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오, 日복싱영웅에 다운 빼앗고도 억울한 판정패

  • 등록 2013-11-19 오후 11:09:15

    수정 2013-11-19 오후 11:23:47

손정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투혼의 복서’ 손정오(32)가 일본 복싱영웅을 상대로 명승부를 펼쳤지만 억울한 패배를 당했다.

손정오는 19일 제주그랜드호텔 특설링에서 열린 프로복싱세계권투협회(WBA) 밴텀급 타이틀 매치에서 챔피언인 가메다 고키(27)에게 도전했지만 2-1로 판정패했다.

10라운드에서 다운을 한 차례 빼앗는 등 예상을 뒤엎고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챔피언을 넘어서기에는 살짝 부족했다. 경기는 제주도에서 열렸지만 가메다측이 주최한 대회라는 점이 변수였다.

그렇다하더라도 일본을 대표하는 스타를 혼쭐을 냈다는 점은 큰 박수를 받을만 했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내용은 손정오가 이긴 경기였다. 향후 가메다에게 재도전할 명분을 얻기에 충분했다.

이날 타이틀 도전에 나선 손정오는 2000년 프로복싱에 데뷔한 이후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생계를 위해 2007년 한 차례 은퇴를 선언했지만 2009년 다시 선수로 돌아온 뒤 WBA 14위에 오르면서 이날 기회를 잡았다. 손정오로선 복싱인생 14년만에 잡은 천금의 기회였다.

한국 복싱은 2006년 12월 지인진이 타이틀벨트를 반납한 뒤 7년 가까이 챔피언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오랜만에 타이틀 사냥에 나서는 손정오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챔피언 가메다 고키는 일본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가메다 3형제’의 맏형인 일본 복싱영웅. 라이트플라이급, 플라이급에 이어 3체급 석권 기록을 가지고 있다.

가메다는 2010년 WBA 밴텀급 챔피언에 오른 이후 7차 방어전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7번 모두 일본에서 방어전을 치러 ‘안방 호랑이’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때문에 쉬운 도전자를 골라 첫 원정방어전에 나선 것이었고 그 상대가 바로 손정오였다. 하지만 자신들이 직접 대회를 주최해 사실상 홈경기나 다름없었다.

손정오는 1라운드 초반부터 침착하게 접근하면서 경기를 풀어갔다. 하지만 왼손잡이인 가메다의 빠른 연타에 다소 고전했다.

2라운드 이후 치열한 펀치 공방이 벌어졌다. 손정오는 과감한 선제공격으로 가메다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끊어치는 정타는 많지 않았다. 반면 가메다는 아웃복싱을 펼치며 날카로운 훅과 어퍼컷로 맞받아쳤다.

손정오는 계속해서 가메다에게 여유를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가메다도 피하지 않고 머리를 맞대면서 위력적인 카운터를 날렸다.

손정오는 5라운드부터 서서히 승기를 잡았다. 라운드 초반 스트레이트를 적중시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살짝 충격을 받은 가메다는 손정오를 붙잡으며 위기를 벗어났다. 5라운드 막판에도 위력적인 훅을 적중시켜 포인트를 이끌어냈다. 5라운드는 확실히 손정오의 라운드였다.

이후에도 손정오의 선전이 이어졌다. 계속 접근전을 펼치며 쉴새없이 몰아붙이는 작전이 효과를 발휘했다. 왼손 잽이 정타로 들어가면서 가메다를 괴롭혔다. 손정오를 쉽게 봤던 가메다도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가메다는 만만치 않았다. 손정오가 약간 지친 모습을 보이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빠른 연타로 주도권을 되찾아왔다. 7라운드를 불리하게 마친 손정오는 8라운드에서 더욱 수세에 몰렸다. 간간이 훅을 적중시켰지만 펀치 적중수에서 가메다가 더 많았다.

손정오는 9라운드 들어 온 힘을 짜내 가메다를 다시 몰아붙였다. 가메다는 눈가에 출혈을 일으킨 채 회오리바람을 피하기 급급했다. 손정오의 기세가 사각의 링을 뜨겁게 달궜다.

손정오는 10라운드에 첫 다운을 얻어냈다. 손정오의 왼손 훅이 가메다의 얼굴에 얹히면서 다운으로 이어졌다. 가메다의 스텝이 살짝 엉킨 상황에서 행운이 따른 것. 하지만 다운은 다운이었다. 다운을 빼앗은 뒤에도 손정오는 계속 몰아붙였고 가메다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

11라운드와 12라운드에서도 손정오는 투지를 발휘해 끝까지 밀어붙였다. 가메다도 좌우로 빠르게 돌면서 짧은 정타로 손정오를 괴롭혔다.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12라운드가 모두 끝난 뒤 손정오는 승리를 자신하며 두 팔을 높이 올렸다. 가메다도 자신이 이겼다며 세리머니를 펼쳤지만 얼굴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

판정 결과 가메다의 2-1 승리였다. 부심 1명이 116-113.5로 손정오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지만 나머지 2명의 부심은 115-112, 114.5-114로 가메다의 우세를 판정했다. 미세했던 점수차에서도 나타났듯 경기는 손정오가 결코 진 게 아니었다. 하지만 챔피언 어드벤티지 앞에서 끝내 눈물을 흘려야 했다.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이데일리

  •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
  •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김형철
  •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