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타임] 일드로 본 ‘이수역 폭행사건’

  • 등록 2018-11-17 오전 8:00:04

    수정 2018-11-17 오전 11:18:38

일본드라마 ‘리갈하이’…잘못된 사회 통렬히 비판 “증거가 아닌 민의에 부응…민의라면 모두 옳은가”

민의에 부응해 증거도 증언도 부정확한 사람을 사형하자고 주장하는 검사(이미지=리갈하이 영상 캡쳐)


“모두가 그걸 원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데로 들으며 믿고 싶은 데로 믿는 겁니다. 증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민의(民意)에 부응한 것이다.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국민이 증거도 모호한 피고인에게 사형을 요구합니까. 민의라면 뭐든 옳은 겁니까. 재판에 민주주의를 들이대면 사법은 끝장입니다.

현장 목격 증언은 모호하지만 사형시킵시다. 피고의 방에서 압수된 독극물이 범행에 사용된 것인지 아닌지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사형시킵시다. 현장에 다른 독극물로 보이는 병이 떨어져 있었다는 증언이 있지만, 상관없이 사형시킵시다. 증거도 증언도 상관없습니다. 고급 외제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명품 옷을 입고 상어 지느러미와 푸아그라를 먹었으니 사형시킵시다.

그것이 민의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가. 민의라면 옳다. 모두가 찬성하는 것이라면 모두 옳다. 그렇다면 다 같이 폭력을 휘두르는 것도 옳은 일이구나. 진짜 악마는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을 때의 민의다. 자신을 선한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추레한 똥개가 하수구에 빠지면 일제히 모여서 뭇매를 때리는 그런 선량한 시민이다.”

대한민국을 꼬집는 변호사의 한마디(이미지=리갈하이 영상 캡쳐)


일본드라마 ‘리갈하이’에서 주인공 코미카도 켄스케가 여론의 섣부른 끼어듦을 꼬집는 대사이다. 해당 드라마는 2013년에 종영했지만 이 장면은 지금까지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잘못된 한국 사회를 비판할 때 자주 언급된다.

대한민국에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만 믿어 무고한 사람이 속출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번 ‘이수역 폭행사건’을 포함한 채선당 사건, 240번 버스와 김포 보육교사 자살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 14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도와주세요. 뼈가 보일 만큼 폭행당해 입원 중이나 피의자 신분이 됐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피해를 주장한 여성은 “남자 무리가 인신공격하며 시비를 걸어왔고 이후 우리 일행을 폭행해 뼈가 거의 다 보일 정도로 뒤통수가 깊이 패였다”며 “최초 신고로부터 30분 후 등장한 경찰은 우리를 피의자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사실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에 분노한 국민은 사건 관련 남성들을 향해 수많은 욕설 댓글을 달았고 신상공개를 요구했다. 또한 해당 내용을 토대로 국민청원이 올라와 34만명이 동참했다. 하지만 경찰의 조사결과 여성이 주장한 대부분이 거짓으로 밝혀졌다.

‘리갈하이’는 진정한 ‘민의’와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건의 판단에 앞서 중립적인 입장과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언론도 편향적인지는 아닌지 민원과 제보를 헷갈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하라며 꼬집는다. 드라마의 한 장면일 뿐이지만 정의(正義, justice)를 어떻게 정의(正義, definition)할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일드로 본 ‘이수역 폭행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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