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th SRE][Issue]한도 묶인 신용평가 수수료, 현실화할까

한기평·한신평, 3년여만 체계 개편 나서
  • 등록 2018-11-17 오전 8:40:31

    수정 2018-11-17 오전 8:40:31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SK그룹은 올해 1~10월에만 6조7000억원 규모로 주요그룹 중 가장 많은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중 지주회사인 SK(034730)의 경우 세 차례에 걸쳐 9700억원 어치의 자금을 조달했다. 연간 회사채 발행이 1조원에 달하는 ‘큰 손’인 셈이다. 신용평가 수수료는 올해 첫 발행 시 1억8200만원, 두 번째에 1억1800만원 등 총 약 3억원선을 지불했다. 특이한 점은 세 번째 발행 때는 아예 수수료를 내지 않은 것이다. 연간 발행 한도에 도달하면서 사실상 공짜로 신용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채 발행규모 대비 수수료율은 0.031%에 불과하다.

회사채 규모 커지는데…한도 묶인 수수료

일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데 수수료 한도가 오랫동안 묶이면서 현재 상황과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조달액은 약 144조원으로 최근 4년간 24.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신평사들의 평가 수수료는 14% 늘어난 886억원에 그쳤다. 회사채 발 행 증가세에 비해 관련 수수료 인상은 미미한 수준이다.

해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 수수료가 싼 편이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경우 수수료 한도를 결정하지 않고 대략 5bp(0.05%) 안팎의 일정 요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를 많이 발행할수록 수수료도 늘어나는 방식이다.

5000억 이하 구간 ‘삭제’·최고구간 신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신용평가사들이 3년여만에 평가 수수료 체계 개편에 들어갔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11월 1일부터 신용 평가 수수료 체계를 개편·시행했다. 기본 수수료 체계는 유지하 되 연간 회사채 발행 규모별 수수료 최고 한도를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도 내년 1월에는 해외기업, 2020년 1월부터 회사채·공기업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양사 수수료 체계 개편은 2015년에 이어 3년여만이다. 신용평가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품질 제고와 모니터링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부담이 증가하고 있음을 반영했다는 논리다.

신평사들은 회사채의 연간 발행액에 맞춰 수수료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신평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횟수가 많더라도 연간 한도에 도달하면 추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구조”라며 “신평사마다 정기 수수료율이 정해졌지만 할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정가보다는 낮게 책정되는 편”이라고 전했다.

한기평의 회사채 연간 누적발행-수수료 구간은 △5000억원 이하-8000만원 △1조원 이하-1억2000만원 △1조5000억원 이하-1억5000만원 △1조5000억원 초과-2억원인데 앞으로 ‘5000억원 이하’ 구간을 삭제키로 했다. 공기업의 수수료 체계도 바꾼다. 지금까지 수수료 한도는 건당 3000만원, 연간 6000만원을 부과했지만 앞으로 각각 5000만원, 1억2000만원으로 높인다. 정기평가 수수료도 할인 전 기본수수료의 30%씩 매기기로 했다. 해외기업의 기본수수료는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이고 건당·연간 한도도 없앴다. 정기평가 수수료는 9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상향하고 계열분석 할증 수수료도 부과한다.

한신평은 △5000억원 이하-8000만원 △1조원 이하-1억2000 만원 △1조원 초과-1억5000만원 △1조5000억원 초과-2억원(금융기업)으로 적용하던 회사채 발행규모별 수수료 한도 구간에 서 ‘5000억원 이하’ 구간을 없앴다. 수수료 한도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600만~1000만원 상향했다. 공기업의 연간 최고한도도 6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올렸다. 이번 수수료 인상으로 일부 기업들 위주로 비용 부담은 불가피하다. 지금까지는 수차례 회사채를 발행해도 연간 5000억원이 넘지 않았다면 8000만원만 내면 됐지만 앞으로는 최고 1억2000만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신뢰도·서비스 개선 고민해야”


크레딧 업계에서는 이번 수수료 개편이 단순히 금액 인상에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신용평가 신뢰도와 서비스 개선 효과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로서 주력사업인 신용평가시장 성장이 정체되다 보니 갈수록 높아지는 서비스 제고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연구 인력이 큰 영향을 미치는 신평사 특성상 인건비는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신평 3사의 인건비는 총 약 497억원으로 같은 시기 영업수익(매출액)의 44%에 달했다. 지난 3년간 인건비는 9% 오른 반면 매출액 증가율은 4%대에 그쳤다. 낮은 수수료는 결국 신용평가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SRE 자문위원은 “최근 리스크가 불거졌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사실상 신용등급만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회사채 신용평가보다 수수료는 더 낮다”며 “수수료를 높 여 평가의 질을 높이고 신평사 책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신평사 수수료 인상에 따른 이익 개선이 온전히 품질과 서비스 질 제고에 쓰일지 우려가 된다는 시각도 있다. 리서치 확대 등으로 인력 부담이 증가했다고 하지만 올 초만 해도 일부 신평사들은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력을 감축한 한기평과 한신평은 각각 글로벌 신평사인 피치와 무디스의 자회사고,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수수료 인상을 결정했다. 토종 신평사인 NICE신용평가의 경우 올해 구조조정도 없었고 수수료 인상도 아직 실시하지 않고 있다.

비용 절감과 별개로 외국계 대주주에 대한 배당 규모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한기평과 한신평 지분을 각각 74%, 100% 보유 한 피치, 무디스는 각각 100억원, 32억원을 배당으로 가져갔다. 여기에 한기평은 올해 102억원 규모의 중간배당도 결정했다. 피치 지분율을 감안하면 중간배당으로만 74억원 가량을 또 챙겨간다. 다른 자문위원은 “글로벌 신평사들이 국내 계열사로부터 배당을 점차 늘려 가는데 연구인력은 되레 줄어든다면 신용평가 질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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