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타임] ‘리벤지 포르노’ 넘치는데…“법망은 느슨, 처벌은 허술”

  • 등록 2018-10-19 오전 8:00:07

    수정 2018-10-19 오전 10:44:37

실형 선고율 8%에 불과…벌금형·집행유예 그쳐 형법에 리벤지 포르노 범죄로 규정한 조항 없어 “연인·부부간 합의했다고 감형이라니” 딜레마 형량 늘려야…별도조항 만들어 처벌 강화해야

연예인 구하라(왼쪽)와 전 남자친구 최모씨(사진=연합뉴스)


최근 연예인 구하라와 낸시랭·왕진진 부부 사건을 계기로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리벤지 포르노는 연인 간에 촬영한 성적인 동영상을 헤어진 후 고의적으로 유출하는 것을 말한다. 영상은 인터넷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피해자는 심리적인 충격으로 일상생활을 포기할 정도다.

(자료=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는 최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설립 후 100일만에 무려 피해자 1040명이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 중 불법촬영물 삭제 요청이 복수 건수까지 포함해 595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개소 50일 피해신고(피해자 493명, 삭제 요청 2241건)의 배가 넘는 수치다.

구하라 사건을 계기로 리벤지 포르노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자 피의자의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국민청원 동의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영상 유포가 쉬워져 리벤지 포르노 범죄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느슨한 법망과 허술한 규제, 솜방망이 처벌 등으로 무분별한 양산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여성가족부)


‘솜방망이 처벌’…실형 선고율 8%에 불과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는 하는 것은 한 인간의 인격을 말살시키는 범죄임에도 실제로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8% 정도로 미미하다.

나머지는 모두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고 있다. 사실상 처벌을 안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이유는 결국 리벤지 포르노를 범죄로 규정한 형법 조항이 없어서다. 현재 형법에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범죄 자체가 없다.

그나마 적용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가운데 제14조의 몰래카메라와 관련한 내용이다.

문제는 리벤지 포르노를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제1조항도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겸 사이버범죄연구센터장은 “리벤지 포르노를 막기 위해서는 새 법을 만들거나 기존 법을 개정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며 “법률 재정비 없이는 리벤지 포르노의 무분별한 양산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진=이미지 투데이)


“촬영 합의했다고 감형이라니”

촬영 전 대상자가 반대 의사를 표했다 하더라도 촬영을 그대로 진행한 후 영상물에 대해 삭제요구를 하지 않거나 암묵적으로라도 동의했다면 촬영물을 유포한 행위만 처벌을 받는다.

즉,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2항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에 적용해 처벌해야 하는데 제1항보다 오히려 형량이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부분 리벤지 포르노가 촬영 당시에는 연인 또는 부부 간에 합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촬영하기 때문이다.

손혁준 석률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영리의 목적보다는 감정적인 복수심으로 영상을 유포하기 때문에 실제로 리벤지 포르노의 실형이 나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며 "연인 간에 있었던 촬영이기에 합의 가능성이 있고 대부분 초범이어서 벌금형·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피해자의 일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처벌은 미약하다”며 “리벤지 포르노가 심각한 범죄라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라도 형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별도 조항을 만들어서라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몰래카메라와 성관계 동영상을 같은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완 교수는 “3년 이하의 형량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못해도 7~10년까지는 늘려야 한다고 본다”며 “필요하다면 별도 조항을 만들어서라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박·공갈·명예훼손죄 등 처벌할 수 있지만…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지 않았더라도 협박 등을 했다면 다른 죄목으로 처벌할 수 있다. 구하라의 전 남자친구 최씨는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지 않았기 때문에 리벤지 포르노로 처벌할 수 없지만 구씨에게 직접 영상을 전송하며 협박한 행위는 협박죄에 해당한다.

구씨가 연예인으로 재개할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최씨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당할 수 있다. 이를 영리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공갈죄에 해당한다.

일반인도 법적 보호 객체이기 때문에 사회적 명예 훼손을 입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때 고소할 수 있다. 영상의 한 부분을 캡쳐해 지인에게 유포하는 행위도 협박죄·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

다만 이는 상대방에 대한 협박과 공갈 등의 가해 행위가 있을 때만 처벌할 수 있다. 결국 촬영 영상이 있는 한 언제든지 피해자로 돌변할 폭탄을 껴안고 있는 셈이다.

김혜진 브라이트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가해자에게 리벤지 포르노뿐만 아니라 협박죄·공갈죄·명예훼손죄로 가중처벌할 수 있다”며 “유포될까 두려워 스스로 해결하기보다 수사기관을 통해 확실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메라나 인터넷 등 기술은 날로 발전하는데 그에 대한 의식 수준은 발전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완 교수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집어엎을 수 있는 영상인데 신경을 끄고 있다가 유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영상은 애초에 안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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