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정전협정의 정상화'…내년부터 한강하구 남북 공동 이용

  • 등록 2018-12-09 오후 3:40:27

    수정 2018-12-09 오후 4:58:58

9일 한강하구 공동 수로 조사 종료행사에 참석한 북측 조사선이 행사를 마친 후 북측으로 귀환하고 있다. [출처=국방홍보원]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에 따라 다양한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남북 분단 이후 처음 있는 일들입니다.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철수 및 상호 방문 검증, DMZ 내 남북 공동 유해발굴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두고 여러 논란이 있지만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정전협정의 정상화라는 측면에서 그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남북 민간 선박의 한강하구 수역 공동 이용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中 무단 조업에 빼앗겼던 한강하구 회복

한강하구 수역은 강화도 서쪽 끝 말도리섬에서 경기 파주시 임진강 입구까지 총 연장 약 70km의 수역입니다. 면적은 약 280km²로 여의도 면적 100배에 달하는 크기입니다. 폭은 1~10km까지, 평균수심도 2~4m로 최대수심은 약 14m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한강하구는 정전협정 제1조 5항에 따라 남북 민간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이 보장되는 수역입니다. 그러나 남북이 대치하고 있어 분쟁 가능성이 높은 ‘민감 수역’으로 분류돼 지난 수십년 간 남북한 양측이 사실상 출입하지 않았던 곳입니다. 한강하구 수역은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가 관리 및 통제하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제공한 한강하구 공동이용 수역 그림
이 곳은 범게와 꽃게, 잡어 등이 많이 잡히는 수역입니다. 남북의 어로 활동이 제한되다 보니 이 지역에서 중국 어선들이 불법 조업이 성행했습니다. 특히 2015년부터 북한과 맞닿아 있는 강화도 서쪽 끝 볼음도와 서검도 인근 해역에서 중국 어선의 무단 조업 활동이 급증했습니다. 2014년까지 연 2~3회에 그쳤던 중국 어선의 조업 활동은 2015년 120여회, 2016년 5월까지 520여회로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당시 중국 어선들은 평균 10여척, 많게는 29척이 한강하구 수역에 출몰해 1~2일 정도 머물며 조업활동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강하구 수역의 수산자원 고갈과 어장 황폐화 문제가 대두됐습니다. 우리 군과 유엔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한강하구 수역에서 중국 무단 조업 어선 차단을 위해 ‘민정경찰’을 운용한 이유입니다.

내년부터 남북 민간선박 한강하구 항행

남북은 지난 9월 19일 군사분야 합의를 통해 남북간 군사적 긴장상태 지속으로 자유롭게 접근하지 못했던 한강하구 수역을 공동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또 하나의 평화로운 공간 복원을 위해 군사적 보장대책을 수립키로 한 것입니다. 그 사전 단계로 남북은 지난 달 5일부터 12월 9일까지 한강하구 총 660km에 대한 수로를 공동으로 조사했습니다. 이 역시 정정협정 체결 이후 처음입니다. 이를 통해 남북은 선박이 가장 두려워하는 거대 암초 21개를 찾아내 그 위치와 대략적인 크기를 확인했습니다. 또 7개 주요 해역에서 해면이 1일 2회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는 조석을 관측하는 등 선박의 안전항해를 위해 제공될 중요한 정보를 확보했습니다.

이번에 확보된 수로 측량자료와 조석 관측자료는 내년 1월 25일까지 40일간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선박 항해에 이용할 수 있는 해도(수로도)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해도는 이후 국방부와 해수부간 협의를 거쳐 민간선박에 제공됩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민간선박이 이 곳에서 어로 활동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하나의 정전협정의 정상화 사례가 탄생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군은 민간선박의 한강하구 수역 이용을 군사적으로 보장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한강하구는 골재 채취와 관광·생태 보전 등 다목적 사업이 가능한 수역으로 평가됩니다. 한강하구의 골재 채취가 이뤄지면 임진강 하류지역(문산) 수위를 저하시켜 수해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수도권 일대의 안정적 골재 수급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남북이 공동으로 건설용 골재를 채취할 경우 직접 이용과 판매 수익을 배분하는 경제 협력도 가능합니다.

한강하구 공동 이용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하지만 한강하구 수역 공동 이용을 위한 문제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우선 북측 선박이 정말 민간 선박이 맞는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것입니다. 남북은 공동이용수역에 출입하는 인원과 선박의 형태, 길이 및 톤수, 출입목적, 적재화물에 대한 관련 내용을 작성해 서해지구 남북 군통신선으로 1일전 상호 통보하기로 했습니다. 또 공동 이용 수역내 쌍방이 합의한 위치에 각측 통행검사소를 설치하고 출입인원과 선박들에 대한 통행검사를 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탈북을 막기 위해 과거부터 서해 북방한계선(NLL) 근해 조업을 군인들에게 맡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군이 위장 조업을 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또 북한에는 해양경찰이 없어 해군 함정이 공동 이용 수역에 동원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강하구에 북측 선박이 들어올 경우 김포나 강화, 서울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방부가 제공한 공중 적대 행위 중단 구역 그림. 이에 따르면 상호 적대 행위 중단을 위한 비행금지구역이 한강하구를 포함한 강화도 서쪽 지역부터로 표기돼 있다.
이와 함께 지상과는 다르게 한강하구 지역에 대한 비행금지구역은 합의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경우 북측의 NLL 인정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고, 한강하구의 경우 기준선 자체가 없어 해상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협의하지 않은 것입니다. 공동이용수역 안에서 제기되는 모든 군사 실무적 문제들은 쌍방이 협의해 처리한다고 했지만, 합의 이전에 한강하구 일대 자유 항행은 또 다른 안보 우려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국방부 대북정책관실은 언론에 배포한 군사분야 합의서 해설자료에 비행금지구역을 강화도 서쪽 지역부터 강원 고성군 동해안가로 표기했습니다. 그림만 보면 한강하구 수역 일대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나 군사합의에 따라 발령한 항공고시보(NOTAM)에는 비행금지구역 서쪽 시작점이 강화도 부근이 아닌 내륙 파주지역부터 시작된 것으로 나타나 혼선이 빚어졌습니다. 국방부는 ‘단순 오류다’ ‘그림을 잘 못 그렸다’고 해명했지만, 앞서 서해완충구역 설명자료에서도 구역을 잘못 표기했던 전례가 있어 남북 군사합의 자체에 대한 신뢰를 국방부가 스스로 무너트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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