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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6월 등장한 ‘사이버포스닥’은 유권자의 이런 갈증을 해소할 만했다. 여기에서는 가상으로 상장된 실제 정치인을 사고팔 수 있었다. 매일 장이 썼기 때문에, 정치인에게는 하루하루가 평가였다. 거래 시간(0시~22시)도 길어서 평가는 온종일 이뤄졌다.
가입하면 초기 투자금 50만원을 가상으로 받았다. 업종은 △정부 △정당 △무소속 등으로 나뉘었다. 여기에 속한 종목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각료와 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를 합산해 종합주가지수도 산출했다. 2000년 2월 원외 정치인을 거래하는 시장이 따로 생긴 것은 당시 포스닥 인기를 방증한다.
1999년 6월29일, 정식 거래를 시작한 첫날 장중에 김대중 대통령 주가가 5만2800원으로 가장 비쌌다. 박철언 3만3000원, 노무현 2만9040원, 김민석 2만8650원, 정몽준 2만8500원 순서(한겨레 그해 6월30일 치)였다. 개장 첫날 강재섭(전 한나라당 대표) 종목의 거래량이 급증하자 ‘작전’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정치인이 말썽을 부리거나, 정부 정책에 탈이 나면 하한가를 치거나 관리종목에 지정되기도 했다.
포스닥 덕에 유권자가 정치에 흥미를 붙였으면 하는 게 출제자 의도였다. 포스닥을 만든 신철호씨는 언론 인터뷰(경향신문 그해 6월9일치)에서 “국민이 정치적 무관심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의사를 표명했으면 했다”고 개발 배경을 언급했다. 현재 신씨는 현재 사진공유서비스업체 OGQ 대표이사로 있는 인물이다.
당시 주총에 나온 현역 의원은 한화갑, 이해찬, 박찬주, 정동영, 정동채, 김영환, 추미애, 김민석(이상 국민회의), 박성범, 맹형규, 김홍신, 안택수, 권오을(이상 한나라당) 박철언(자민련) 등이다. 20년 전 명단인데 아직 현역인 의원이 여럿이다. 당시 주총장에서 ‘정치 발전’을 위해 나눈 얘기는 이들 머릿속에 남아 있긴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