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은퇴 선언' 이상화 "이제 알람 끄고 편안히 자고 싶어요"

  • 등록 2019-05-16 오후 3:36:53

    수정 2019-05-16 오후 4:57:24

[이데일리 스타in 노진환 기자]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은퇴식 및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이제 알람 끄고 편안하게 자보고 싶어요”

‘빙속여제’ 이상화(30)가 누구보다 화려했던 선수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상화는 16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더 플라자 호텔 루비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은퇴 소감을 밝히면서 북받쳐 오르는 감정과 눈물 때문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상화는 “평창동계올림픽 후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 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몸 상태가 돌아오지 않았다”며 “팬들이 좋은 모습으로 기억해줄 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은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창올림픽 전이 가장 힘들었다. 메달을 못 따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항상 떠나지 않았다”며 “이런 부담 때문에 제대로 자본 적이 없다. 최근까지도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알람을 늘 켜놓고 잤다. 이제는 알람을 끄고 편하게 자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상화의 은퇴 기자회견 일문일답.

-원래 3월에 은퇴식을 예정했는데 미뤄진 이유가 있나.

△3월말 은퇴식이 잡혀있었는데 막상 은퇴식을 치르려고 하니까 너무 아쉬웠고 미련이 남았다. 좀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재활을 병행했다. 하지만 내 몸상태는 나만이 알고 있는데 예전 수준으로 올리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지금 은퇴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은퇴 후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스케이트만 하면서 달려왔다. 지금은 다 내려놓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 경쟁은 더이상 하고 싶지 않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소치 올림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세계신기록을 세우면 올림픽 금메달을 못딴다는 징크스가 있다 그 징크스가 두려웠는데 결국 소치에서 올림픽 2연패를 했다. 깔끔한 레이스였고 가장 기억이 남는다.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을 따냈다. 각각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은 예상하지마 못한. 깜짝 금메달이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은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계속해서 좋은 성적으로 2연패를 했다는 점에서 내 자신에게 엄청난 칭찬을 해주고 싶다. 이미 2연패 부담을 이겨냈기 때문에 평창에서 3연패 타이틀 부담도 이겨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부상이 4년 전보다 더 컸고 우리나라에서 열린 대회였기 때문에 긴장감도 더했다. 그래도 은메달도 값진 결과였다. 은메달도 이쁘더라.(웃음)

-라이벌이었단 고다이라 나오와 은퇴 관련해서 얘기를 주고받은 것이 있나.

△저번 주 금요일 은퇴한다는 기사기 나왔는데 나오가 깜짝 놀라며 ‘농담아니냐’고 했다. ‘잘못된 뉴스였으면 좋겠다’라고도 말했다.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은퇴를 알리게 됐다. 나오와는 인연이 깊다. 중학교 때부터 우정을 쌓았다. 나오가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너무 욕심내지 말고 하던 대로 했으면 좋겠다. 조만간 나오가 있는 일본 나가노로 놀러갈 생각이다.

-부모님께 어떻게 은퇴 사실을 말씀드렸나.

△부모님은 계속 운동하는 것을 원했던 것 같다. 그래서 최근까지 은퇴식을 연다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았다. 나만큼 섭섭해 하실 것 같다. 오늘 아침에 어머니가 ‘잘 하고 와라’고 말해줬는데 서운함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나도 서운한데 부모님은 얼마나 더 서운하시겠나. 매년 겨울이 되면 내 경기를 보러 오셨다. 이제는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됐는데 달래드려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지도자로서 계획은 있나.

△원래 은퇴를 고민하지 않았다. 갑자기 은퇴를 결정하다보니 아직 미래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목표를 차근차근 세우겠다. 은퇴하면서 스피드스케이팅이 비인기 종목으로 사라지는게 너무 아쉽다. 후배들을 위해 지도자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상황과 생각이 정리된 이후 결정하겠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함께 금메달을 땄던 이승훈, 모태범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태범은 빙상계를 떠나 다른 종목을 하고 있다. 가끔 연락하는데 함께 운동했을 때가 재밌었다는 이야기를 나눈다. 두 선수 모두 아직 현역 운동선수인데 자기가 맡은 것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길 바라나.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살아있는 전설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 답변은 변함이 없다. 안되는 것을 되게 하는 선수, 항상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해주면 좋겠다.

-201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는 무엇을 하고 싶나.

△아직 잘 모르겠지만 해설위원이나 코치로 참가하고 싶다.

-기억 남는 라이벌이 있나.

△나오와 경쟁하기 전에 중국 선수(장훙)와 경쟁했다. 당시 한중전이라는 경쟁 구도가 있었다. 결국 내가 시즌 마지막 대회인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다. 한중전과 함께 나오와 경쟁한 (평창올림픽) 한일전이 기억에 남는다.

-선수인생에서 특별히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소치 올림픽과 평창 올림픽에서 도움을 준 케빈 크로켓 코치가 기억에 남는다. 시간이 된다면 캐나다에 가서 감사 인사하고 싶다.

- 세계신기록 안 깨지고 있다. 언제까지 세계기록이 안 깨졌으면 좋겠나.

△영원히 안 깨졌으면 좋겠다. (웃음) 다른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고 36초대 진입이 쉬워진 것 같다. 한 1년 정도만 유지됐으면 좋겠다.

-선수로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마인드 컨트롤이 힘들었다. 항상 부담감이 컸다. 반드시 1위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고 식단 조절도 해야 했다. 남들이 하나를 할 때 나는 둘을 해야 했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이런 과정이 나를 이 자리로 이끈 것 같다.

-‘제2의 이상화’가 될만한 후계자를 꼽자면.

△김민선(의정부시청)을 추천하고 싶다. 나이는 어리지만, 정신력이 강한 선수다. 내 어렸을 때 모습과 비슷하다. 평창올림픽 때 같은 방을 썼는데 오히려 내게 떨지 말고 잘 하라고 하더라. 좋은 신체 조건도 갖고 있다. 김민선이 빙상 최강자가 되는 것을 보고 싶다.

-김연아 등 주변 선수들에게 연락을 받았나.

△한국에 있는 친구보다 외국 친구들에게 많은 메시지 받았다.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와 나오도 메시지를 보내줬다.

- 연예소속사와 계약을 했는데 혹시 연예계 진출 계획은 없나.

△아직 향후 계획이 없다. 연예소속사라고 해도 속해있는 스포츠 스타가 많다. 그들과 자주 만나고 싶다는 마음에 지금 기획사를 선택했다.

-선수 생활하면서 특별히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나.

△겨울에 성적 내기 위해 여름에 열심히 훈련한다. 열심히 훈련을 하는 과정이 힘들지만 재밌었다. 지금은 그런걸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평창 올림픽 전은 참 힘들었다. 메달을 못 따면 어쩌지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부담 때문에 제대로 자본 적이 없다. 최근까지도 운동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알람을켜놓고 잤다. 이제 알람을 다 끄고 편하게 자고 싶다.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을 스스로 꼽는다면.

△내 주변 친구도 그렇고 힘들다고 포기하는 친구가 많다.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쟤도 하는데 왜 난 못하지’라는 마인드로 임했다. 안되는 것을 운동으로 노력했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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