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불황의 그림자가…美 침체 논쟁의 4가지 관전포인트(종합)

①내년부터 침체기 오나
②어떤 위험요인들 있나
③침체의 강도는 강할까
④정책대응 여력은 있나
韓銀 "경제지표 더 주시해야"
  • 등록 2018-12-08 오전 10:07:05

    수정 2018-12-08 오전 10:07:05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 증시가 급락한 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근 경제계의 최대 화두는 미국이다. ‘나홀로 초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제마저 꺾일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미국발(發) 세계 경기 침체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쉬이 넘기기 어렵다.

미국 국가경제연구국(NBER)에 따르면 현재 미국 경기는 지난 2009년 6월 이후 9년6개월째 확장 국면에 있다. 1991년 3월~2001년 3월(10년) 이후 두 번째로 긴 기간이다.

경기는 주기가 있게 마련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호황은 곧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을 불렀으며, 이는 다시 둔화와 침체를 가져왔다. 지금도 상황이 비슷하다. 현재 연준의 기준금리는 2.00~2.25%. 내년에는 연준이 추정하는 장기균형 수준(3.00% 안팎)에 도달할 게 유력하다. 여기에 전례를 찾기 어려운 미·중 무역전쟁 변수도 있다. 요즘 미국 경제의 침체(recession) 우려가 부쩍 나오는 이유다.

특히 최근 장·단기 금리 차가 확 좁혀지면서, 논의가 더 탄력을 받는 측면도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 벤치마크인 국채 10년물 금리(2.8517%)와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2.7211%)간 차이는 13.06bp(1bp=0.01%포인트)에 불과했다. 경기 전망에 영향을 받는 장기금리가 침체 우려에 확 떨어졌기(장기채권가격 상승) 때문이다. 현재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8일(3.2382%)을 정점으로 급격한 하락세다. 올해 8월27일(2.8432%) 이후 3개월여 만의 최저다. 불황 우려에 뉴욕 증시도 간밤 폭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558.72포인트(2.24%) 급락한 2만4388.95에 거래를 마쳤다.

8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최근 펴낸 조사연구 보고서를 토대로 미국의 침체기 논쟁에 대한 4가지 관전 포인트를 다뤄봤다.

①내년부터 침체기 오나

최대 관심사는 그 시기다. 과연 미국 경제는 거짓말처럼 내년부터 고꾸라지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은은 당장 내년부터 침체에 접어들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IB)의 분석부터 그렇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1년 이내 침체가 발생할 확률에 대해 10% 내외로 매우 낮게 보고 있다. JP모건의 추정을 보면, 그 확률은 32% 정도다. 한은 측은 “(32%의 가능성은) 아직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이라고 했다. BoA메릴린치와 바클레이즈의 전망 역시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시계를 넓혀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연준의 기준금리가 (3.00% 안팎의)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중후반 이후부터는 침체 가능성이 다소 높아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이를테면 JP모건의 경우 2년 후부터는 미국의 침체 확률이 6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후년부터는 미국 경제에 비관론이 퍼질 수 있다는 의미다.

②어떤 위험요인들 있나

그렇다면 경기 침체를 야기할 만한 위험 요인들은 무엇이 있을까. 이를 살펴보려면 침체기의 역사부터 짚어야 한다. 한은은 “과거 침체 국면은 주로 경기 과열에 대응하는 연준의 긴축정책 이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과연 어떨까.

연준 통화정책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고용과 물가다. 현재 미국의 고용은 확실히 과열 양상이 짙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실업률은 3.7%다. 연준이 추정하는 장기균형(4.5%)보다 0.8%포인트나 낮다. 내년에는 3% 초중반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고용시장만 보면 연준이 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할 수 있는 여건이다. 다만 물가는 고용만큼은 아니다. 연준이 주시하는 근원 PCE물가 상승률은 통화정책 목표 수준인 2%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경제 여건을 바탕으로 한 한은의 평가는 “연준의 점진적인 인상 기조 유지”다. 다시 말해 침체를 촉발할 정도의 과도한 통화 긴축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주목할 만한 건 미·중 무역전쟁이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불확실성인 탓이다. 한은 측은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라며 “앞으로 기업 투자심리가 예상보다 크게 위축되면서 고용과 소비 전반이 부진해지고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침체 우려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할 경우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③침체의 강도는 강할까

추후 침체기의 강도도 관심사다. 금융시장 내에는 직전 침체기(2008~2009년)인 대침체(Great Recession)보다 약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다. 대침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기 침체를 19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다만 방심은 금물이다. 고용시장 호황이 과도하다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과거 침체기의 실업률 평균 상승 폭(저점 대비 정점)은 3.3%포인트였다. 직전 금융위기가 대침체였던 것은 이 폭이 5%포인트를 넘었던 탓이다. 현재 실업률은 장기균형 수준을 한참 밑돌고 있다. 그만큼 침체의 골도 깊을 수 있다는 해석은 과하지 않다.

④정책대응 여력은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과연 이런 침체기를 어떤 정책으로 극복할 수 있을 지다. 한은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과거 침체에 대응한 연준의 금리 인하 폭은 5~6%포인트다. 하지만 현재 연준의 장기균형 기준금리 수준은 3.00%. 연준 점도표대로 최대한 인상한다고 해도 내후년까지 3.50%(상단 기준)다. 통화정책의 대응 여력이 과거보다 축소됐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연준은 다시 양적완화(QE)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예상이다. “양적완화 정책은 아직 논쟁의 소지가 있지만 대체로 큰 부작용 없이 금융 완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재정정책도 여력이 줄어들었긴 마찬가지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앞으로 10년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은 측은 이같은 4가지 관전 포인트를 토대로 “고용, 물가 등 주요 실물경제 지표와 채권수익률곡선 등 금융시장 지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며 “취약 부문의 전개 상황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용어설명> 경기 침체(recession)

미국 NBER은 경기 침체를 실질 GDP, 고용, 생산, 도·소매 판매 등 경제 지표들이 전역에 걸쳐 수개월 이상 현저히 하락하는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실질 GDP 증가율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인 경우를 침체로 보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의 유대교 축일 하누카 축하 연회장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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