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미국in]미국판 스카이캐슬…수재 하버드 졸업생의 두얼굴

미국판 ‘스카이캐슬’ 입시부정 스캔들 주역 마크 리델
프로테니스 선수로도 활약한 하버드 출신 수재
스탠포드대 등 명문대에 수천명 입학시킨 입시 전문가
대리시험 볼 때마다 1만달러 받아..檢 45만달러 추징
2건의 사기 혐의로 기소..유죄 선고시 최대 40년형
  • 등록 2019-03-16 오전 8:00:00

    수정 2019-03-16 오전 10:18:58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 한국의 수능 격인 미국 ACT가 치러졌던 지난달 19일 오전 새벽. 캘리포니아주(州) LA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인 베벌리 힐스의 웨스트할리우드 시험장에 검게 그을린 피부의 금발 백인 남성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남성은 감독관에게서 흰색 봉투를 건네받은 후 며칠 전부터 투숙했던 인근 숙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가 다시 시험장에 모습을 드러낸 건 다른 10대 응시자들이 시험을 마치고 떠난 뒤였다. 이 남성은 감독관을 찾아 다시 그 봉투를 건넸고, 자신의 거처가 있는 플로리다로 돌아가기 위해 LA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정확히 시험이 끝난 지 2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지난주 미국판 ‘스카이캐슬’로 불리는 초대형 입시부정 스캔들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대리시험의 달인’ 마크 리델(36·사진)의 마지막 범행 순간이다.

리델은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 플로리다 브레이든턴 소재 입시 컨설팅 기관이자 세계 최대 스포츠학원인 IMG 아카데미의 국장급 간부인 동시에, 불법 대리시험자로의 삶을 함께 살았다.

범행은 2011년부터 9년 가까이 이어졌다. 수법은 치밀했다. 시험 수일 전부터 스캔들의 몸통이자 ‘미국판 김주영’으로 불리는 릭 싱어(58)로부터 건네받은 학생의 필적을 흉내 내는 연습을 했다. 시험 당일 시험장 근처 숙소에서 싱어에 의해 매수된 감독관이 빼낸 시험지를 넘겨받아 문제를 푼 후 다시 감독관에게 넘겼고, 감독관은 학생과 리델의 시험지를 바꿔치기했다. 때론 시험 보조자로 입실, 학생에게 정답을 일러주는 수법도 사용했다.

“리델은 ACT 정답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았어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을 정도로 똑똑했던 걸로 보입니다.”

매사추세츠주 담당 검사인 앤드루 렐링의 발언에서 알수 있듯 리델은 빼어난 수재였다. 그런 리델이 왜 범죄의 늪에 빠졌을까.

템파 남쪽 40마일에 위치한 소도시 말메토에서 태어난 리델은 사라소타고교를 졸업한 뒤 테니스 특기생으로 하버드대에 입학, 2004년 졸업했다. 2003~2005년 프로 테니스 선수로도 활동했다. 미 언론들은 리델을 운동·공부, 모두에서 두각을 보였던 학생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돈에 눈이 먼 리델은 2011년 돌이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ACT·SAT 대리시험을 볼 때마다 싱어로부터 받은 돈은 1만달러, 우리 돈 1130만원 꼴이다. 검찰이 리델에 45만달러의 추징금을 물린 만큼, 최소 수십 차례에 걸쳐 대리시험을 치른 것으로 추정된다.

리델은 평소엔 멀쩡하게 IMG 아카데미에서 ‘일대일 과외교사’로 일했다고 한다. 유명 테니스 스타 안드레 아가시, 세리나 윌리엄스, 짐 쿠리어, 안나 쿠르니코바가 이 아카데미 출신이다. 지금은 삭제됐지만, IMG 아카데미 홈페이지는 리델을 이렇게 소개했다.

“스탠포드대·듀크대·컬럼비아대·다트머스대·시카고대 등 미 명문대에 수천명을 입학시킨 프로 테니스 선수이자 하버드 졸업생.”

리델 스스로 정상적 컨설팅을 통해 대학에 입학시킨 학생 수가 1000명이 넘는다고 강변하는 배경이다. 2건의 사기 혐의로 기소된 리델이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대 40년형을 살게 된다. 그는 최대한 낮은 형을 받고자 혐의를 인정하고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