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잘게 쪼개지는 카카오, 성공은 조직문화에서 판가름

  • 등록 2018-11-03 오전 9:21:12

    수정 2018-11-03 오전 11:04:0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어떤 회사가 불과 3~4년 만에 70여 개 자회사를 갖게 됐다면 ‘문어발 확장’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하죠. 그런데 빛보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IT 업계에선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카카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생활밀착플랫폼이 되겠다는 비전을 선언한 뒤, 2015년부터 현재까지 외부 투자 유치와분사를 반복해 2018년 6월 현재 어느덧 자회사만 72개에 달하는 IT 군단이 됐습니다.

카카오IX·카카오브레인·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그라운드X 등을 통해 인공지능(AI)·블록체인·금융·게임·콘텐츠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죠.

자회사들의 수익성은 아직 별로이지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2017년 2월 중국 자본(알리페이 모회사인 엔트파이낸셜)으로부터 2억 달러(2300억 원)를 유치한 걸 계기로 같은 해 4월 분사한 카카오페이만 해도 그렇습니다. 간편결제나 소액송금 거래대금이 급증하고 중소형 증권사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카톡 안에서 주식·펀드·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 상품 거래와 자산 관리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카카오페이 직원은 분사 당시 60여명에서 1년 반 만에 250여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죠. 새 일자리를 만든 착한 기업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카카오페이에 새로 입사한 직원이나 카카오에서 분사 당시 함께 왔던 직원들 사이에는 갈등이 없을까요. 신규 인력이 늘어나면 카카오가 추구하는 조직 문화는 어떻게 지켜갈까요. 내부에는 회사가 추진하는 잇따른 분사에 대한 반발이 없을까 하는 겁니다.

카카오 역시 완전히 이런 고민을 해결하진 못했지만, 다른 IT 대기업보다 훨씬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에 입사한 지 1년쯤 된 한 직원은 “입사해서 가장 놀란 점은 회사 게시판에 글을 쓰니 곧장 ‘좋아요’ 등의 반응이 올라오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언급한 게시판은 외부에는 ‘아지트’라고 알려진 프로그램입니다. 아지트는 카카오 내부에서 쓰다가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로 외부에도 공짜로 오픈했습니다.

쓰레드 형태여서 회사 직원 중 누가 어떤 주제에 대해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이어서 쓸 수 있고 공감 여부를 표시할 수도 있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도 해당 주제에 대한 히스토리를 볼 수 있어 별도로 업무 인수인계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 다른 카카오 관계자는 “한 언론사에서 임원 강연을 요청했는데 요청 내용을 (아지트에) 올리니 곧바로 대표 등 임원들이 반응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극비리에 추진해야 하는 일이 아닌 한, 카카오 구성원들의 집단 지성을 믿고 자기 생각을 나누는 문화인 것입니다. 아지트는 올해 8월 현재 언론사, 금융사 등 1만 8000개 기업에서 무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임직원이 서로 부를 때 ‘님’조차 붙이지 않는 것도 평등한 문화를 위한 조치입니다.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브라이언(Brian)’으로 부르고, 이름 뒤에 의장이나 실장 등의 직책도 붙이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일부 대기업들도 매니저나 팀장 등 기존 직책 대신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방식으로 바꾸었지만 여전히 카카오보다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부분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수평적이라는 말은 좋게 말하면 창의적이고 효율적이나, 자칫 지나친 개인주의로 흐를 우려도 있습니다.

실제로, 기업보다는 업종이나 분야가 중시되는 인터넷 종사자들은 제조업 등 기존 산업군 종사자들과 달리 노동조합을 만들기를 꺼렸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카카오에도 드디어 노동조합인 ‘크루 유니언’이 생겼죠.

카카오 노동조합은 설립 선언문에서 “공개와 공유를 통한 소통을 최선의 가치로 삼고 있던 카카오에서 소통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해지고 있다”며 “최근카카오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포괄임금제 폐지나 분사에 따른 동의 과정에 대해서도 노조가 아니라면 크루(직원)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습니다.

카카오의 탄력적인 사업구조가 고용 불안을 가져왔고, 빈번한 업무 변화에 적응하면서 평가받아야 하는 반면, 보상에 대해선 정보와 피드백이 부족하다는 인식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카카오는 직원 개개인의 창의성을 북돋을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일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사안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잇따른 분사와 신규 인력 유입으로 인사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수평적인 문화를 유지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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