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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고질적으로 ‘갑질’ 문제가 불거지는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하고 있는 고발권인 ‘전속고발권제도’ 폐지가 힘을 받을 전망이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검찰 고발할 수 있다.
각종 ‘갑질’ 문제를 해결할 수단이 다양해 지는 측면도 있지만, 유통업계에는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는 ‘판도라 상자’가 열리게 되는 셈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결과를 12일 발표했다. TF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전문가들이 모여 두달가량 공정거래 관련 행정·민사·형사적 법 체계를 조율했고, 이중 의견이 모아진 5개 주제에 대해 중간 결과를 먼저 내놨다.
고질적 갑질 차단 필요…경제분석 필요 없어
전속고발제 폐지는 첨예하게 찬반이 엇갈리는 분야이지만, TF는 유통3법에 대해서는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갑질’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가 한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시장 질서를 크게 훼손하는 ‘담합’ 등에 한정되서 단계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파격적인 안이다.
실제 가맹법의 경우 △가맹본부의 허위·과장 정보제공 △가맹금 예치 규정 위반 △정보공개서 없이 예치금 수령 △유사 가맹점사업자피해보상보험계약 사용 등을 위반하면 형사처벌할 수 있다. TF는 특히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예상수익이나 상권분석 정보를 사실과 다르거나 부풀린 정보를 제공하는 ‘허위과장정보제공행위’는 고의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독점하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바로 검찰 고발이 가능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배타적거래강요 금지조항을 제외하고는 폐지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유통법은 △배타적거래강요 △경영정보요구 △보복조치금지 등에 형벌 규정이 있다. 거래 상대방에 자신과의 거래의 조건으로서 다른 경쟁사업자와 거래를 하지 않도록 계약 등의 방법으로 강제하는 ‘배타적거래강요’는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여부를 별도로 판단해야하는 문제라 배제했다.
TF는 대리점법에 규정된 △구입강제행위·경제상 이익제공 강요 △판매목표 강제 △경영활동 간섭 △보복 조치 등 형벌조항도 경쟁분석 등이 필요하지 않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것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전속고발제가 풀리게 되면 유통업체는 위법행위를 근절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고발에 시달릴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서는 자금력이 있는 일부 유통업체는 직영 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공정위가 유통3법의 고발요건은 비교적 위법행위가 명확하다고 주장하지만, 시행된 지 2년이 채 안 된 대리점법은 아직 법적 안정성이 모호한데다 일부 조항의 경우 위법성을 판별하기가 쉽지 않아 성급하게 폐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은 “판매목표를 강제하는 부분도 판매목표를 놓고 이해당사자간 다툼이 있는 부분”이라며 “여러 시장 상황을 놓고 판별해야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어 마냥 전속고발권을 풀기 보다는 형벌조항에 대한 재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시장경쟁을 크게 해치는 담합 등에 우선적으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상황에도 유통3법이 대상에 포함되면서 예상 외로 전속고발권 폐지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황 고려대 법무전문대학 교수는 “그간 학계에서는 담합부터 우선 풀자는 의견이 많았는데 유통3법도 대상에 담기면서 굉장히 속도전이 펼쳐진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일부 유통업체의 경우 직영점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속고발권: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표시광고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한 고발 권한을 공정위가 독점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위의 고발이 전제돼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