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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홀(파4)에서 벙커샷 실수를 하며 공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린 뒤 4번째 샷으로 온그린에 성공한 이정은(22)은 짧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메이저 대회 우승과 상금왕이라는 무게가 어느 때보다 컸다. 우승을 놓고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시작한 이정은과 오지현(22)은 평소와 달리 예상치 못한 실수를 연발했다.
21일 경기도 이천시 블랙스톤 이천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챔피언조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 계속됐다.
7번홀(파3). 오지현은 그린 위에서 4퍼트를 해 더블보기를 했다. 약 1.5m 남기고 친 파 퍼트가 홀을 지나쳤고, 1m도 채 되지 않는 보기 퍼트마저 홀을 돌아 나왔다. 이번 시즌 평균 퍼트 수 1위(28.9) 오지현에게서 흔히 보기힘든 실수였다.
오지현도 비슷한 상황에서 실수가 나왔다. 벙커에서 친 공이 그린 뒤쪽 깊은 러프까지 날아갔다. 오지현은 이 홀에서 다시 보기를 적어내 2개 홀에서만 3타를 잃고 공동 3위로 내려앉았다. 오지현은 9번홀에서 다시 더블보기, 이정은은 보기를 하면서 힘든 경기를 계속했다.
이정은과 오지현은 우승과 상금랭킹 1위를 두고 경쟁했다. 이정은이 우승하면 시즌 2승과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이었고, 오지현이 우승하면 생애 처음 상금왕이 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로 올라설 수 있었다. 둘 모두에게 절대 빼앗길 수 없는 우승이었기에 부담은 평소보다 더 컸다.
경기의 흐름을 바꿔 놓은 건 버디다. 이정은은 10번홀(파4)에서 4m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에 집어넣으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옅은 미소를 지은 이정은의 표정에서 자신감이 엿보였다. 이정은은 5타 선두로 2위 박인비(30)의 격차를 다시 벌렸고, 이후 15번홀에서 다시 버디를 낚은 이정은은 환하게 웃으며 우승을 예고했다. 남은 3개 홀을 파로 마친 이정은은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적어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9월 한화클래식 이후 7주 만에 시즌 2승을 거뒀고, 이번 시즌 2번의 우승을 모두 메이저 대회로 장식했다. 개인 통산 6승째다.
이날 우승은 이정은에게 여러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24일부터 시작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Q시리즈 출전을 앞두고 상금 1위로 올라서며 2년 연속 상금왕의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이정은은 2주 동안 열리는 LPGA 투어 Q시리즈 출전을 확정하면서 10월 25일부터 열리는 SK네트웍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 출전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상금왕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이정은은 이날 우승으로 상금 2억원을 추가해 시즌 총상금 9억5305만4780원을 만들었다.
박인비가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쳐 단독 2위, 이다연은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쳐 단독 3위에 올랐다. 상금 1위였던 오지현은 이날만 6타를 잃는 바람에 공동 6위(합계 6언더파 282타)에 만족했다. 신인왕을 확정한 최혜진(19)은 합계 4언더파 284타를 쳐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