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가 하락장 충격 키운다고?.."과장된 우려"

  • 등록 2018-10-17 오전 8:40:01

    수정 2018-10-17 오전 8:40:01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패시브 펀드가 크게 성장하면서 상장지수펀드(ETF)의 규모가 급격하게 커졌다. 최근 15년간 미국의 전체 ETF 운용자산은 705% 성장했다. ETF 규모가 커지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TF가 인덱스 구성종목들을 기계적으로 균등하게 매수하기 때문에 편입종목들의 펀더멘털 대비 시장가치 왜곡이 나타날 수 있단 우려, 종목간 상관계수가 증가해 자산배분 효과를 훼손한단 우려, 대규모 자산이 향후 매도물량이 돼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단 우려 등이다. 그러나 이는 과장된 우려란 지적이 나온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7일 보고서에서 세 가지 우려에 대한 의혹을 점검했다.

첫 번째 인덱스 구성종목을 기계적으로 사들이기 때문에 ETF 편입 종목은 펀더멘털 대비 시장가치가 왜곡될 것이란 우려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하위 10개 업종들의 2011년 이후 시가총액 변동을 살펴본 결과 동일 비율로 움직이지 않았다. ETF로 왜곡이 생겼더라면 수 년간 업종별로 수익성에서 큰 차이를 보였음에도 각 업종들의 시가총액 비중이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단 얘기다. 수익률이 우수했던 IT, 바이오 기업이 주로 편입된 정보서비스, 헬스케어 업종의 비중은 늘었고 특히 구글, 페이스북 등 성장기업이 포함된 통신서비스 업종의 비중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수익성이 부진한 생활필수품, 유틸리티, 원자재 업종이 인덱스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다. 김 연구원은 “인덱스 내 각 업종들의 시가총액 변동만을 보면 해당 종목들의 펀더멘털 변동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시장가치가 형성되고 있다고 판단할 근거가 딱히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인덱스 내 편입종목간 상관계수가 커져 자산배분 효과가 낮단 우려다. 김 연구원은 “패시브펀드는 모든 종목을 균등한 비율로 매매해 각 종목들의 가격이 동일하게 상승하고 하락하게 될 것이란 지적이지만 앞서 봤듯이 실제 시장에선 인덱스에 편입된 종목들이 상호 동일한 방향과 유사한 폭으로 등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목, 업종간 장기적 상관계수는 대체로 높은 편이다. 업종이나 규모가 차이가 난다해도 주식이란 동일 자산군에 있기 때문. 이들 종목들이 같이 오르고 같이 내리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는데 이 와중에 패시브펀드가 미치는 영향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단 얘기다.

김 연구원은 “ETF의 빠른 성장에도 시장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은 시장에 패시브펀드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2010년 들어 빠르게 성장했음에도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20%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ETF에 유입된 자산이 향후 대규모 매도물량으로 출회돼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2015년과 2016년 증시하락기에 ETF에는 오히려 자산이 순유입됐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이는 패시브 투자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며 “주가 단기 트레이딩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알파펀드와 달리 패시브펀드는 시장의 장기적 성장에 베팅하는 전략이라 증시가 급락해 펀더멘털을 하회하면 오히려 비중 확대 전략으로 접근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급락할 때 ETF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출회될 수 있단 염려는 상당히 과장된 우려”라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올 2월 급락장에서 리스크패리티 펀드가 시장 하락을 부추긴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며 “주식과 채권의 리스크량을 동등하게 맞춰놓은 리스크패리티 펀드는 증시하락으로 주가 변동성이 오르면 기계적으로 주식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고 그러면 변동성은 더 상승해 더 비중을 줄여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실제 주식시장이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리스크패리티 펀드가 쏟아내는 물량을 반대쪽에서 매수하는 펀더멘털 펀드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은 단기간에 균형을 회복한단 얘기다. 이어 “같은 맥락에서 ETF가 금융위기를 유발할 수 있단 주장도 과도한 우려”라며 “ETF가 실제로 시장에 충격을 주기 위해선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하락장에서 ETF 투자자들이 매도 전략으로 대응할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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