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i카페] 삼성보다 더 크게 혼난 인터넷 기업

  • 등록 2018-10-27 오후 1:02:48

    수정 2018-10-28 오전 6:34:47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올해 국정감사도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예전과 같은 여야간 극한 대립은 줄었다고는 하나 행정부·공공기관과는 상관성이 덜한 일반 기업인들이 곤욕을 치러야 했습니다.

26일 국정감사에서는 이런 상황이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산업통상자원위 벤처중기부 종합감사에서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서비스 운영사 대표가, 과확기술정보통신방통위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서는 삼성전자(005930), SK텔레콤(017670), LG유플러스(032640) CEO, 네이버 총수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과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는 지난해 이어 두 번째 출석이었습니다.

증인 선서 중인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에서 첫번째),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와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29일 있을 산자위 국감에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문화체육관광위 국감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나옵니다. 한 대표에는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침범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김 대표에게는 게임 과몰입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질문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6일 국감으로 다시 돌아와 보겠습니다.

‘제 할 말 다하려는’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오만하다는 의원들의 질책이 중간중간 있었습니다. 그가 조목조목하는 설명이 거슬렸던 것이지요. 그래도 의원들은 경청하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물론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단말기완전자급제, 비슷한 취지의 단말기 분리 공시에 대한 질의가 있을 때는 의원들이 질타를 하긴 했습니다. 화가 났다기보다는 언론의 관심을 환기하려는 의도였던 것이죠. 자신들이 입안에 추진하는 정책이고, 향후 통신 정책에 있어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에, 의원들은 더 열띤 질의를 했습니다.

이번에도 고 사장은 할 말은 했다라는 평가를 받을 만 합니다. 단말기완전자급제나 분리공시가 갖고 있는 장점과 함께 생각해야 할 점을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6만 휴대폰 판매점의 일자리를 고려한 발언을 하며 ‘신중론’을 펼쳤습니다. 법을 입안해 내려보는 사람들과 그 법을 토대로 정책을 만들고, 사업을 해야 하는 담당자 간 온도차가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에 대한 대우는 좀 달랐습니다. 네이버 안에서 부르는 정식 호칭은 글로벌투자책임자라는 뜻에서 GIO라고 부릅니다만, 의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진 의장’이란 단어를 놓지 않았습니다. 중반 이후에 ‘이해진 증인’이라고 호칭이 통일되긴 했습니다. GIO라는 단어가 어색한 탓이 있었지만, ‘이해진=네이버’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뉴스 서비스에서 손을 떼라고 했습니다. 청와대 등 여권에 너무 의지하다보면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으름장도 있었습니다. ‘죽을 수 있다’, ‘선을 넘었다’라는 다소 자극적인 단어를 썼던 것이죠.

네이버가 매크로 사용을 방조했다라는 취지의 시인을 받으려고 하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매크로에 따른 트래픽 증가가 네이버 광고 매출 증가로 이어지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여기에 말리지 않으려는 이 GIO와 한국당 의원간 실갱이가 이어지면서 ‘위증 논란’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GIO 입장에서는 네이버 동일인으로 혹독한 시간을 보냈던 셈입니다.

모바일 경제 선도 기업으로 한국 스타트업 멘토중 하나로 불리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도 꽤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바일 기반 인터넷 스타트업의 상징과 같은 그는 공교롭게 이 GIO와 같은 날 국감에 섰던 것이지요.

산자위 중소벤처기업부 종합 감사에서 의원들은 배달앱의 높은 광고 수수료율과 입찰식 상단광고 방식에 대해 질타했습니다. 배달 앱 회사가 독점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데 중개 수수료가 12.5%나 되니 과도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입찰식 광고가 지나치게 소상공인들의 광고료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일견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외식 시장이 성공하고 있고, 이들의 등장으로 소상공인 마케팅 광고 시장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간과한 측면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들 기업은 양질의 일자리 수백개를 창출했습니다. 연매출 1000억원이 될까말까하는 기업에 ‘독점기업’이라는 멍에를 씌우기에는 다소 무리한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역공이 반영된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배달 앱에서는 값비싼 가맹료를 내야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나 그렇지 않은 일반 매장이나 동일한 경쟁을 해야한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동네 프랜차이즈 매장 점주 입장에서는 가맹료 등 다달이 들어가는 비용 외에 배달앱 광고 수수료까지 들어가니 아까울 수 있습니다.

실제 이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던 정우택 의원은, 국감 전 프랜차이즈협회와 함께 세미나를 열기도 했습니다. 배달앱 등 문제 관련해서죠.

이는 네이버 공격에 앞장섰던 메이저 지면 매체의 생각과도 비슷해 보입니다. 예컨대 일제시대때부터 운영되어왔던 조선일보가 네이버 안에서 10년도 안된 매체와 동일하게 경쟁해야한다는 ‘억울함’입니다. 때로는 이들 매체 기사에 가린다는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예컨대 지난해 국감 때 KBS 앵커 출신 국회 의원이 직접 조선일보와 KBS를 직접 거론했습니다. 그는 이런 ‘명망있는 매체’가 기자 하나 둘 밖에 없는 ‘하위’ 매체와 경쟁하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를 네이버가 시정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죠.

배달앱이 각 매장간 광고 경쟁 상황을 ‘평평’하게 만든 것처럼, 네이버가 각 매체간 뉴스 경쟁을 ‘평평’하게 만들었던 것이지요.

삼성은 수 십년 묵은 기득권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라는 이름 아래로 수십만명의 노동자와 수만개의 기업이 수직계열화돼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계층화된 경제 질서가 구축돼 있었던 것이죠. 우리 사회에서 명망있는 국회의원들은 이런 계층화된 경제 질서가 익숙하고 지키고 싶은 ‘구조’일 것입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 이후 나타난 새로운 기업들은 이런 구조가 깨지는 와중에 나왔습니다. 어쩌면 이들 기업이 이런 구조를 깨는 데 앞장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 등 포털은 언론 권력을 평평하게 만들었고, 배달 앱은 매장 간 마케팅 자본의 차이를 줄여줬습니다. 누군가는 손해를 봐서 ‘큰 소리’를 치고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전에 없던 이득을 누리고 있을 것입니다. 단지 침묵하거나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을 뿐입니다.

국감장에서 의원들이 삼성보다 인터넷 기업을 혼낼 이유, (비록 인터넷기업 시점이지만) 충분하지 않나요?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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