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은 물론이고 미국으로의 주요 수출국들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인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올들어 무역수지 적자가 근 10년만에 최대규모로 늘어났다.
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올 1월부터 7월까지 미국의 누적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3379억달러로, 최근 10년만에 가장 컸다. 특히 이는 1년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220억달러나 늘어난 것이다. 미국 경기가 호조세를 보인 탓에 수입액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계속된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수출액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무역전쟁 여파가 8월과 9월에도 미치게 된다면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에도 충격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앞선 2분기 미국 GDP 성장률은 연율 환산 전기대비로 4.2%였는데 이 가운데 무역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1.17%포인트나 됐다. 3분기 GDP 성장률을 3.2%로 점치고 있는 팀 퀼란 웰스파고 선임 이코노미스트도 “현 추세대로 라면 수출 둔화로 3분기 성장률이 1%포인트 정도 낮아질 수도 있다”며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아울러 계속된 무역전쟁이 달러화를 강세로 유도하고 있다는 점도 수출 둔화 요인이 될 수 있다. 주요 16개 교역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달러인덱스는 지난 4월 중순 이후 넉 달 반만에 7.5%나 상승했다. 아이치 아메미야 노무라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다른 나라간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차이가 지속적으로 경제 성장과 통화 가치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역설적으로 이런 부분이 무역수지 적자에는 더 악재가 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분명한 한계선이 있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분쟁해결 시스템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트뤼도 총리로서도 물러설 곳이 없다. 이같은 강경노선 덕에 지난 5월말 33%에 불과했던 국정운영 지지율이 40%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