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약개발실패 '一悲'할 필요 없는 이유

  • 등록 2019-07-07 오후 3:09:03

    수정 2019-07-07 오후 3:09:03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신약개발에서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일은 빈번한 일이다. 이번 일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연구·개발(R&D)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난주 한미약품이 얀센에 기술 수출했던 비만·당뇨병 치료용 신약 후보물질 개발권을 반환받으면서 낸 입장문 일부다. 이 일을 비롯해 최근 에이치엘비(028300)의 임상3상 실패,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의 인보사 허가 취소 등 제약·바이오업계에는 부정적인 이슈가 연달아 발생했다. 혹자는 ‘K바이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 한다. 과연 임상시험에 실패하고 허가가 취소되는 게 신뢰를 깨고 남에게 말하기 망신스러운 일일까?

2016년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과의 폐암 신약후보물질 계약 파기를 알렸을 때 대다수 투자자는 회사가 망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후 신약개발 성공은 어려운 일이고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이런 계약 파기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한 줄 알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를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자조섞인 비아냥이 대부분이다.

신약개발은 십수년의 연구개발, 수천억의 비용이 들고 성공률은 1% 미만이지만 성공하면 막대한 부를 창출한다. 1%의 성공은 99%의 실패라는 뜻이다. 만족할 효과를 얻지 못해도,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나와도, 혹은 경쟁약의 개발속도가 빨라 상업화가 안 돼도 임상시험은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다. 99%의 약이 이 과정에서 사라진다. 상용화에 성공해도 미처 알지 못했던 부작용 때문에 퇴출되는 일도 허다하다. 이 과정에서 고의성이 없는 한 제약사와 규제당국에 도덕적인 책임까지 묻는 일은 없다.

한미약품을 시작으로 최근 유한양행의 기술수출까지 글로벌 제약사들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한국 R&D는 수준이 낮다’에서 ‘한국 R&D도 꽤 흥미롭네’로 바뀌었다. 그런데 아직 우리만 모르는 것 같다. 부정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가장 많은 반응이 ‘우리가 그러면 그렇지’다. 쭉정이를 솎아내는 작업을 거쳐야 실한 열매를 얻는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지금 열매를 열심히 키우고 있는 중이다. 비아냥보다 격려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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