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1년계약 불안" vs 점포주 "우리만 피해"…헛도는 서울시 거리가게 허가제

보행로 개선 위해 올해부터 거리가게 허가제 시행
경동시장·태릉시장·영중로 등 시범사업지 선정
상인 반발·인식 부족에 시행 지지부진
  • 등록 2019-03-24 오후 1:25:00

    수정 2019-03-24 오후 1:25:00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사진=김동현 기자)


[사진·글=이데일리 조해영 김동현 기자] 지난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도로변을 따라 야채나 약재 등을 파는 노점상이 줄지어 있고 그 사이로 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동대문 지역에서 20년 가까이 택시를 몰았다는 한모(71)씨는 “경동시장은 거리는 좁은데 사람이 많아 올 때마다 통행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보행로 개선을 위해 서울시가 추진하는 거리가게 허가제 시행이 상인들의 반발 등으로 지체되고 있다. 서울시는 허가제를 위해 지난해 6월 가이드라인을 만든 뒤 6개월 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1월부터 허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상인들 “1년씩 계약 갱신말고 최소 10년 보장해야”

서울시가 만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거리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은 △1년 단위의 도로점용 허가 갱신 △가로시설물 설치기준 준수 △도로점용료 납부 △운영권 판매 금지 △교육 이수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동대문구 경동시장 △영등포구 영중로 △중랑구 태릉시장 등이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선이 시급하고 보행환경이 열악한 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범사업지에서 일부 상인들이 허가제에 반대하고 있다. 가장 반발이 심한 곳은 경동시장이다. 경동시장에서 영업 중인 상인 A씨는 “현행안대로라면 상인들은 구청 관리를 받으며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고 경우에 따라 벌점까지 받을 수도 있다”며 “궁극적으로 상인들을 다 내쫓으려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상인 B씨는 “최소한 10년 정도의 계약은 보장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점상뿐 아니라 점포를 소유한 상인들 역시 이유는 다르지만 반대하기는 마찬가지다. 경동시장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최모(52)씨는 “매달 수백만 원씩 돈을 내며 장사하는 사람들은 뭐가 되느냐”며 “서울시에서 싼 값에 가게를 빌려주겠다는 얘긴데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태릉시장 상인들은 거리가게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30년 넘게 태릉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해 왔다는 조모(70)씨는 “수십 년간 이 자리를 지키며 장사를 해온 사람들인데 구청이나 시가 일방적으로 나서서 통제를 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면서도 “허가제를 한다는 말은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태릉시장 노점상인회장 관계자는 “노점상을 싹 철거하고 새로 점포를 만들고 수도와 전기를 넣어준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운영방식이나 비용 등에 대한 얘기는 나온 적이 없다”며 “세부 사항을 알 수 없으니 그저 찬성하기도 무작정 반대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시 “자치구별 협의 통해 사업 이어나갈 것”

시민들은 통행 편의를 위해서라도 보행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태릉시장 인근에서 오랫동안 거주했다는 홍모(85)씨는 “예전보다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통로가 좁아 다니기 불편하다”라며 “시장 특성상 유모차나 장바구니를 들고 나오는 이들이 많아 좁은 길에서 자주 부딪힌다”고 말했다.

상인 반발이 가장 심한 동대문구 구청 관계자는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노련) 등을 중심으로 상인들의 반대 여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상반기 내에는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올해 초 사업을 위한 예산을 각 구청에 내려 보냈다”며 “구청별로 상인들과 협의를 통해 사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랑구 태릉시장. (사진=조해영 기자)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