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오해와 진실]제주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어려운 이유

국적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 31년 만에 매물로
LCC 1위 제주항공 보유한 애경그룹 인수 후보군
자금력 부족..LCC·FSC 비즈니스 모델 달라 시너지↓
  • 등록 2019-04-20 오후 2:00:00

    수정 2019-04-20 오후 2:00:0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대어(大漁)로 떠올랐다. 자회사인 에어부산(298690)과 에어서울도 ‘통매각’ 한다는 방침이 정해지면서 국적항공사 2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4위, 6위 규모 항공사 3개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매력적인 기업이다. 부채가 700%에 달하는 위험이 있지만, 국민 소득 증가로 해외여행객이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는 등 항공 산업 자체는 성장세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연간 매출 6조~7조원을 기록하는 등 현금 흐름이 좋아 ‘캐시카우(cash cow·현금창출원)’로도 손색없다. 항공 산업은 외국인 사업자의 투자가 어렵고,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면허 사업이라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사업군이다. 출범이 후 31년 만에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은 항공 산업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기업에는 절호의 기회다.

이런 이유로 유력인수 후보로 거론된 SK, 한화, 애경그룹 등 계열사 주가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된 후 급등하기도 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는 후보군에 국적 LCC 1위인 제주항공(089590)을 보유하고 있는 애경그룹이 눈에 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LCC 1위에서 대형항공사(FSC) 사업까지 진출해 항공 산업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유력 후보군 중 하나로 꼽혔다.

애경그룹이 제주항공의 성공으로 그룹 차원에서 큰 재미를 본 터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대한항공과 진에어를 보유한 한진그룹과 어깨를 견줄만한 대규모 항공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

그러나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서 얻는 시너지보다 인수하지 못하는 이유에 무게감이 실린다.

우선 애경그룹은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만한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AK홀딩스의 지난해 자산은 전년대비 15% 증가한 3조3979억원이다. 그 중 유동성 자산은 1조3067억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114억원이다. 지주사인 AK홀딩스를 포함 상장계열사 4곳의 현금성 자산은 9543억원을 기록했다.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예상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만약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도전한다면 컨소시엄 구성이 필수적이다.

자금력을 떠나서 사업적으로도 판이한 비즈니스모델로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으리라고 보인다. LCC와 FSC는 항공업이라는 공통분모만 있을 뿐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주 다르다.

제주항공이 매년 신기록을 기록하며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LCC였기 때문이다. LCC는 Low Cost Carrier(로우 코스트 캐리어)로 항공자유화와 항공교통 대중화에 부흥한 실용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운항의 안전을 제외한 불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운영비용 절감을 통해 소비자에게 낮은 운임을 제공한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Full service carrier(풀 서비스 캐리어)로 전형적인 국적항공사 또는 대형항공사다. 다양한 좌석등급, 기내 오락시설, 기내식, 기내 면세품 판매, 라운지 등 항공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 제공한다. 중국, 일본 등 단거리를 넘어 유럽, 미국 등 광범위한 노선망을 운영한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여객 10개 도시, 11개 노선과 국제여객 22개 국가, 64개 도시, 76개 노선을 정기적으로 운항하고 있다.

특히 양사의 보유 기재가 보잉과 에어버스로 아주 달라 항공기 운영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 LCC는 항공기종의 단일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해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제주항공은 사우스웨스트항공 및 라이언에어의 LCC전략을 차용해 보잉사의 B737-800 단일 기재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에어버스 기재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 제주항공은 하루 평균 12시간 가동을 목표로 항공기 가동률을 높여 고정성 단위비용을 낮추고 수익성 개선을 도모했다. 소형기와 단일기종 위주의 기단 운용을 통해 구매 및 임대가 수월하고, 조종사, 정비사, 승무원 훈련비용과 정비보수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항공기 운용률을 높였다. 이는 작년 국적 항공사 8개 중에서 제주항공이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8%)을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결국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덩치는 커질 수 있지만, 효율적인 운용이 안 된다는 얘기다. 기종별로 조종사, 정비사, 승무원 훈련 등을 각자 따로 해야 해 비용 지출은 많을 수밖에 없고 수익성은 떨어지게 된다.

LCC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 사례로 봐도 LCC가 FSC를 인수한 전례가 없다”며 “자금을 떠나 무엇보다 운용 기재가 달라 사업적 시너지효과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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