양육비를 정상적으로 지급받는 것. 김성미씨 역시 “법원 판결대로 양육비만 잘 받아도 한결 나아질텐데 답답하다”며 “사실 이 문제로 전 남편과 얼굴을 맞대는 것조차 싫은데 이럴 때 정부가 나서서 양육비를 받아주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김씨처럼 전체 한부모가족 10명 중 8명(78.8%)이 양육비를 받지 못한다. 특히 법적으로 양육비 채권이 없는 이혼·미혼 한부모 중 양육비를 정기적으로 받는 비율은 단 1.7%에 불과했고 지급금도 평균 39만3000원이다. 그럼에도 양육비 청구소송(7.6%)을 하거나 이행확보절차 이용경험(8%) 등 법적 조치 활용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지난 2015년 양육비이행법을 제정하고 양육비이행관리원을 만들었지만 지난 4년간 실제 양육비 지급 비율은 32.3% 수준에 그쳤다.

최근에는 국회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정부가 더 적극 개입해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운전면허 취소나 출국금지와 같은 제재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 권미혁,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양육비 미지급 관련 5개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미국은 능력이 있지만 의도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에게 형사처벌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지만 한국은 이와 달리 정부나 채권자가 지불능력을 캐고 다녀야 하는 형편”이라며 “50개주 모두 양육비 지급 불이행자에게 국가가 발급하는 면허증과 허가증을 제한·정지·취소하는 법적·행정적 조항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육비는 아동 영양과 교육상태를 결정해 지급을 늦출 수 있는 돈이 아니다”라며 “양육비를 사적 채무관계에 묶어두는 건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추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대지급제 논의도 활발하다. 전영순 한국한부모연합 대표는 “소송이나 법률지원에 한정하는 현재의 조력자 역할을 뛰어넘어 해외사례처럼 양육비를 국가가 우선 지급하고 구상권을 행사하는 선지급 방식이나 양육비를 채무자로부터 직접 받아 전달하는 국가의 책임있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가족형태나 부모 경제상황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게 양육받을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전경근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양육비는 단순한 금전채권이 아닌 자녀들의 생존의 기반이 되는 것으로 양육비 미지급은 자녀를 유기하는 범죄행위”라며 “양육비가 원활하게 지급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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