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음악, 관객 먼저 알아봐” “영수는 동호 그 자체”

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서편제’
작곡가 윤일상·동호 役 박영수 인터뷰
우여곡절 딛고 관객·평단 뜨거운 호응
‘살다보면 살아진다’…넘버 따라부르는 관객 많아졌죠
윤 “MR 아쉽지만 라이브 한계 넘어”
박 “초연부터 챙겨본 팬에서 배우로”
  • 등록 2017-10-26 오전 6:30:59

    수정 2017-10-30 오후 1:46:18

뮤지컬 ‘서편제’의 흥행 주역인 작곡가 윤일상(오른쪽)과 배우 박영수가 생각하는 대표 넘버 ‘살다보면’의 인기 요인은 뭘까. 윤일상은 “멜로디 자체가 대중성도 있고, 가요 곡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선율”이라고 했다. 박영수는 “가수라면 아마 도전하고 싶은 넘버가 아닐까 싶다”면서 “배우 역시 감정선을 오롯이 전달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맞장구쳤다(사진=신태현기자 holjjak@).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박)영수는 제가 그려왔던 ‘동호’에 가장 가까워요. 고집도 있고.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요.”(윤일상)

“초연 때부터 2012·2014년 삼연까지 모조리 챙겨봤어요. 도전하고 싶을 만큼 음악도 굉장히 좋았고요. 그런데 막상 직접 부르니 어렵네요. 하하.”(박영수)

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서편제’에 대한 관객 반응이 뜨겁다. 2010년 초연 이후 이번 네 번째 도전 만에 그간 흥행 부진의 한을 풀었다. 입소문을 탄 덕이다. 제목에서 오는 ‘올드’하단 편견과 무거운 이미지를 벗기 위해 꾸준히 수정·보완을 거쳤다. 작품의 대표 넘버 ‘살다보면’은 관객이 먼저 알아봤다. 탤런트 박보검·조정석·김준수 등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꼽으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뮤지컬 ‘서편제’의 한 장면(사진=CJ E&M).
작곡가 윤일상(43)의 공이 컸다. 1990년대를 주름잡은 그룹 쿨의 ‘해변의 여인’, DJ DOC의 ‘겨울이야기’,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 등 수많은 명곡을 쏟아 낸 히트 작곡가로 ‘서편제’가 그의 첫 뮤지컬 작업이었다. 동호 역에 새롭게 캐스팅된 박영수(35)도 싱크로율 높은 연기로 흥행을 견인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두 사람은 “이번 ‘서편제’는 굉장히 친절해지고 쉬워졌다”며 입을 모았다. 윤일상은 “공연 뒤 노래를 흥얼거리며 극장을 나서는 관객을 만났는데 감동적이더라. 그만큼 극 자체가 편안해졌다”며 웃었다. 박영수도 “음악은 뮤지컬 ‘서편제’의 정서를 전하는 핵심”이라고 했다.

△소재는 ‘우리 것’·편견 깬 ‘음악’ 눈길

이청준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서편제’는 예술가로서 자신이 선택한 길을 따르는 세 인물 송화·동호·유봉의 이야기다. 어린 송화가 의붓 남동생 동호, 아버지 유봉과 함께 진정한 소리꾼이 되기 위한 과정을 그린다.

박영수(사진=CJ E&M).
예인으로서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어가면서 겪는 갈등, 아픔, 외로움을 무대 위에 감각적으로 펼쳐낸다. 거기에 웅장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음악이 더해져 깊은 위로를 건넨다. 1993년 임권택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돼 한국영화로는 처음서울 관객 100만명 돌파 기록을 세운 수작이다.

윤일상은 “임권택 감독도 뮤지컬을 보고 소설과 영화가 많이 알려져 부담이 컸을 텐데 장르의 장점을 잘 살렸다고 극찬한 바 있다”며 “지금 당장 브로드웨이에 내놔도 손색 없는 작품”이라고 자랑했다.

두 달 간 하루 2시간씩 자며 13곡을 새로 만들었다고 했다. 곡을 쓰다 눈물이 북받치는 일도 자주 있었다. “뮤지컬 음악은 서편제가 처음이었는데 굉장히 몰입하는 편이라 당시 곡을 쓰는 내내 괴롭고 몸도 아팠어요. 후진 작품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압박도 있었고, 결국 나답게 이야기하자 다짐했죠. 바로 하루에 7곡을 완성했어요. 하하.”(윤일상)

곡들은 우리가락인 세마치·굿거리장단을 기본으로 팝적인 성향이 강하다. 록·발라드·테크노 넘버도 있다. 국악기를 활용한 퓨전곡이 아니라 관객이 은연중에 우리 소리를 느끼길 바랐다고 했다. 박영수는 “들을 때는 귀에 착착 감기는데 대체로 부르기 어려운 곡들”이라며 “인물의 감정선을 넘치지 않게 따라 부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주인공 ‘동호·송화’ 3인3색 재미

‘송화’ 역에는 이자람, 차지연, 이소연이 연기한다. 이자람은 대한민국 대표 젊은 소리꾼으로 작품 속 송화의 캐릭터를 완벽히 표현한다. 기성세대의 편견과 선입견에 맞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동호’는 박영수와 함께 강필석, 김재범이 번갈아 맡았다.

작곡가 윤일상
윤일상은 “6분간 오롯이 송화가 부르는 마지막 곡은 이자람에게 ‘심청가’를 부르게 하고 작곡한 노래다. 그런 측면에서 이자람은 소리의 뮤즈”라고 했다. 차지연에 대해선 “어떤 노래든 자기화시키더라. 말이 필요없다”고 했고, 이소연은 “소리와 팝 소화력이 대단하다. 서편제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동호를 연기하는 3인에 대해서는 “각자 개성이 뚜렷해서 좋다”고 말했다. “재범은 연기가 강해 빠져드는 스타일이고, 필석은 팝에 어울리는 음색을 지녀 음악 자체에 집중할 수 있어요. 영수는 캐릭터 자체예요. 어린 동호부터 어른까지 제대로 살리죠.”(윤일상)

박영수는 “1막에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반항아 같다면 2막은 누나를 찾아나서는 결국 내 길을 걷는 동호를 이야기한다. 막 사이의 다른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소신대로, 감정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편제 자체로서 가치 있어…롱런 바라”

아쉬움도 있다. 윤일상은 “제작 상황이 어려워 MR(녹음)을 사용해 아쉽지만 40개 악기 연주로 풍성한 음악 편성을 녹일 수 있었다는 강점도 있다. 관객이 이 부분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서편제니까.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한국적인 것에만 갇힌 작품도 아니다.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할 수 있는 고유명사가 됐으면 하는 꿈이 있다”고 덧붙였다.

각자의 계획을 물었다. 윤일상은 “2~3편 뮤지컬 작업 제의가 들어왔는데 우선 대본이 좋아야 한다. 영화음악 작업 중이고 내 이름을 걸고 록밴드 공연도 할 계획이다. 연습 중”이라고 말했다. 박영수는 “뮤지컬과 연극 외에 다른 매체 활동은 없었지만 영화와 드라마 작업도 궁금하다. 오디션을 보고 있다”고 웃었다.

공연을 볼 기회는 많지 않다. 11월5일까지 13회차 남았다. 서울 압구정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한다.

뮤지컬 ‘서편제’에서 동호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박영수의 한 장면(사진=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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