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업지배구조는 경영진이 투명하고 책임있는 경영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게 한다. 우리 정부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법제도 개선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규모에 비해 기업지배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 세계경제포럼이 137개국을 대상으로 한 이사회 중심 경영의 유효성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109위로 평가됐다. 2018년 아시아 기업지배구조협회(ACGA)의 평가에서도 아시아 12개국 중 9위로 평가 받았다.
기업지배구조는 특정 법제도가 마련되고 기업들이 해당 특정 제도를 채택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사외이사 제도나 감사위원회 제도 등 현행 제도가 미비했기 때문에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는 사후적인 책임통제에 미비점이 있어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일반주주가 경영진의 사익편취행위에 대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소수지분율 요건 등 제기 요건이 까다롭고 법원은 경영진의 판단에 넓은 재량을 인정해 손해배상책임 인정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현실은 책임 경영을 위한 회사 경영진의 엄격한 주의의무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해 왔다.
기업지배구조 법제는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통해 주주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마련되야 한다. 투명성과 책임성 원칙이 지켜진다면 기업들에게 어느 정도 자율이 허용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나라의 시장 메커니즘과 문화, 법률시스템에 차이가 있고 기업의 규모 및 산업의 특성에 따라 자연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기업지배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지배구조에서 기업의 자율이 존중될 수 있도록 대안적인 제도가 마련됐으면 한다는 기업들의 주장을 귀 기울여 볼만 한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법제도를 마련하는 것에 대한 반대적인 유인책으로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에는 주객이 전도된 면이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차등의결권 혜택을 위해 미국시장 상장을 선택했다는 소식 등에 차등의결권이 혁신기업의 육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다. 이것을 도입하더라도 기업 경영진이 혁신적인 경영활동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혁신기업이 성장 초기에 벤처투자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차등의결권을 인정해줄 것을 요구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금에 비례한 의결권을 보장받지 못해 투자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 혁신기업이 성장궤도에 오른 후 일반투자자 입장에서 차등의결권이 용인되기 위해선 차등의결권을 보유한 경영진 혁신이 장래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특정 개인에 의존한 혁신은 영원무궁할 수 없다.
☞송태원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6기 △삼성증권 선임변호사 △네이버 변호사 △기업지배구조원 준법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