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판 ‘스카이캐슬’로 불리는 초대형 입시부정 스캔들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대리시험의 달인’ 마크 리델(36·사진)의 마지막 범행 순간이다.
리델은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 플로리다 브레이든턴 소재 입시 컨설팅 기관이자 세계 최대 스포츠학원인 IMG 아카데미의 국장급 간부인 동시에, 불법 대리시험자로의 삶을 함께 살았다.
범행은 2011년부터 9년 가까이 이어졌다. 수법은 치밀했다. 시험 수일 전부터 스캔들의 몸통이자 ‘미국판 김주영’으로 불리는 릭 싱어(58)로부터 건네받은 학생의 필적을 흉내 내는 연습을 했다. 시험 당일 시험장 근처 숙소에서 싱어에 의해 매수된 감독관이 빼낸 시험지를 넘겨받아 문제를 푼 후 다시 감독관에게 넘겼고, 감독관은 학생과 리델의 시험지를 바꿔치기했다. 때론 시험 보조자로 입실, 학생에게 정답을 일러주는 수법도 사용했다.
매사추세츠주 담당 검사인 앤드루 렐링의 발언에서 알수 있듯 리델은 빼어난 수재였다. 그런 리델이 왜 범죄의 늪에 빠졌을까.
템파 남쪽 40마일에 위치한 소도시 말메토에서 태어난 리델은 사라소타고교를 졸업한 뒤 테니스 특기생으로 하버드대에 입학, 2004년 졸업했다. 2003~2005년 프로 테니스 선수로도 활동했다. 미 언론들은 리델을 운동·공부, 모두에서 두각을 보였던 학생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돈에 눈이 먼 리델은 2011년 돌이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ACT·SAT 대리시험을 볼 때마다 싱어로부터 받은 돈은 1만달러, 우리 돈 1130만원 꼴이다. 검찰이 리델에 45만달러의 추징금을 물린 만큼, 최소 수십 차례에 걸쳐 대리시험을 치른 것으로 추정된다.
리델은 평소엔 멀쩡하게 IMG 아카데미에서 ‘일대일 과외교사’로 일했다고 한다. 유명 테니스 스타 안드레 아가시, 세리나 윌리엄스, 짐 쿠리어, 안나 쿠르니코바가 이 아카데미 출신이다. 지금은 삭제됐지만, IMG 아카데미 홈페이지는 리델을 이렇게 소개했다.
리델 스스로 정상적 컨설팅을 통해 대학에 입학시킨 학생 수가 1000명이 넘는다고 강변하는 배경이다. 2건의 사기 혐의로 기소된 리델이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대 40년형을 살게 된다. 그는 최대한 낮은 형을 받고자 혐의를 인정하고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