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AFP 통신은 지난 14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자동차 수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결론을 내렸으며, 오는 1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지난해 5월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자동차 수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등을 조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를 받은 뒤 90일 이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량을 제한(쿼터제 실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 2017년 기준으로 미국에 자동차 84만5319대를 수출했다. 전체 수출 물량(253만194대)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은 한국의 가장 큰 자동차 수출 시장이다.
지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산 승용차의 대미 수출에 관세가 붙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관세를 소비자가격에 반영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제품 가격을 올리면 가격 경쟁력이 약해져 판매가 감소하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이 수입차에 20% 이상 관세를 부과하면 현재 411만대 수준인 국내 자동차 생산 대수가 400만대 아래로 추락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특히 자동차 수출이 감소해 생산이 줄어들면 부품업체 등 전후방 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돼 제조업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보다 낮은 20% 관세 부과 시에도 연간 대미 자동차 수출이 22.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SK증권은 “만약 자동차 25%, 부품 25%로 관세가 부과되면 산업평균 11.4%의 가격부담이 발생한다”며 “완성차업체는 가격에 전가하거나 손실을 감내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고 이는 수요와 고용둔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국산차 최대 수요처로 꼽히는 미국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 경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자동차 산업은 한국 제조업 생산의 14%와 고용 12%를 차지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미국이 모든 수입 자동차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 자동차산업의 무역수지가 최대 98억달러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정부와 업계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면제받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왔다. 올해 초에는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등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정부 및 유관단체를 대상으로 설득 작업에 나섰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지난해 9월 직접 미국 정부 관계자를 만난 바 있다.
정부와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막판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