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윤석헌 리더십…'조직안정' 최우선 과제

윤석헌호 첫 임원인사‥여전히 과제 산적
전문성 우려…인사항명 뇌관도 그대로
  • 등록 2019-01-20 오후 1:43:08

    수정 2019-01-20 오후 4:46:52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첫 임원인사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은행과 보험간 교차인사를 통해 권역 간 칸막이를 허물고 조직 내 반발도 누그러트리려는 포석을 깔았지만,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사 실험이라는 지적과 함께 17년 만에 ‘인사항명’이란 시한폭탄마저 떠안으며 리더십에 상처를 남기게 됐다.

권역 칸막이 낮춘 인사실험…조직반발 무마 궁여지책

금감원은 지난 18일 보험담당 부원장보에 이성재(56) 전 여신금융검사국장, 은행담당 부원장보에 김동성(56) 전 기획조정국장, 공시 조사 담당 부원장보에는 장준경(55) 전 인적자원개발실장을 임명하는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금감원은 20년전 한국은행 산하 은행감독원과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이 통합한 조직인데, 그동안 임원 인사에서는 전문성과 더불어 조직관리를 위해 해당 권역 출신을 중용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은행 임원에 비(非) 은행 출신을, 보험 임원에 은행 출신을 앉힌 것이다. 특히 비은행 출신 은행담당 임원은 금감원 출범 20년 만에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윤 원장이 ‘권역 파괴’ 카드를 쓴 것은 파격인사를 통해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는 한편 자신의 복심(腹心)을 지키면서도 권역 간 갈등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윤 원장은 인사를 앞두고 은행 권역 출신인 이 전 국장을 보험담당 임원으로 염두에 뒀다. 이 전 국장은 과거 자살보험금 일괄지급을 이끌어 낸 인물로, 즉시연금으로 보험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윤 원장이 가장 필요로 하는 카드다. 그러나 교체 대상으로 거론됐던 설인배 부원장보가 보험 권역 후배 임원이 후임이 안 된다면 끝까지 버티겠다고 반발하며 일이 꼬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감원 내부에서 이 국장 발탁의 배경으로 보험권 직원과 업계의 유착 관계를 끊기 위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자 옛 보감원 출신 직원의 불만이 폭발하며 권역 간 갈등이 고조됐다.

금감원 측은 “임원의 교차배치를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현안을 처리할 수 있다”면서 “해당 임원들은 다른 영역에서도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좌익수를 우익수로 기용”…전문성 부족 우려

금감원 안팎에서는 당장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 업무는 오랜 경험과 관록, 시장과 소통을 바탕으로 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인사 직전까지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성재 전 국장이 보험담당 임원을 맡고 은행 주요부서를 거친 민병진 부원장보가 은행 담당 임원으로 이동하고 후임으로 김동성 전 국장이 내정될 것으로 봤다.

권역 간 갈등이 부각한 뒤 급작스런 교차인사가 시행되면서 현재 금감원 주요 임원의 구성을 보면 주로 은행 경험이 없는 김동성 전 국장이 은행을 맡고, 민병진 부원장보는 기획조정과 인사업무를 총괄하는 구조가 됐다. 보험을 맡게 될 이성재 전 국장도 검사전문가로 보험 건전성이나 정책 분야 실무경험은 많지 않다.

금융감독 기구의 전문성은 윤 원장이 학자 시절부터 독립성과 더불어 가장 강조해오던 덕목이다. 전문성이 부족하면 금융기관에 휘둘려 결과적으로 소비자보호를 등한시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금감원은 앞서 이뤄진 국장급 인사에서 “권역 간 교차배치를 최소화하고, 직무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임원인사에서는 정반대의 명분을 들이댄 것이다. 항명의 명분을 없애고 조직의 불만을 달래려 교차인사 카드를 꺼내다 보니 생긴 엇박자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 임원은 담당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받은 인재”라면서도 “현재 임원 진용은 전문 좌익수를 우익수로 기용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인사항명 뇌관, 시한폭탄 되나

인사항명의 뇌관도 그대로 남았다. 사퇴를 거부한 설 부원장보는 일단 임원 직급은 유지하면서 ‘직무전문가 연수 관리와 원장 특명사항 처리 등 담당’이라는 직무를 임시로 맡았다. 금감원 본연의 금융감독 업무에서는 배제했지만, 임기가 법으로 보장돼 강제로 내보낼 수 없어 나온 조치다. 후배를 위해 용퇴를 종용했으나 설득에 실패한 것이다.

금감원 임원이 원장의 인사방침에 반발한 것은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시절인 지난 2002년 이순철 전 감독·검사 총괄 부원장보가 사표 제출을 거부한 이후 17년 만이다. 이 부원장보는 ‘청사건축담당 부원장보’로 보직을 바꿔 2004년 4월까지 임기 3년을 채웠다.

인사항명 파동으로 이 위원장의 리더십에 금이 갔고, 당시 정기홍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강권석 부원장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후폭풍에 휩싸였다.

윤 원장으로서는 설 부원장보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앞으로 2년 동안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당 임원은 당분간 임원직을 유지하며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으로 출근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 인사를 계기로 부상한 권역 간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특히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갈등 구도 속에서 공공기관 지정을 막아야 할 윤 원장으로서 집안 단속조차 못했다는 지적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윤 원장이 전임 원장 2명이 중도 교체된 뒤 구원투수로 임명돼 임원인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측면이 있다”면서 “인사를 계기로 드러난 조직 갈등을 수습하면서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의 압박을 막아야 하는 쉽지 않은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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