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1991년 서울, 저 벽 너머에 무슨 일이

하나의 무대, 두개의 연극 올리는 '더 헬멧'
민주화 운동과 시리아 인명구조대 사연 번갈아 공연
"시스템 폭력에 저항한 사람들의 이야기, 본 적 없을 것"
  • 등록 2019-01-16 오전 8:07:15

    수정 2019-01-16 오전 8:07:15

‘더 헬멧’ 중 ‘룸 서울’의 한장면(사진=아이엠컬쳐)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하나의 무대가 둘로 나뉘었다. 작은 방엔 독재 타도와 호헌철폐를 외치는 대학생이 큰 방엔 이들을 붙잡으려는 백골단원이 있다. 벽을 두고 갈라져 있으나 사실은 하나다.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87년과 1991년,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이와 신념이 흔들리는 공권력이 서로 대치하다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한다. 지난 8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세종S씨어터에서 공연하고 있는 연극 ‘더 헬멧’ 중 서울의 이야기다.

같은 공간 안에 있으나 벽을 두고 분리된 공간에서 두 연극이 동시에 시작한다. 객석 역시 둘로 갈라져 건너편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다. 때로 열리거나 사라지는 벽으로 건너편의 상황을 부분적으로만 짐작할 수 있다. 일어나는 소음과 대사는 실시간으로 공유돼 벽 너머의 방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고 곧 하나의 장치가 된다. 관객이 원하는 만큼 혹은 보이는 만큼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구조다.

‘더 헬멧’을 만든 김태형 연출은 15일 전막을 시연한 후 “한 공간을 두 개로 나눈 후 시스템의 폭력에 저항해 일상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라며 “어쩌면 익숙한 이야기를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 담았다”고 소개했다. “관객이 연극의 상황에 직접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벽으로 갈라져 있으나 완벽하게 구분되지 않은 건 아쉬우나 연극적인 약속의 하나로 봐달라”고 말했다.

‘더 헬멧’은 민주화 운동과 백골단을 다룬 ‘룸 서울’과 시리아에서 민간인을 구조하는 화이트 헬멧의 ‘룸 알레포’ 등 두 개로 구분돼 번갈아 공연한다. 백골단이 국가의 폭력을 상징한다면 화이트 헬멧은 국제 평화의 상징이다. 같은 헬멧이나 다른 의미를 담은게 흥미롭다. 또 각 공연마다 다시 큰 방과 작은 방으로 갈라져 있어 관객은 총 네 개의 공연을 선택해 관람할 수 있다. 공연은 이어지거나 통일된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것을 먼저보거나 혹은 하나만 관람해도 무방하다.

김 연출은 “어떤 공연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 많은데 대답은 ‘아무거나 보시라’다”라며 “수많은 공연이 있지만 ‘더 헬멧’은 아마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의 연극일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더 헬멧’은 초연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 개최한 서울 국제 연극 페스티벌에 초청돼 연극계 주목을 받았다. 배우 김종태·양승리·소정화·김보정·김국희·한송희·이호영·이정수·강정우·김슬기가 출연한다. 대본은 지이선 작가가 썼다. 내달 27일까지 상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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