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는 약 46만 명이다. 그렇다면 치매는 불치병인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매나 혈관성 치매는 현재까지는 불치병으로 분류된다. 또, 현재의 치매약은 완치보다는 증상 완화나 진행 지연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치매를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으로만 생각해 치매 증상이 있는데도 정확한 진단조차 받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
◇신경계 질환 관련 이차성 치매
뇌실에 물이 차는 정상압 수두증은 신경계 질환 관련 이차성 치매(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치매)의 대표적 원인이다. 보행장애, 배뇨장애, 인지기능장애 등이 주요 증상이며, 일정량의 뇌척수액을 제거하는 뇌척수액 배액술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뇌수막종 같이 서서히 자라는 양성종양도 신경계 질환 관련 이차성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겉으로는 퇴행성 치매와 구분하기 어렵지만 MRI 등으로 진단할 수 있고, 수술 등의 치료로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밖에 주로 외상 등으로 발생하는 만성경막하혈종은 인지기능장애뿐 아니라 신경학적 문제도 유발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 약물 과다복용도 치매 발생요인 될 수 있어
치매는 약물로 인한 인지기능 장애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신체의 약물 대사와 분해 능력이 낮고 신장 기능이 약한 노인에게 주로 나타난다. 노인들 중에는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이 많아 문제가 더욱 많다.
노인들에게 흔히 처방되는 약물에는 수면제, 안정제 및 항정신병약, 심혈관 치료제, 진통제 등이 있다. 이런 약을 과다복용하면 지남력장애(시간, 장소, 환경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 방향감각장애, 의식혼탁 등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및 항정신병약 등이 문제를 잘 일으킨다.
약물로 인한 치매의 특징은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고 여러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사람에게 발생할 확률이 높으나, 증상은 심하지 않다는 점이다. 약물 복용 시 주의해야 한다.
◇ 우울증, 조현병 등 가성치매 … 진짜 치매와 구분 필요
우울증이나 조현병(정신분열증) 같은 정신질환 때문에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을 치매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가성치매라고 하는데, 진료를 통해 진짜 치매와 구분해야 한다.
한호성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장 겸 부원장은 “노인성 우울증은 65세 이상의 노인에게서 30% 가까운 유병률을 보이는데,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 전반에 걸쳐 장애를 보여 종종 치매와 혼동한다”면서 “노인성 우울증에 대해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 건강한 노년기를 보내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매, 조기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
완치를 바라볼 수 있는 종류라도 신경 손상 정도에 따라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따라서 다른 질병들과 마찬가지로 질환이 의심되면 일찍 병원에 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학적 검사(겉으로 보이는 현상을 관찰하는 방식의 검사), 신경학적 검사, 신경심리검사로 환자 상태를 세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또, 환자의 과거 병력과 약물 복용력 등의 정보, 혈액 검사, CT나 MRI 촬영 등으로 치매를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