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IT세상읽기]KT가 동네북인가..여당도 야당도 KT 로비라는데

  • 등록 2019-03-23 오전 11:54:44

    수정 2019-03-23 오후 12:21:4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 소위가 무산되자 여야가 책임 공방을 벌였습니다. 상대방이 KT 로비에 넘어갔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과방위 여야 간사와 이야기하는 노웅래 위원장(민주당). 연합뉴스 제공
KT화재 청문회 무산도, 합산규제 법안소위 무산도 KT로비?

더불어민주당 과방위원들은 21일 성명서를 내고 “자유한국당이 법안 소위를 자기 뜻대로 진행할 수 없게 된 점을 들어 KT 청문회까지 무산시켰다. KT가 청문회를 무산시키려고 국회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몇 시간 안 돼 자유한국당 과방위원들도 성명서를 내고 “여당 간사가 기존에 합의됐던 합산규제 법안 소위를 KT 화재 청문회 이후로 미루자는 요청을 해서 거절하자 소위가 무산됐다. 민주당이 합산규제 도입을 두려워한 KT의 로비에 휘둘려 소위 연기를 의도한 게 아닌가”라고 맞불을 놨습니다.

민주당 주장은 한국당이 KT 로비를 받아 KT 청문회를 무산시켰다는 것이고, 한국당 주장은 민주당이 KT 로비를 받아 합산규제 법안소위를 무산시켰다는 겁니다.

◇서로를 특정기업 로비 받았다 언급한 건 이례적인 일


국회 일정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연기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입니다. 실리보다 명분을 중시하는 정치권에선 사소한 의견 차이로 회의가 제시간에 열리지 못하거나 의사진행 발언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특정 기업 이름을 거론하며, 서로를 ‘로비’에 휘둘렸다고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일은 이례적입니다.

민주당과 한국당 성명서만 보면 KT는 여야를 넘나드는 로비의 왕이자 막강한 권력을 가진 집단으로 보입니다.

KT가 지난해 조직 개편과 인사에서 대관 인력(국회나 정부를 상대로 정책이나 사업에 대한 의견을 알리는 인력)을 3분의1정도 줄이고 직원들도 대부분 교체한 점은 차치해 두고라도, 정치 다툼에 기업을 희생양 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 원하는 바가 분명히 있는데 숨기면서 기업을 앞에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솔직하지 못한 거대 양당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솔직하지 못해 보입니다.

민주당은 성명서에서 KT 청문회라는 표현을 썼는데, 정확히는 KT 화재청문회입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의 원인과 대책을 제대로 따지자고 올해 1월16일 합의했죠. 당시 화재사건 현안보고를 위한 과방위 전체 회의에 참석한 황창규 회장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철희 의원이 청문회를 제안했고 여야가 받아들인 겁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화재’라는 말을 빼고 KT 청문회로 부르면서 KT 채용비리 의혹까지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 중인 김성태 전 원내대표 딸의 부정채용 의혹은 그렇다쳐도, 황교안 한국당 대표 아들은 KT 법무실에 근무 중이나 KT 입사 전 다섯 군데 대기업에 합격하는 등 채용비리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이지만, 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보수정부 시절 KT의 인사시스템 전체를 파고 들어 한국당과 황창규 회장을 흔들려 합니다.

이에 한국당은 최대한 청문회 개최를 막아 자당 소속 의원들의 비리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맞서고 있습니다. 김성태 전 대표외에도 한국당 의원 보좌진 등이 KT에 입사한 정황이 논란이기 때문입니다.

4월4일로 예정된, KT 화재 청문회에서 화재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과 대책보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정치공세가 넘쳐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KT가 마음 속으로 청문회 무산을 바랄 순 있지만, 거대 양당이 펼치는 정치 다툼을 KT 로비로 결론내는게 가능할까 의문이 듭니다.

221일 오후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글로벌 경쟁시대, 국내방송 산업의 구조와 미래 : 방송시장 M&A의 명암, 그리고 전망’ 세미나는 전범수 한양대 교수의 발제와 강재원 동국대 교수, 성동규 중앙대 교수, 조은기 성공회대 교수와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의 종합 토론으로 진행됐다.
민주당이 KT 로비를 받아 합산규제 재도입을 무산시켰다는 한국당 주장도 허술합니다. 한국당은 성명서에 “KT가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정치적 주장이 난무하는 화재 청문회가 아니라, 그들이 줄기차게 반대해온 합산규제의 재도입”이라고 적었습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란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을 전국기준 3분의 1(33%)로 규제하는데 있어 KT뿐 아니라 KT 특수관계자인 KT스카이라이프의 시장점유율도 포함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6월 일몰돼 현재는 적용되지 않고 있죠.

그런데 KT는 합산규제가 도입되면 자사만 딜라이브 등 케이블 TV 업체를 인수할 수 없게 돼 글로벌 OTT에 대항하기 어려워진다며 반대하고, 케이블TV나 SK, LG 등 경쟁사들은 위성방송 합산규제를 안 하고 IPTV나 케이블TV만 시장점유율 규제를 유지하는 건 공정하지 못하다고 반발합니다. 다른 회사들은 33% 이상 점유율을 높일 수 없는데, KT군(KT와 KT스카이라이프)만 예외라는 거죠.

김성수 민주당 간사가 3월22일로 합의됐던 합산규제 법안소위를 KT 청문회(4월4일) 이후로 미루자고 언급한 것은 오해를 살만한 일이지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전부 합산규제 재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민주당과 한국당 성명서가 나온 날,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글로벌 OTT의 공세는 플랫폼간 합종연횡이 아니라 콘텐츠 투자로 막아야 하는 만큼 합산규제 자체를 푸는 것은 맞지 않다. 여야 협의를 통해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월1일 당정협의..4월4일 KT화재 청문회도 일정 대로 가야

더불어민주당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월1일 합산규제 당정협의를 열고 합산규제에 대한 마지막 입장 정리를 합니다.

대략 합산규제를 다시 도입하지 않는 대신, IPTV에 대한 시장점유율 규제도 함께 풀어 경쟁 환경을 공정하게 해주는 안이 유력해보입니다.

시장의 혼란을 줄이고 기업에 예측가능성을 주려면 과방위는 조속히 열려야 합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의원들이 민주당과 한국당을 비판하면서 “법안소위가 조속하게 정상 가동돼 방송 공정성을 위한 방송법 처리, 일몰기한을 넘긴 유료방송 합산규제 문제 등 상임위 현안을 하루 속히 다뤄야 한다. 4월 4일 KT 청문회 개최도 당연하다”고 밝힌 데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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