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 살려고… 北에 둔 그녀를 지우다

-심사위원 리뷰
뮤지컬 ‘국경의 남쪽’
총·군복 아닌 ‘악기’로 첫장면 시작
전쟁 폭력성보다 일상성에 초점 맞춰
드라마·쇼 넘나드는 음악 ‘굿’
  • 등록 2018-07-26 오전 8:27:47

    수정 2018-07-26 오전 8:27:47

뮤지컬 ‘국경의 남쪽’의 한장면(사진=서울예술단)


[최종윤 뮤지컬평론가] 어느 때보다도 남북 교류를 넘어 통일까지 주목하게 되는 시기다. 분단에 대한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뮤지컬 ‘국경의 남쪽’이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국경의 남쪽’은 2016년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성공적인 초연으로 많은 뮤지컬 팬들에게 인사했다. 미려한 드라마 라인과 극적 완성도로 구시대적 통일 염원 뮤지컬이 아닌, 피부로 느끼고 마음으로 울 수 있는 현실로서의 통일을 이야기하는 강한 드라마로 주목을 받았다. 약 2년여 만에 올라간 이번 재연(6월29일~7월15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역시 최정수·송문선 등 초연 배우들과 강상준 등 서울 예술단의 신예 배우들의 조화에 힘입어 좋은 입소문을 타고 있다.

2006년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국경의 남쪽’은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국경을 넘어온 북한의 음악가가 한국에 정착하면서 겪게 되는 사랑과 갈등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선호의 갑작스러운 탈북으로 그의 연인 연화는 북에 홀로 남게 되며, 남으로 온 선호는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급기야 연화에 대한 기억도 지워야 했다. 이데올로기의 프레임이 아닌 멜로적 감수성과 공감을 통해 남북문제를 피부로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영화가 스펙터클 하면서도 다양한 북한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영화적 재미를 잘 살렸던 만큼, 뮤지컬에서도 이러한 재미들을 잃지 않았다. 오프닝에서 북한의 대규모 음악극을 재현한 장면은 뮤지컬의 특성을 잘 살린 표현이었으며, 탈북 전 선호의 일상을 관객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단순히 ‘탈북민’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다양한 모습을 지닌 인물로서 선호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총과 군복이 아닌 ‘악기’가 보이는 첫 장면도 훌륭한 아이디어다. 이 극은 전쟁의 폭력성을 표현하기보다는 전쟁 이면의 일상성을 이야기하고자 했고, 홀로 놓여 있는 금빛의 호른은 극이 시작되기 전 관객들이 제목에서부터 가져온 선입견과 판단을 깨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

극의 후반부, 선호와 연화 그리고 선호의 새 연인 경주 3인이 부르는 ‘나는 여기, 너는 거기’는 이 작품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넘버다. 전쟁과 이념의 희생양이 된 보통 사람들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주인공들은 주어진 현실을 바라볼 뿐 선택과 행동의 주체가 되지 못한 절망과 먹먹함을 이 넘버를 통해 관객과 나눈다.

작곡가 이나오의 넘버들은 극의 이야기를 다양하고 흥미로운 방법으로 풀어냈다. 감미로운 발라드 선율부터 리듬감 넘치는 재즈 화음, 웅장한 극중극 신까지 드라마와 쇼, 코미디를 넘나드는 유려한 음악 구사력으로 작품에 색채감을 더하였다. 초연에 비해 작아진 중극장에서 선보인 이 작품은 대극장에 특화된 서울예술단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을까 우려를 예상이라도 했듯, 연출의 섬세하면서도 세련된 해석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서울예술단의 대표 배우 최정수와 송문선·하선진의 연기는 초연부터 다져온 원숙함으로 작품에 깊이를 더하였고, 신예 강상준 또한 자연스러운 연기와 노래로 캐릭터를 안정감 있게 묘사하였다. 선호 역과 박형사 역에 최정수 강상준 배우가 더블로 캐스팅돼 공연마다 한무대에서 주·조연이 크로스 되는 형식 또한 관객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세대를 뛰어넘어 애틋한 사랑의 기억이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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