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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현 C헬로) 기업결합 심사를 불허한 걸 ‘아쉬운 사례’로 꼽았다. 그는 “다시 심사한다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아쉽다’라는 말은 미련이 남았을 때 쓴다. 앞으론 누구든 케이블TV업체를 인수합병(M&A)하겠다고 하면 승인해주겠다는 말인가.
SKT-CJ헬로 불허 이유 헷갈린 김상조
당시 공정위는 궁지에 몰린 케이블TV 업계의 시장 탈출구를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막았다. 그래서 “미래지향적인 기준으로 보겠다”는 김 위원장 말은 환영할만 하다.
하지만, 그가 M&A 허용 근거로 언급한 ‘합산규제 일몰’은 틀린 말이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부 등 관련부처에 있던 합산시장점유율 규제는 일몰됐다”며 “분명히 규제환경이 바뀌었고 나아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방송과 통신이라는 두 영역을 엄격하게 나눴어야 했는지도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공정위가 해당 M&A를 불허한 것은 합산규제 때문이 아니다. 시장지배력 평가기준을 전국이 아닌 78개 권역(지역)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권역기준 대로라면 3위인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사는 것도 불가능해, 정부가 유료방송 시장의 자발적 구조개편 가능성까지 아예 막아버렸다는 비판이 거셌다.
반면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을 전국시장 3분의 1(33%)로 규제하는데 있어 KT 특수관계자인 KT스카이라이프 점유율도 KT그룹으로 합산하는 내용이다. 2016년 당시에는 있었지만(2018년 6월 일몰), SK텔레콤의 CJ헬로 M&A와는 무관한 조항이었다. 두 회사가 M&A해도 26%에 불과했다.
지상파 눈치보기, 최순실 재판 언급됐어도 반성 없어
김 위원장이 방송법 조항을 헷갈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해도 남는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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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2016년 6월까지 단 한차례 합병불허 보고서를 내지 않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입장을 바꿔 한 달 뒤 불허 결정을 내렸는데, 검찰은 이를 SK 측이 최순실씨의 89억 원 지원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서라고 했고, 공정위 담당자도 법정에서 “그럴 개연성이 있다”고 답했다.
공정위 담당자는 당시 심사가 지나치게 지연된 이유로 “4.13 총선 때 지상파 방송사들이 당시 여권에 부정적인방송을 할까 걱정해서였다”라고도 증언했다.
김상조 위원장 말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심사 기준만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 지상파 눈치보기와 최순실 씨 연루로 SK텔레콤의 CJ헬로 M&A가 불허됐다고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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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인터뷰 기사가 나가자 박근혜 정부 시절 미래전략수석을 지낸 조신 연세대 교수가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조 교수는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 때는 이미 공직을 떠나 심사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당시 미래수석은 현대원씨였다.
조 교수는 ‘언론에 말려든것인가, 아니면 흘린 것인가’라는 글을 통해 김 위원장의 정책 방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기업이 심사 요청도 하기 전 심사 지침을 줬다는 오해를 받는다는 점(재판시작 전 재판부 입장 공개)과 함께▲정부를 상대로 한 기업로비 강화를 우려했다.
그는 “김 위원장 말처럼 방송법상의 규제가 지난 번 공정위 결정에 중요한 근거로 작용했다면 지난번 기업결합은 승인해주는 게 합당했을 것”이라면서도 “다음에 혹시 김 위원장이 CATV 관련 발언을 할 기회가 있다면, 미리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가 갖는 함의를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또 “규제를 받는 산업의 기업들은 정부 관계자 발언 한 마디 한 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며 “기업들의 지대추구(rent seeking)를 막아야 할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이 수많은 지대추구행위를 불러일으키게 생겼다”고 걱정했다.
공정위는 의결내용이 1심 판결의 효력을 갖는 준사법기관이어서 조 교수 걱정에 공감 간다. 하지만 더 큰 걱정은 김상조 위원장 발언에도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공정위의 ‘유료방송 M&A 평가기준’이다.
①공정위원장은 ‘방송법상 규제가 바뀌었으니 허용한다(합산규제 일몰로 상황변화)’고 했는데 근거부터 틀렸고 ②당시 공정위는 주무부처(미래부·방통위) 정책방향을 꼭 따를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달라진 것인지 불명확하며 ③무엇보다 새롭게 누군가 M&A 심사를 요청하면 78개 권역 기준이 아닌 전국기준으로 경쟁제한성을 평가하도록 심사지침을 바꿀 것인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 대기업 M&A에 대해 주홍글씨를 새기지 않겠다”는 김 위원장 말이 기업의 불필요한 로비 수요를 줄이고 현실감을 주려면 유료방송 M&A와 관련된 과거 정책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새로운 심사안을 발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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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르면 2월 말 ‘2018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를 낸다. 이 보고서에서도 일단 유료방송 시장획정은 78개 권역으로 이뤄지지만 ▲케이블TV 상품 시장 구성에서 아날로그 케이블TV는 빼고(8VSB와 디지털케이블TV로만 구분)▲전국기준 경쟁상황평가가 올해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공정위의 SK-CJ헬로 심사 때 아날로그 케이블TV를 빼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시장획정 기준이 여전히 78개 권역이라는 점은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 권역별로 허가를 주고 권역별로 요금이 다른 현실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M&A의 경쟁제한성을 심사할 때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를 기반 자료로 활용할 순 있지만, 보고서의 시장획정 기준이 공정거래법 상 승인이냐 불허냐를 결정하진 않는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