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오해와 진실]‘보잉 737-800’ 중거리 띄우기

제주항공·이스타항공, 부산~창이(싱가포르) 배분
보유기재 항속거리 짧아 중거리 노선 띄우는데 불리
“좌석 30%가량 비우고 운영해야”…수지타산 우려
‘프리미엄 이코노미’ 수익성↑..B737 맥스8 재개 ‘기대’
  • 등록 2019-03-23 오후 12:00:00

    수정 2019-03-25 오후 7:05:58

제주항공 B737-800 항공기(사진=제주항공)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지난달 25일 인천~울란바토르(몽골)에 이어 ‘황금노선’으로 꼽혔던 부산~창이(싱가포르) 노선을 배분받은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089590)과 이스타항공의 고민이 크다. 보유하고 있는 기재가 단거리용으로 중거리 노선에 띄우기에는 취약점을 보여 난관에 봉착한 것. 양사는 1년 내 싱가포르 노선에 항공기를 띄워야 배분받은 운수권을 유지할 수 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기재인 ‘보잉 737-800’은 단거리 노선이 주력이다. 6시간 이상 운항해야 하는 중거리 노선인 싱가포르에 띄우기에는 부적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보잉 737-800으로도 띄울 수 있지만, 중거리 노선 운항을 위해서는 180~190석 좌석 중 30%(50석 이상)가량은 비워둔 채 띄워야 해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항공기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대체 공항까지 회항할 수 있을 정도의 항공유를 실어야 한다. 6시간가량 걸리는 부산~창이(싱가포르) 노선에서 대체 공항(조호르바루 공항)까지 7~8시간 이상 운항할 수 있는 항공유를 채워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보잉 737-800 항공기에 승객을 만석으로 채우면 무게 증가로 부산~창이(싱가포르) 노선에 항공기를 띄우지 못하리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에어부산은 부산~싱가포르 노선에 부정기편(8회)을 띄우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에어버스 321-200(195석) 기종을 이용했는데 60석을 비워둔 채 135석만 운영했다. 당시 운항 이력을 쌓아 운수권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부정기편을 띄웠는데 적자를 각오하고 실험에 나선 것. 에어부산 관계자는 당시 노선 예약률이 100%로 전석 매진이 될 정도로 인기를 얻어 적자는 면했다고 전했다.

이스타항공 문종배 영업부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부산-싱가포르 첫 부정기편 출발을 앞두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이스타항공)
한번 비행기를 띄울 때 좌석을 가득 채워 수익성을 내야 하는 항공사 입장에서 좌석을 텅텅 비운 채 운항해야 한다는 것은 수익성에서 취약점으로 꼽힌다.

애초 이스타항공은 보잉 737-800보다 항속거리가 1000㎞가량 늘어난 차세대 신형기 보잉 737 맥스 8을 싱가포르 노선에 띄우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LCC 라이온에어, 지난 10일 에티오피아항공의 ‘보잉 737 맥스 8’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모두 사망했다. 5개월 단기간에 같은 기종의 항공기 사고가 연달아 나는 것은 처음으로 전 세계적으로 보잉 737 맥스 8에 대한 공포가 확산했다. 결국 이스타항공은 해당 기종 운항을 안전이 확보되기 전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제주항공도 “안정성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확립된 후 해당 항공기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부산~창이(싱가포르) 노선 취항을 위해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지만, 현재까지 기재 조정 등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당초 부산~창이 노선에 B737 맥스 8 기종을 띄우려고 있는데 운항 중단이라는 변수가 생겨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부산~창이 노선은 지점 설립 등 준비를 해 올해 안에 띄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부산~창이(싱가포르) 노선 운항을 대비해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도입하기로 했다. 제주항공은 오는 4분기부터 기존 189석의 좌석 배치를 174석으로 줄여 좌석 간격을 늘린 새로운 형태의 좌석 12석과 기존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 162석으로 운용하는 ‘뉴 클래스(New Class)’ 제도를 시행한다. 12석의 새로운 좌석은 단순하게 앞뒤 좌석 간격만을 넓히는 형태가 아니라 복도를 사이에 두고 기존 ‘3-3’ 형태로 배열했던 좌석을 ‘2-2’ 형태로 바꾸고, 좌석 간격도 현재 30인치~31인치보다 넓은 41인치로 늘린다. 현재까지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운영 항공기 대수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는 중거리 노선에서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평가다. LCC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새로운 형태의 좌석 서비스를 도입한 속내를 살펴보면 단거리용 항공기로 중거리 노선을 띄워야 해 좌석을 비우는 것보다 프리미엄화해서 보다 티켓을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내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LCC가 부산~창이(싱가포르) 중거리 노선에 진출하는 데에 기재뿐만 아니라 김해공항의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이 부족한 것도 암초다. 김해공항 슬롯 배정률은 거의 100%로 사실상 한계상황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부산~창이(싱가포르) 노선에서 각각 주7회 운수권을 배분받았지만, 슬롯 문제로 주4회로 띄우기로 조정했다. 싱가포르항공 자회사인 실크에어도 주4회로 띄우기로 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본격적으로 LCC의 중거리 노선 확대에 도전하는 가운데 양사 간 경쟁 체제 속에서 수익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부산~창이(싱가포르) 노선이 ‘황금알’이 될지 ‘계륵’이 될지 갈림길에 섰다.

부산~싱가포르 첫 부정기편에 운항에 투입한 이스타항공의 보잉737-MAX8(사진=이스타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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