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특별법 개정, 신중해야’..오픈넷이 걱정하는 이유

①국론 분열이 정당한 입법 목적일까
②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 불명확하지 않은가
③인터넷상 표현에 형사처벌, 과도하다
  • 등록 2019-04-13 오후 6:55:36

    수정 2019-04-13 오후 6:55:36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진보 성향의 인터넷 단체인 (사)오픈넷이 지난 12일 반대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출판물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이를 부인·비방·왜곡·날조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내용이다.

한국판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량학살) 부정죄인 셈이다. 박광온, 이석현(더불어민주당), 장병완 의원(민주평화당)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사)오픈넷은 ▲입법 목적과 수단이 정당하지 않고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 불명확하며▲국민이 보편적으로 자기 표현을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며 반대했다.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
①국론 분열이 정당한 입법 목적일까


해당 법안이 발의된 것은 5·18민주화운동이 민주화를 갈망했던 시민에 대한 국가권력의 대규모 인권유린과 학살임에도, 일부 정치인이나 극우 유튜버 등이 비방하거나 왜곡해 피해자들의 고통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법안은 제안이유에서 국론 분열의 방지를 입법목적으로 적었는데, 유튜브에서 5.18 허위조작 영상을 한 번이라도 시청하면 같은 종류의 채널이 자동 추천되는 유튜브 알고리즘때문에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강화돼 처벌을 무겁게 하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오픈넷은 국론 분열의 방지는 전체주의 사상에 기반한 개념으로 정당한 입법목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국가가 ‘국론’이나 ‘진실’을 결정하고 이에 반하는 표현 행위나 사상을 표출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방식으로 규제하는 것은, 국가와 정치권력이 반대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남용할 위험이 높다고 했다.

어느 한 쪽의 사상 표출을 억제하는 강압적 조치는 해당 사상이 억제되는 효과보다는, 믿는 사람들의 반발심을 일으켜 오히려 분열과 반목을 조장할 수 있다는 면에서 적합한 수단도 아니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박광온)가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유튜브 12개 채널 영상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통신심의 신청을 접수했다. 통신심의를 신청한 영상은 총 64건으로 ‘5.18민주화운동은 북한군이 침투하여 일으킨 폭동’과 ‘5.18 유족에 대한 모욕’이 주요 내용이다. [지만원] 5.18 광주에 왔던 북한특수군/광수13.14 (영상5) 출처: 유튜브 캡처
②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 불명확하지 않은가

해당 법안은 5·18 민주화 운동을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 범죄와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항해 시민이 전개한 민주화운동’으로 정의했다.

출판물이나 인터넷을 통해 이런 정의를 부인, 비방, 왜곡, 날조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그런데 오픈넷은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하다고 꼬집었다.

‘자신이 행하려는 표현이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으면 표현 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헌재 1998. 4. 30. 95헌가16)는 헌재 판결을 인용하며, 엄격한 명확성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문에 있는 부인, 비방, 왜곡, 날조 등은 추상적이고 주관적이며 불명확한 개념이어서, 표현의 허용 여부 및 형사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는 부적절하며,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과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③인터넷상 표현에 형사처벌, 과도하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망(인터넷 등)을 통해 유통되는 5·18 왜곡 동영상 콘텐츠 및 게시물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제도를 통해 ‘명예훼손성 정보’, 혹은 ‘차별·비하’, ‘역사 왜곡’ 등의 심의규정을 위반한 정보로써 삭제, 차단할 수 있고, 일부는 차단되고 있다.

그럼에도 별도의 법을 만들어 인터넷을 통한 표현 행위를 형사처벌하려는 것은 과도하다는 게 오픈넷 주장이다.

오픈넷은 ‘표현행위로 초래되는 해악은 추상적인 것이어서 해악 발생의 가능성만으로 함부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 표현이 사회윤리 등에 반한다는 이유만으로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서 애당초 배제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09. 5. 28. 2006헌바109)는 헌재 판단을 인용하며,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가장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5·18 관련자 및 유족에 대한 인격권 침해나 유사 사건의 재발 가능성을 5·18 왜곡 표현이 가진 해악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이 역시 해당 표현 행위를 형사처벌할 만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은 아니라고 했다.

대다수 국민은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식해 이를 부인, 비방, 왜곡하는 소수의 표현 행위로 대다수 국민이 5·18 유공자와 유족을 실질적으로 사회에서 차별한다거나 5·18과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적 확신이 크게 흔들려 유사 사건이 재발될위험은 높지 않다는 얘기다.

오픈넷은 해당 법안이 헌법상 여러원칙들에 위배될 소지가 높다며, 구성요건을 더 명확히 하거나 표현의 해악·위험에 대한 사회적 연구와 논의가 더 이뤄질 때까지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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