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i카페]애잔해진 지상파 방송사

굳이 안봐도 되는 상황이 됐으니까
  • 등록 2018-12-15 오후 2:14:27

    수정 2018-12-15 오후 2:20:22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기술의 발달은 시대의 변화를 이끄는가 봅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생활 서비스로 적용이 되면 기존 서비스는 경쟁력을 잃는 것입니다. 1930년대 자동차 택시의 대중화가 인력거꾼들의 일자리를 위협한 것처럼 말입니다. 약 90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서비스가 택시의 존립 근거를 흔드는 것 처럼 말이지요.

기술의 발전은 또 생각지 못하게 기존 기득권을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인터넷의 등장은 지면 신문의 몰락을 촉발시켰고,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의 대중화는 방송사들을 무력화시켰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 사회를 이끌어왔던 그들입니다.

최근 4~5년간을 놓고 봤을 때 방송 업계는 극적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쇠락이 해가 지날 때마다 더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막강 권력이긴합니다만, 10년전, 20년전과 비교하면 ‘세월의 무상함’이 절로 느껴집니다.

오늘 드려볼 얘기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얘기입니다. 미디어 업계 최고봉이자 종합 미디어 플랫폼사로 수십년간 한국 사회를 이끌어왔던 이들입니다.

자료 : 2018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2017년말 기준(방송통신위원회 발표) 2017년말 기준 우리나라 방송 시장 규모는 매출액 기준 16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 그러니까 2016년대비 3.8% 증가했습니다. 방송 업계만 놓고 봤을 때는 꾸준하게 크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내부적으로 보면 크게 갈립니다. 케이블TV는 제자리 걸음이고, IPTV는 크게 매출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지상파방송은 제자리도 못 걷고 크게 떨어졌어요.

지상파 3사, KBS, MBC, SBS 지상파 3사의 매출 합계는 3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7.9% 감소했습니다. 1년 사이 3150억원의 매출이 사라진 것이죠. 일반 기업이라면 경영진이 사표를 쓰고 물러나야할 정도의 부진이죠

사실 지상파 매출은 꾸준히 감소해왔습니다. 2015년 4조1000억원, 2016년 3조9987억원, 2017년 3조7000억원대로 떨어진 것이죠. 사실 2016년에도 지상파 방송사들이 ‘쇼크’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더 큰 충격일 것 같긴 합니다.

방송사 별로 보면 MBC의 감소 폭이 컸습니다. MBC의 매출 감소 폭은 18.4%로 계열사 포함해 9216억원의 매출을 감소했죠. 제가 기억하기로는 2009년대 이후 MBC의 매출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네요.

SBS가 7163억원으로 7.9% 감소했습니다. KBS는 1조4163억원으로 3.7% 감소했죠. KBS는 수신료가 있는데, 이게 1년에 4000억원에서 6000억원 사이 정도 돼요. 이게 자세히 모르는 것은 KBS의 회계는 공개가 돼 있지 않아요. 간단한 매출 정도는 알려져 있는데 얼마를 쓰는지 씀씀이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어요. 만약에 이런 수신료 매출을 빼면 KBS는 MBC는 물론이고 SBS보다도 못한 정도가 되는 것이죠.

지상파 방송사는 왜 힘들까요.

지상파 방송사의 매출 감소는 두가지 악순환이 겹쳐 있습니다. 첫번째가 콘텐츠 영향력, 두번째가 광고 영향력입니다. 콘텐츠 영향력은 지상파가 지금은 우리나라 콘텐츠 파워 면에 있어서 예전보다 못한 게 사실이예요.

최근 기억나는 드라마를 말씀해보시겠어요? 적지 않은 분이 미스터선샤인을 얘기할 것입니다. 최근에는 스카이캐슬 같은 tvN, JTBC 드라마겠죠. 실제 시청 점유율을 보면 좀 심각합니다. 방통위가 2017년도 방송사업자 시청점유율 산정 결과를 보면 KBS는 26.89%, MBC 12.47%, SBS는 8.66%입니다. 3곳 합쳐도 시청 점유율이 EBS 2.18%를 합해야 50%를 겨우 웃도는 것이죠. 2011년만 해도 지상파 4곳의 시청 점유율이 70%를 넘겼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은 90%였습니다.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아~ 옛날이여’라는 한탄이 절로 나올만 합니다.



그렇다면 지상파 시청 점유율은 왜 떨어진 것일까.

첫번째가 종합편성채널의 성장과 tvN의 약진을 들 수 있어요. JTBC가 9.5%, tv조선이 8.9%, 채널에이가 6.1%, MBN이 5.2% 정도죠. 약 30%에 육박합니다. 단순히 보면 지상파 시청점유율을 고스란히 종편이 가져간 것으로도 볼 수 있어요.

그래도 2015년대 중반까지는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시청 점유율은 극적으로 변합니다. 이건 일반적인 시청조사에서는 잡히지 않는 것인데 vod나 유튜브, 넷플릭스 등입니다. 아직까지 시청점유율 조사에서는 내부적으로는 vod 등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공표하지는 않아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죠.왜일까요?

최근 들어서는 볼게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이죠. 이미 유튜브는 우리 10대와 20대의 미디어 소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지난 10월 21일 유튜브가 장애를 일으킵니다. 유튜브 접속 불가가 된 것인데요, 10대, 20대가 난리가 났죠. 접속 장애가 전세계적으로 회자가 됐는데요, 그만큼 10대와 20대들한테는 충격이 컸었죠.

게다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넷플릭스 등 OTT를 보거나 포털의 ‘짤’(움직이는 그림파일)을 보는 경우가 늘고 있죠. 과거처럼 고비용 구조로는 지상파 방송사가 버텨낼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더욱이 지상파TV의 광고 효과는 측정할 수가 없습니다. 예컨대 네이버의 온라인 광고 같은 경우에는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게 데이터로 나와요. 그런데 지상파 방송 광고는 한 번 나가는데 비싼데 그만큼의 효과를 알 수가 없죠. 광고주 입장에서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버리는 돈이라고까지 할 수 있어요.

1990년대 전까지는 신문과 라디오, TV 밖에 광고 할 게 없었습니다. 뭐 동네에서는 벼룩시장 정도였죠, 지금은 네이버 같은 검색 광고, 페이스북의 광고 등이 있죠. 이들 광고는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타깃에 정확히 광고를 노출 시킬 수 있죠.

내가 얼마 돈을 쓰는가에 따른 정확한 데이터 측정이 가능하죠. 물론 허위 클릭 같은 게 있고 일부는 10%, 더 나아가서는 50%가 허위라고 하지만 그래도 방송 광고보다는 비용대비 효과를 측정하기 간편하죠.

이를 보고 열심히 개선하려고 하는 데 있어요. 바로 IPTV 등이죠. IPTV는 지역과 시청 연령대에 따라서 광고 타깃을 설정하고, 게다가 광고 노출 시간 등이 데이터로 남을 수 있어요. VOD 같은 것도 그렇고. 그런데 지상파 방송은 구조적으로 그게 가능하지가 않죠.

지상파 방송이란 것 자체가 공중에 뿌리는 형태입니다. 케이블이나 IPTV를 통해 나간다고 해도, 이들 플랫폼사가 제공해주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어요. 누가 어디 지역에서 나왔는지 알 수가 없죠.

그래서 나름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를 하면서 IP회선과 결합한 양방향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긴 합니다. 티비바 같은 서비스죠. 3사가 합해서 OTT 푹을 출시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문제는 지상파 3사가 각기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더 본질적으로는 자기들이 주도하고 싶은 것이죠. 그러다보니 갈라졌다 헤어졌다 하는 것이고. (지상파 3사가 요새처럼 사이좋게 지내는 경우가 과거에는 없었습니다.)

푹 같은 경우에도 3사가 잘 키우면 동남아 시장에 한류 콘텐츠 시장을 전달하는 넷플릭스처럼 키울 수 있는데, 번번이 발목이 잡히긴 해요. 예컨대 CJ ENM 콘텐츠가 들어오면 더 좋은 OTT가 될 수 있는데 합의 단계에서 늘 뒤틀리곤 하죠.

이런 상황에서 미스터선샤인은 지상파에 충격이었습니다. 처음에 이 드라마를 갖고 모 지상파 방송사를 찾아갔는데 거기서는 회당 3억원의 제작비 이상은 줄 수 없다고 했죠. 그런데 넷플릭스로 갔을 때는 15억원 이상 가능했죠. 그래서 이 드라마는 CJ ENM의 드라마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 드래곤이 만들고 제작비는 넷플릭스가 대는 행태가 됐어요.

넷플릭스는 해마다 7조원 8조원 가량의 콘텐츠 수급 비용을 들입니다. 우리처럼 갑질도 없어요. 예컨대 제작비는 절반도 채 안주면서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하는 경우입니다.

그들은 통큰 거래를 하죠. 돈을 많이 안주려고 외주제작사에 갖은 갑질을 하는 우리랑은 차원이 다르죠.

다시 말하면 괜찮은 드라마라고 한다면 굳이 지상파가 아니더라도 공급할 수 있는 루트가 넓어졌다는 것이죠. 실제로 괜찮은 드라마 극본은 다 JTBC 아니면 tvN으로 간다고 해요. 이는 더더욱 지상파 방송을 외면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것이죠.

유튜브도 마찬가지이고. 요새 개콘이 재미 없어졌다고 하잖아요. 유튜브만 열어도 재미있는 영상을, 내 취향에 맞는 것들을 계속 보게 되고, 이것들은 추천을 하잖아요. 인공지능이 더더욱. 지상파 콘텐츠가 재미 없다라고 하는 게 괜히 하는 말이 아닌 게 되죠.

유튜브를 많이 보다보니까 사람들은 방송보다는 유튜브에 몰리고 있죠. 유튜브가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은 더 많아질 수 밖에 없죠. 게다가 유튜브에서 창출되는 광고 수입 같은 경우에는 깜깜이인 경우가 많죠.

여기서 정리를 좀 해볼게요. 지상파 방송사는 왜 힘들고, 우리는 여기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

첫번째, 과거 성공 구도에 막혀 있다보니 새로운 도전이 힘들어졌다는 것. 더욱이 시장은 변화하고 있는 와중에 있는데, 지상파 방송이 너무 거대해져서 기민하게 대응이 어렵다는 거예요.

두번째 지상파는 더이상 재미가 있는 플랫폼이 아니라는 것. 유튜브, 넷플릭스 등 볼게 너무 많죠.

이러다보니 방통위에서도 뒤늦게 지상파 방송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주려고 해요. 워낙 힘들고 어렵다고 하니까. 그래서 오늘이죠 12월 12일 중간광고를 허용해줬어요. 이제 중간광고가 되는 거예요. 그렇다고 해도 쇠락세에 있는 지상파 방송사가 반등하기는 어렵죠. 지금 지상파가 어려운 게 중간광고가 없기 때문이 아니니까요.

그러면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요. 절대 강자는 없다라는 점이죠.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하는 데 있어 보다 정교하고 데이터 기반의 사업을 해야한다는 것이죠. 정확히 데이터에 기반해서 성과를 측정해줘야 하는 것이죠. 디지털 경제에 그만큼 적응을 해야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미디어는 어떻게 변할까요? 전쟁과 같은 재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지상파 방송사와 종편, 케이블TV 간의 구분은 무의미해질 것으로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콘텐츠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아마도 유튜브나 넷플릭스에 넣는 콘텐츠를 더 늘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들만의 OTT 플랫폼을 키울 수 있는 적기를 놓친 탓에, 이들 플랫폼에 대한 의존이 더 커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컨대 이런 식입니다. 유튜브에서 유료로 돈을 내고 MBC나 SBS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것입니다. 유튜브가 OTT마저 흡수해버린 것이죠.

이런 상황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KBS는 뉴스를 유튜브에서 24시간 방송합니다. SBS도 마찬가지입니다. 뉴스는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간다면 유료 드라마 서비스 등이겠죠.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지상파라는 독자 플랫폼을 잃어버린 상황을 말이죠. 이 말인즉슨 종편이나 CJ ENM이나 별 차이가 없다라는 뜻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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